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어코 언론에 재갈 물리겠다는 與

與 "공개한다"더니 문 닫았다…언론중재법 안건조정위 통과

중앙일보

입력 2021.08.18 18:45

업데이트 2021.08.18 23:01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언론중재법) 심의를 위한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가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가운데 이달곤 안건조정위원회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1.8.18 임현동 기자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언론중재법) 심의를 위한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가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가운데 이달곤 안건조정위원회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1.8.18 임현동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18일 야당 불참 속에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에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단독 의결했다. 국민의힘은 전날 민주당의 상임위 일방통행을 저지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안건조정위 회부를 택했지만, 민주당은 ‘김의겸 알박기’로 이를 무력화했다.

안건조정위는 여·야의 이견이 심한 안건에 대해 해당 상임위원 3분의1 이상이 요구할 경우 구성해 최장 90일까지 숙의 기간을 갖도록 하는 장치다. 그러나 이날 민주당 소속 도종환 문체위원장이 6명의 조정위원 중 ‘제1교섭단체에 속하지 않는 조정위원 3인’에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을 포함시킨다고 국민의힘 측에 통보하면서 조정위는 시작부터 격돌 모드였다. 의결정족수(조정위원 3분의2 이상)를 채우기 위해 형식상 야당이지만 민주당 의원들보다 ‘언론재갈법’ 처리에 적극적인 김 의원을 앉힌 것이다. 국민의힘은 전날부터 “(김 의원을) 여당 몫 조정위원으로 지정하는 게 맞다”(이달곤 의원)고 요구했지만 묵살됐다.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언론중재법) 심의를 위한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가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가운데 비교섭단체 조정위원으로 선임된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왼쪽)이 국민의힘 조정위원으로 선임된 이달곤 안건조정위원회 위원장과 주먹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1.8.18 임현동 기자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언론중재법) 심의를 위한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가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가운데 비교섭단체 조정위원으로 선임된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왼쪽)이 국민의힘 조정위원으로 선임된 이달곤 안건조정위원회 위원장과 주먹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1.8.18 임현동 기자

오후 충돌 끝에 밤 8시에 다시 열린 안건정조위를 국민의힘 의원들이 보이콧하자 민주당과 열린민주당 의원들은 단독 의결을 강행했다. 회의 속개에 앞서 “기자들이 회의장 안에 들어오는 건 방역 수칙 때문에 안된다”“국회 의사중계시스템 직원이 퇴근해 중계가 불가능하다”는 등 민주당 의원들과 취재 허용을 요구하는 기자들과 실랑이도 벌어졌다.

전용기 민주당 의원은 이날 회의실 밖에서 취재 대기 중인 기자들에게 “기자분들이 유튜브든 어떤 방법으로든 중계하시는 걸로 하라. 우리는 회의를 오픈한 것”이라고 말해 공개의사를 내비쳤지만 전 의원이 회의장 안으로 들어간 뒤 문은 잠겼고, 그로부터 한 시간 뒤 의사봉을 두드리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4명의 의원은 밀실에서 전날 공개한 민주당의 수정안을 재수정했다. 핵심 독소 조항인 ‘법원의 고의·중과실 추정’요건을 일부 축소한 것이다. 안건조정위원장을 맡은 이병훈 민주당 의원은 “야당이 참석하지 않아 유감”이라면서 “다만 야당 의견을 수렴해 30조2항의 고의·중과실 추정 요건 6개 호를 4개로 줄이면서 현장에서 악용될 소지를 줄였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19일 오전 문체위 전체회의를 열어 개정안을 상임위에서 최종 의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가 1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가 1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국민의힘은 여당 독주 앞에 무력했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이 안건조정위를 단독으로 개의하자 “다시 깜깜이 소위원회다. 왜 이렇게 공개를 두려워하는 것이냐”고 따지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최 의원은 “일부 수정은 강행처리를 위한 명분 쌓기용”이라며 “언론자유를 침해하는 독소조항은 그대로”라고 비판했다.

비공개를 원하는 민주당과 공개를 요구하는 국민의힘과의 갈등은 낮부터 계속됐다. 여당이 회의를 언론에 공개하는 것을 거부하자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개인 유튜브 계정을 통한 생중계를 시도했다. 김승원 민주당 의원은 “유튜브 중계 중인데 다른 의원의 목소리가 들어가면 정보통신망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라고 비난했다. 이에 최 의원은 “국회법에 (모든 회의는) 공개하게 돼 있는 것을 불합리하게 공개를 막고 있는 것”이라고 맞섰다.

민주당은 8월 국회에서 언론중재법 처리를 일종의 필수 과업으로 여기고 있다. 이날 민주당은 회의 전부터 “언론중재법은 안건위에서 논의한 뒤 표결을 거쳐 오는 19일에는 상임위 전체회의에 회부해 처리하게 될 것”(고용진 수석대변인)이라고 못박았다. “이미 논의는 충분히 진행됐지만, 야당의 거듭된 반발에 민주당은 새로운 수정안까지 제출하며 적극적으로 협치에 나섰다”(윤호중 원내대표)며 명분도 쌓았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야당에 문체위원장 자리를 넘기기 전에 숙원사업인 언론중재법을 처리해야 한다는 진영 내 요구가 크다”고 말했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과 상임위원장 배분 정상화를 합의하면서 오는 25일 문체위원장 자리를 국민의힘에 넘기기로 합의했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가 1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2021.8.18 임현동 기자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가 1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2021.8.18 임현동 기자

민주당 강경파와 지도부의 폭주는 대선 주자들의 침묵과 관망 속에 전개되고 있다. 이낙연 전 대표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진행자 질문에 “대원칙으로는 어떤 법도 언론자유를 위축해선 안 된다”면서 “대부분 언론은 거기에 해당되지 않을 것이나 의도를 가지고 가짜 뉴스를 만드는 것에 대해선 책임을 엄하게 묻는 것이 옳다”고 원칙론을 반복했다.

‘조금 보완이 되더라도 이번 8월 국회에서 처리가 돼야 되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이 전 대표는 “시기는 당에서 원내지도부가 결정할 일”이라면서 “대원칙은 실현될 필요가 있다”고 한 발 물러선 답을 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난 2일 민주당 충북도당에서 열린 충북지역 기자간담회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두고 “5배로는 약하다. 고의적 악의적 가짜뉴스를 내면 언론사를 망하게 해야 한다”고 발언했다.입법 속도전이 본격화 이후론 입장 표명을 자제하고 있다.

익명을 원한 한 재선 의원은 “당 내부에도 사석에선 이 법안의 위험성에 대해 우려하는 의원들이 적지 않지만 강경 지지층의 요구를 외면할 수 없다는 암묵적 인식이 지도부와 주자들 사이에 공유돼 있다”며 “주자들은 당이 책임져 주길 바라는 입장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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