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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호크 등 첨단 美무기, 탈레반 손 들어갔다" 백악관 시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W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17일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W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17일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점령한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인과 미국 및 동맹에 협조한 아프간인을 구출하는 작전이 궤도에 올랐다고 17일(현지시간) 밝혔다.

백악관 브리핑서 시인 #"고가무기 탈레반에 넘어가" #남은 미국인 탈출 최대 과제

현재로써 바이든 대통령과 미국 정부가 아프간에서 혼란과 인권 참사를 일으킨 데 대한 국제사회 비판을 극복하는 최소한의 방법은 민간인 구출 작전에 성공하는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또 백악관은 아프간에 지원한 블랙호크 등 천문학적 가격의 고급 무기·장비 상당량이 탈레반 손에 들어갔다고 시인했다.

"17일 하루 미국인 1100명 탈출"

미 국방부는 아프간을 떠나려는 패닉 행렬이 몰리면서 카불 국제공항이 아수라장이 된 지난 이틀간 상황이 정리되고, 군 수송기가 대규모로 인력을 실어나르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공항은 미국 통제 속에 있으며, 현재 카불에 미군 약 4000명이 주둔해 있다"고 밝혔다.

행크 테일러 미 합참 소장은 전날 약 2500명의 미군이 있었지만, 밤사이 C-17 전투기 9대가 장비와 미군 1000명을 싣고 공항에 내려 주둔병력이 4000명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또 C-17 7대가 승객 700~800명을 태우고 이륙했으며, 이 가운데 미국인은 165명이라고 전했다. 나머지는 미군에 협조한 아프간인과 제3국적자다.

국방부는 구출 작전이 속도를 내면 앞으로 하루 5000~9000명을 수송하고, 이를 위해 한 시간에 항공기 1대씩 뜨고 내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백악관 관계자는 현재 아프간 탈출을 기다리고 있는 미국인은 최소 1만1000명이라고 밝혔다고 CNN이 전했다. 특별이민비자(SIV) 프로그램으로 미국에 건너가려는 아프간인과 그 가족은 최소 8만 명에 이른다.

"미국인 데려오는 데 모든 노력 집중"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별도 브리핑에서 "공항 주변에서 잠재적인 테러 위협을 예방하고 감시하면서 미국인과 아프간인을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데려오는 데에 모든 노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설리번은 "탈레반이 공항을 통해 외국으로 나가는 민간인의 안전한 통행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우리에게 알려왔다"면서 "우리는 그 약속을 지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곧바로 "탈레반을 믿느냐"는 질문이 나왔지만, 답하지 않았다.

탈레반이 언제까지 그 약속을 지키겠다고 했는지 구체적인 시점을 묻는 말에도 답하지 않았다.

바이든 행정부는 8월 31일까지 미군을 철수하겠다고 공언한 상태여서, 미국인 등 구출 작전도 이날을 기점으로 완료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8월 31일까지 미국인이 모두 빠져나오지 못하면 미군은 9월 이후에도 아프간에 남을 것이냐는 질문에 설리번 보좌관은 "가정형 질문에는 답하지 않겠다"고 했다.

설리번의 기자회견은 탈레반이 아프간을 점령한 후 바이든의 국가안보팀 수장 가운데 처음 연 것이다. 전날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간 철군과 관련한 대국민 연설을 했지만, 쏟아지는 기자들 질문을 외면하고 퇴장했다.

"블랙호크, 탈레반 손에 들어가" 

설리번은 한 기자가 미군이 아프간군에 지원한 블랙호크 등 고가 무기가 결국 탈레반 손에 넘어간 것을 지적하자 "블랙호크는 탈레반에게 준 것이 아니라 아프간군이 자신을 방어할 수 있도록 준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지난 6월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이 백악관을 방문했을 때도 추가 대공 능력이 필요하다며 요구했다고 전했다.

설리번은 "바이든 대통령은 탈레반 손에 넘어갈 위험을 생각해 무기를 주지 않거나, 자기 나라를 방어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줄 수도 있는데, 대통령에게도 어려운 선택이었다고 옹호했다.

설리번은 "모든 무기가 어디로 사라졌는지 명확하게 알 수 없지만, 상당량은 탈레반 손에 넘어간 것은 확실하다"면서 미군이 철수할 때 미국에 넘겨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권 박탈 위기에 처한 차세대 아프간 여성과 소녀들에게 한마디 해달라는 질문에 설리번은 마음이 아프다면서도 "이건 단지 여성과 소녀들을 구하는 것과 여성과 소녀를 구하지 않는 것 사이의 선택이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설리번은 미군이 아프간에 주둔하지 않는다고 이 문제를 외면하는 것은 아니라면서 "동맹 및 파트너와 함께 우리가 가진 모든 도구와 영향력을 사용해 여성과 소녀들이 직면하게 될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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