국회도 "경기도"로 물들이는 이재명…그래서 나온 "놀부"비판

중앙일보

입력 2021.08.18 19:11

업데이트 2021.08.18 19:44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 13일 오전 경기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전 도민 제3차 재난기본소득 지급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 13일 오전 경기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전 도민 제3차 재난기본소득 지급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도는 오는 24일 서울 여의도의 호텔에서 ‘재산비례 벌금제 도입’ 관련 국회 토론회를 개최한다. 다음 달에도 ‘사립학교 공정채용’(7일), ‘플랫폼 공정경제’(14일), ‘공공버스’(28일) 등 경기도 주최 토론회가 세 차례나 잡혀있다. 모두 이재명 표 입법 이슈들이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선 "특정 지자체가 입법 이슈를 주도하는 건 이례적"이란 말이 나온다.

9월 민주당의 순회 경선 돌입을 앞두고 ‘경기도’가 경선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달 초 지사직 사퇴 문제 공방에 이 지사가 “지사직은 도민 1380만 명이 제게 맡기신 책임이다. 최선을 다해야 한다”(지난 6일)며 ‘절대 사수’를 외치면서 주목도가 더 높아졌다.

이재명·이낙연 전국 및 경기·인천 지지율 비교.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이재명·이낙연 전국 및 경기·인천 지지율 비교.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경기도는 이미 이 지사의 ‘정치적 자산'이다. 지난 6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8월 3~5일)에서 이 지사의 경기·인천 지지율은 35%로 전국 지지율(25%)보다 10%포인트 높았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이 지사는 한 손에는 경선 후보, 한 손에는 경기지사를 들고 잔치하는 놀부”(김두관 의원)란 비판이 나온 데엔 이런 배경이 있다.

전(全) 도민 재난지원금으로 드러난 균열 

하지만 굳건해 보이는 '이재명의 경기도'가 오히려 이 지사에게 짐이 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당장 이 지사의 전 도민 재난지원금 지급 추진을 둘러싼 균열이 표면화되고 있다. 은수미 성남시장, 조광한 남양주시장, 염태영 수원시장 등 반(反)이재명 색채가 뚜렷한 기초단체장 7명은 긴급회의를 통해 “재정 탓에 전 도민 지급은 어렵다”는 반대 입장을 냈다. 이에 이 지사는 지난 13일 “수원·용인·성남·화성·시흥·하남 등 6개 시에는 추가소요액 100%를 도가 지원하겠다”며 절충안을 냈다.

지난 6월 민주당 대선 예비경선 당시 정세균 전 국무총리(왼쪽 넷째)와 이광재 의원(왼쪽 여섯째)이 서울 여의도 한 빌딩에서 열린 '정세균-이광재와 묻고 답하는 경기도 기초단체장 간담회'에 참석해 경기도 기초단체장 17명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6월 민주당 대선 예비경선 당시 정세균 전 국무총리(왼쪽 넷째)와 이광재 의원(왼쪽 여섯째)이 서울 여의도 한 빌딩에서 열린 '정세균-이광재와 묻고 답하는 경기도 기초단체장 간담회'에 참석해 경기도 기초단체장 17명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자 경기도의회에서 반발이 나왔다. 민주당 소속 장현국 경기도의회 의장은 같은 날 기자회견을 열어 “도민의 혈세가 개별 정치인의 정책적 수단으로 이용되서는 안된다”며 반발했다. 장 의장은 18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3700억원 이상의 예산이 드는 사업인데 의회와 전혀 논의가 없었다. 독단적 처사”라며 “예산안을 송곳 검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표면적 이유는 재원이지만 근본 원인은 정치적 갈등에 있다”(한 경기도의원)는 분석이 나온다. 1·2차 재난지원금이나,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 이전 등 이 지사가 주도한 정책에 대해 의회·기초단체의 반발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 6월 경기도 기초단체장 17명이 국회 여의도에서 정세균 전 국무총리, 이광재 의원과 회동하면서 ‘반이재명’ 기치를 들었던 적도 있다. “잠재된 불만이 경선과정에서 다시 커질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이재명식 정책’ 시험대 된 경기도

경기도가 국회 토론회를 자주 개최하는 건 경기도에서의 정책 실험을 국가 정책으로 연결하겠다는 이 지사의 의욕과 무관치 않다. 하지만 이런 정책들이 역으로 갈등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플랫폼 공정경제’가 대표적이다. 이 지사는 지난해 10월 한 인터뷰에서 “시장이 소수에 독점 당해 비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을 때 민간에 맡겨야 한다는 논리로 수수방관하고 있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고 했다. 그리고 두 달 뒤인 지난해 12월 경기도 배달 애플리케이션인 ‘배달특급’을 선보였다.

경기도가 주관하는 국회 토론회 관련 현수막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걸려있다. 중앙포토

경기도가 주관하는 국회 토론회 관련 현수막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걸려있다. 중앙포토

이런 움직임은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규제를 골자로 한 입법 시도로 이어졌다. '이재명계'인 김병욱·민형배 의원은 지난 1월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발의했고, 해당 법안은 현재 국회 정무위에서 논의 중이다.

하지만 이 법안에 대해선 "스타트업 기업에 대한 정부 규제가 새로운 시장의 성장을 막을 수 있고, 정부의 개입이 사업자 간 경쟁요소를 떨어뜨려 결과적으로 소비자 후생을 낮출 수 있다"는 반론도 거세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경기도에서의 정책 실험을 곧바로 입법 형태로 연결시키는 게 바람직한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박상훈 정치발전소 학교장은 “찬반양론이 강한 이슈를 통해 갈등을 격화시키면서 적극적인 지지층을 모으는 것”이라며 “다만 사회통합에 도움이 되는 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분도론’ 꺼낸 이낙연·정세균

“이 지사가 도내 지지층을 강화하며 경기도를 정치적 기반으로 삼는 ‘홈타운’ 전략을 펴고 있다”(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는 전문가들의 분석에 경쟁자들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총리는 경기도를 북도와 남도로 나누자는 분도론을 강조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지난달 30일엔 경기 의정부 소재 경기도 북부청사를 찾아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불가피하다”며 경기북도 신설을 전면에 꺼냈고, 정 전 총리도 지난 16일 “주민투표를 해 경기북도 설치를 결정하겠다”고 가세했다.

여권 대선주자인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오른쪽)이 지난달 30일 경기 의정부 소재 경기도청 북부청사를 방문해 김민철 민주당 의원(경기 의정부을)과 손을 맞잡고 있다. 이낙연 캠프

여권 대선주자인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오른쪽)이 지난달 30일 경기 의정부 소재 경기도청 북부청사를 방문해 김민철 민주당 의원(경기 의정부을)과 손을 맞잡고 있다. 이낙연 캠프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흔들려는 의도에 이 지사는 “분도는 정치인들이 국민이 아니라 자리를 위해 정치하는 대표적 케이스”(지난 3일)라며 반대입장을 펴고 있다.

그러나 이 지사와 대립하고 있는 조광한 남양주시장은 17일 페이스북에 “경기도를 남도와 북도로 나누는 효율적인 방안을 더 미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경기권의 한 초선 의원은 “이 지사가 경기도를 사실상 선거 도구화하고 있는데 이를 막는 상징적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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