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건하면 대기업 연봉 나온다"···40만명 뛰어든 이 시험

중앙일보

입력 2021.08.18 18:12

업데이트 2021.08.18 21:18

공인중개사 자격시험 접수 인원이 역대 최대 규모를 경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공인중개사 관련 기출문제집 등이 놓여 있다. 2021.08.18

공인중개사 자격시험 접수 인원이 역대 최대 규모를 경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공인중개사 관련 기출문제집 등이 놓여 있다. 2021.08.18

집값 급등에 부동산 중개 시장이 호황을 맞으며 올해 공인중개사 시험에도 역대 최다 응시자가 몰렸다. 서울 평균 아파트값이 11억원에 달하며 건당 중개 수수료 역시 큰 폭으로 뛴 영향이다.

올해 시험에 40만명 접수...선발 인원은 2만명 안팎
정부, 중개료 낮추면서 중개사 수급 조절도 추진

18일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지난 13일 접수 마감한 제32회 공인중개사 시험에 40만8492명이 몰린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1차 시험(25만3542명)과 2차 시험(15만4950명)의 접수자를 합한 것으로 1983년 공인중개사 제도가 도입된 이후 가장 많다. 공인중개사 시험 접수자는 2019년 29만8227명에서 지난해 36만2754명으로 훌쩍 뛴 뒤 올해도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5년간 공인중개사 시험 응시자수.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최근 5년간 공인중개사 시험 응시자수.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공인중개사는 부동산 거래 금액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받기 때문에 집값이 비쌀수록 수입도 늘어난다. 최근 몇 년간 집값 급등세가 이어지며 기대 수익이 높아지자 자연스럽게 중개 시장에 새롭게 진입하려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일부 초고가 아파트 거래의 경우 중개수수료가 대기업 근로자의 연봉과 맞먹는 수준까지 올라섰다. 지난 4월 80억원에 거래된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80평)에 현행 최고 요율인 0.9%를 적용하면 매도·매수자의 중개수수료(부가세 포함)는 각각 7920만원이 된다. 이 한 건의 아파트 거래로 발생하는 중개수수료만 최대 1억5840만원에 달하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공인중개사의 개업은 늘고, 휴·폐업은 줄고 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전국의 각 지방자치단체에 신규 등록한 개업 공인중개사 숫자는 7922명으로 하루 52명꼴이다. 같은 기간 폐업을 한 공인중개사는 4791명, 휴업은 346명이다. 개업이 휴·폐업보다 1.54배 더 많았다. 공인중개사의 휴·폐업 대비 개업 비율을 2018년부터 연도별로 조사해본 결과 2018년 1.12배, 2019년 1.01배, 2020년 1.27배로 올해(1.54배)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공인중개사 개폐업 현황. [자료제공=한국공인중개사협회]

공인중개사 개폐업 현황. [자료제공=한국공인중개사협회]

수수료 개편 추진에 업계 "대부분은 영세" 반발

하지만 집값 급등에다 중개 수수료 부담까지 떠안게 된 소비자들의 불만도 커졌다. 이에 정부도 지난 2월부터 중개수수료 개편 작업에 들어간 상태다. 국토연구원의 연구와 토론회 등에서 논의된 내용 등을 토대로 이달 내 새 중개보수 체계를 공개할 예정이다. 6억원 이상 매매 거래 시 0.9%인 최고 요율을 현재보다 낮추는 방안이 유력하다. 이 경우 10억원 아파트 매매 시 최고 900만원이던 중개보수가 400만~500만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 것으로 보인다. 이 방안이 알려지자 중개사협회는 단식 투쟁에 돌입하는 등 크게 반발하고 있다.

중개업계에서는 경쟁이 치열해진 탓에 대다수 영세 공인중개사의 수입은 크게 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 개업 공인중개사 수는 11만786명(공인중개사 협회 집계)이었다. 지난 2017년(10만1965명)에 10만명을 돌파한 지 3년 만에 11만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말 기준 공인중개사 자격을 가진 사람의 숫자는 모두 46만6589명에 달한다. 지난 17일 국토연구원이 주최한 관련 토론회에서 김광호 공인중개사협회 사무총장은 "11만 명에 달하는 개업 공인중개사 가운데 55%가 간이 과세자인데 소득으로 보면 연간 1500만원"이라며 "4인 가족 최저 생계비가 월 290만 원, 연간 3500만 원인데 공인중개사들이 도대체 살 수가 없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이에 정부도 공인중개사 시험 방식을 현행 절대평가(1차 40점, 2차 60점)에서 2차 시험을 상대평가로 바꾸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매년 2만 명 안팎의 합격자 수를 시장 수급과 부동산 경기 등을 고려해 정부가 정하겠다는 것이다.

연도별 공인중개사 시험 합격자수.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연도별 공인중개사 시험 합격자수.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중개료 인하 무마용? … "시장에 맡겨야 소비자 편익 커져"

하지만 이런 움직임에 정부가 수수료 인하에 대한 반발을 달래려 신규 공인중개사 숫자를 조절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도 중개사협회의 거래 담합이 문제 되고 있는데 중개사 공급까지 줄어들면 협회의 권한이 비대해질 수 있다"며 "결국 피해는 소비자에게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17일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앞에서 한국공인중개사협회 회원들이 정부의 중개수수료 인하 추진 중단 촉구 집회를 갖던 중 한 참가자가 국토부에 항의하며 머리에 유리병을 부딪히자 다른 참가자가 저지하고 있다. 2021.8.17/뉴스1

17일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앞에서 한국공인중개사협회 회원들이 정부의 중개수수료 인하 추진 중단 촉구 집회를 갖던 중 한 참가자가 국토부에 항의하며 머리에 유리병을 부딪히자 다른 참가자가 저지하고 있다. 2021.8.17/뉴스1

정부가 나서 수수료율을 못 박거나 공인중개사 수를 조정하는 대신 경쟁과 시장의 수급기능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반값 수수료를 내건 '프롭테크'(중개 플랫폼)도 등장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한 프롭테크 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최소한의 가이드라인만 제공하고 시장에서 자연스러운 경쟁이 이뤄지도록 유도해야 한다"며 "대신 고비용 구조의 원인인 공인중개사법상 중개사무소의 의무 설치 등과 같은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