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보호법까지…공산당 홍색규제에 中 빅테크 사면초가

중앙일보

입력 2021.08.18 18:03

지난 10일 중국 베이징의 알리바바 건물 앞에서 한 시민이 전화통화를 하며 걸어가고 있다.[AP=연합뉴스]

지난 10일 중국 베이징의 알리바바 건물 앞에서 한 시민이 전화통화를 하며 걸어가고 있다.[AP=연합뉴스]

중국의 빅테크(거대 기술기업) 옥죄기가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반독점·데이터보안 규제에 이어 사상 유례없이 강력한 개인정보보호법으로 빅테크 통제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빅테크를 겨냥한 ‘홍색 규제’ 공세가 이어지면서 미국과 중국, 홍콩 증시에서 이들 기업의 주가는 자유낙하 중이다.

中, 역대급 개인정보 보호법 통과
최대 90억원 벌금…EU 보다 강력
정부의 개인 정보 접근은 그대로
인터넷 기업 겨냥한 규제라는 평가

중국의 빅테크 때리기의 최신 버전은 개인정보보호법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이번 주 개인정보보보호법을 통과시킬 수 있다고 18일 보도했다. 지난해 10월 초안이 공개된 뒤 의견수렴 등을 거쳐 현재 3차 심사 중이다.

중국이 국가 차원에서 처음으로 제정하는 개인정보보호법인 이 법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온라인 개인정보보호법인 유럽연합(EU)의 일반데이터보호규정(GDPR)과 내용이 유사해 ‘중국판 GDPR’로 불린다.

초안에 따르면 법은 개인정보를 취급하는 모든 단체나 개인이 데이터를 수집할 때 이용자의 사전 동의를 얻도록 했다. 사전 동의를 받더라도 데이터 수집은 최소화해야 한다.

만일 심각한 개인정보 침해 행위를 벌이면 최대 5000만 위안(약 90억원) 또는 전년 매출의 5%에 달하는 벌금을 내야 한다. ‘전년도 매출액의 최대 4%’를 벌금으로 부과하는 EU의 GDPR보다 엄격하다.

중국이 내건 명분은 시민 보호다. 무단으로 수집한 개인정보를 이용한 온라인 사기 피해가 늘면서 생긴 사회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WSJ은 “개인정보보호가 허술한 중국에서 온라인 활동은 벌거벗은 상태로 뛰어다니는 일로 불릴 정도”라며 “중국 대중은 데이터 수집 요건 강화를 요구해 왔다”고 전했다.

지난 5월 중국 상하이의 한 거리에 CCTV가 설치된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5월 중국 상하이의 한 거리에 CCTV가 설치된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그러나 개인정보보호법이 제정돼도 중국 당국의 추적과 감시엔 지장이 없다. 정부 기관의 개인정보 접근 허용 기준이 모호해서다. 개인정보보호법에서 정부 기관은 ‘법적으로 규정된 의무’를 수행할 경우 정보수집이 허용된다. WSJ이 “중국 정부의 개인 정보 접근권을 유지한다”고 해석한 이유다.

개인정보 보호라는 명분을 내걸었지만 결국 개인정보보호법은 중국 빅테크를 겨냥한 규제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그동안 중국 소비자의 대규모 고객정보를 활용해 급성장해온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 중국 빅테크 기업의 활동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윈스턴 마 뉴욕대 로스쿨 겸임교수는 “중국 기술기업들이 어떤 비용과 책임 없이 자유롭게 데이터를 수집하고 사용할 수 있던 시대는 끝났다”며 “개인정보보호법이 (기술기업을 겨냥한) 다른 규제와 결합하면 이들의 성장 속도는 둔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7월 중국 베이징의 한 쇼핑몰에서 한 시민이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7월 중국 베이징의 한 쇼핑몰에서 한 시민이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중국 빅테크 기업은 사면초가의 상태다. 개인정보보호법의 족쇄뿐만 아니라 중국 당국이 쏟아내는 규제 폭탄에 녹다운이 될 정도다. 반독점 당국인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은 지난 17일 ‘인터넷 부정경쟁 행위 금지 규정안’ 초안을 공개했다.

초안에선 인터넷 사업자가 기술적 수단을 동원해 이용자 선택권을 제약하거나, 특정 업체의 고객 유입량을 제한하는 등의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당국이 제시한 기준이 추상적이고 애매해 기존 빅테크 기업에 불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알리바바나 징둥(京東), 핀둬둬 등의 대형 전자상거래 플랫폼이 알고리즘으로 고객에 노출하는 업체와 상품 우선 순위배열의 불공정 여부 경계를 찾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국유기업이 빅테크 기업의 지분 인수까지 나서고 있다. 빅테크 기업에 대한 정부의 입김이 더 세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틱톡 운영사인 바이트댄스의 계열사 베이징바이트댄스테크놀로지는 지난 4월 지분 1%를 국유기업인 왕터우중원에 팔고 이사 1명(정원은 3명)을 선임할 권한도 부여했다.

규제 광풍에 중국 기업은 ‘전관예우’로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중국 금융감독기관이나 산업부, 정보당국 출신 공무원에 대한 기업 스카우트 수요가 최근 커졌다. 기업들이 이들에 제시하는 연봉은 50만 달러(약 6억원)에 육박한다. 중국 공무원 평균 급여의 60배다.

미국 증시에서 폭락하는 중국 기업 주가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미국 증시에서 폭락하는 중국 기업 주가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중국의 빅테크 때리기에 난감한 건 투자자다. 지난 17일 홍콩증시에서 바이두(百度)와 넷이즈(網易), 텐센트(騰訊), 알리바바 주가는 4~5% 이상 급락했다.

17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도 ‘나스닥 골든드래곤차이나지수(HXC)’가 2.38% 급락하며 6일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이 지수는 미국에 상장된 98개 중국 기업을 담고 있다. 개별 기업으로도 텐센트산하 텐센트 뮤직이 12.3% 폭락하고 알리바바(-4.9%), 징둥(-3.6%) 바이두(-2.8%) 모두 급락했다.

UBS의 레이멍 애널리스트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이번 인터넷 규제는 각 부처에서 통합적으로 이뤄지며 최소 연말까지 계속될 것”이라며 “따라서 중국 대형 기술주 가격이 아직 바닥에 도달했다고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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