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강세 동상이몽…자산가 "더 오른다" vs 개인 "고점, 지금 판다"

중앙일보

입력 2021.08.18 18:47

업데이트 2021.08.18 18:59

18일 달러당 원화값은 전날 보다 8.3원 오른 1168원 거래를 마쳤다. . 연합뉴스.

18일 달러당 원화값은 전날 보다 8.3원 오른 1168원 거래를 마쳤다. . 연합뉴스.

50억원 상당의 금융자산을 보유한 사업가 A(70)씨는 최근 원화값이 달러당 1180원 코앞까지 급락하자(환율 상승) 달러 매도 시기를 연말로 늦췄다. 올해 초 원화값이 달러당 1100원대일 때부터 달러를 분할 매수했던 A씨가 현재 보유한 달러 자산만 약 100만 달러(약 11억원)다.

A씨는 “그동안은 원화값이 달러당 1170원 선 아래로 떨어지면 팔 계획이었지만 최근 외환시장 변동성이 커지며 달러 몸값이 빠르게 올라 달러를 좀 더 보유하는 걸로 전략을 바꿨다”고 말했다.

달러당 원화값 추이.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달러당 원화값 추이.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원화값은 지난 9~17일 6거래일 연속 바닥 찍기 행진을 했다. 이 기간 동안 달러당 원화값은 34.2원이나 떨어졌다. 18일에도 달러당 1179.6원까지 급락하던 원화값은 정부의 구두개입으로 전날보다 8.3원 오른 달러당 1168원에 거래를 마쳤다. 7거래일 만에 반등이다.

하지만 이어지는 원화 약세 속 달러 투자자의 셈법은 복잡해졌다. 달러 몸값이 가장 비쌀 때 팔아야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데 달러값이 연일 고점(원화 약세, 환율 상승)을 높이고 있어서다. 달러값의 고공행진 속 자산가는 달러 매도 시기(타이밍)를 늦추고 있다는 게 금융권 프라이빗뱅커(PB)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김인응 우리은행 영업본부장은 "(자산가들은) 외국인의 증시 이탈, 조기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델타변이 확산 등의 변수가 사라지지 않는 한 달러 강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본다”며 “상당수가 달러 매도 시기를 기존 달러당 1170원에서 1200원까지 낮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서윤 하나은행 아시아선수촌 PB센터 부장 역시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며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달러 선호 현상도 커지고 있다”며 “보수적인 투자 시각을 지닌 자산가는 미국 금리 인상을 고려해 달러 매도 타이밍을 내년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반면 개인투자자와 기업은 일단 달러 팔기에 나선 모양새다. 18일 국내 4대 시중은행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달러예금 잔액은 475억9600만 달러(약 55조7100억원)로 나타났다. 5월 말(554억700만 달러)이후 두 달 반 사이 78억 달러 정도(약 9조원)감소했다. 원화값이 급격히 하락했던 시기와 맞물린다. '1달러=1170원대'를 고점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달러예금 잔액 추이.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올해 달러예금 잔액 추이.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자산가와 개인투자자의 달러 강세 동상이몽 속 향후 환율 흐름에 대한 시장 전문가의 의견은 나뉜다. ‘달러 강세가 당분간 이어진다’는 낙관론과 ‘추가 상승은 제한적이다’는 중립론이 팽배하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도가 계속되는 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조만간 테이퍼링에 나설 수 있어 달러 오름세는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외국인은 18일 국내 증시(코스피+코스닥)에서 820억원가량 팔았다. 순매도로 돌아선 지난 9일부터 7거래일 동안 7조6470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지난달 외국인 전체 순매도액(4조8900억원)의 1.6배 규모다. 이같은 외국인의 증시 이탈은 원화 약세를 압박하는 요인이다.

반면 달러 오름세가 제한적일 것으로 보는 전문가도 많다. 김효진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일주일 새 주요국 통화 중에서도 원화가 가장 큰 폭의 약세를 기록했다”며 “한국이 태국이나 필리핀보다 테이퍼링 이슈 등에 취약할 가능성은 낮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원은 "한국 펀더멘털(기초체력) 대비 최근 환율 급등은 과도했다고 덧붙였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 역시 “원화 약세 속도가 다른 통화 대비 지나치게 빨랐다”며 “오버슈팅 된 환율은 되돌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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