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후보냐”“일본 사람이냐”…최재형·유승민 ‘역선택’공방

중앙일보

입력 2021.08.18 16:22

업데이트 2021.08.18 16:36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최재형(왼쪽) 전 감사원장과 유승민 전 의원. 중앙포토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최재형(왼쪽) 전 감사원장과 유승민 전 의원. 중앙포토

최근 발표된 여러 대선 여론조사에선 일관된 흐름이 하나 존재한다. 여야 대선 주자 모두를 놓고 비교할 때보다 야권 대선 주자끼리만 비교할 때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경쟁력이 더 낮게 나온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예시가 TBS 의뢰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조사해 지난 9일 발표한 내용이다. 해당 조사에 따르면 최재형 전 원장은 여야 후보 모두가 포함된 경우 6.1%를 기록해 이재명 경기지사(28.4%), 윤석열 전 검찰총장(28.3%),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16.2%)에 이은 네 번째였다. 야권 주자로는 두 번째였다.

반면 야권 후보만 놓고 비교할 경우 최 전 원장은 5.3%를 얻어 윤석열 전 총장(30.5%), 홍준표 의원(13.6%), 유승민 전 의원(10.2%), 원희룡 전 제주지사(5.7%),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5.4%)에 이은 여섯 번째였다. 이 결과의 여파로 일주일 뒤인 지난 16일 공개된 같은 조사에서 최 전 원장은 여야 각 5명씩 10명으로 한정한 조사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쉽게 말해 여론조사 ‘컷 오프(원천배제)’를 당한 셈이다. KSOI 조사에 비해선 덜하지만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이같은 현상은 대부분 나타나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전체 순위와 야권 순위 다른 조사 잇따르며 ‘역선택’ 논란 

문제는 이러한 경향성에서 파생하고 있다. 여야 후보 모두를 놓고 조사할 때는 여권 지지 성향 응답자가 대체로 여권 후보를 선택한다. 하지만 야권 후보만 따로 조사할 때는 여권 지지자가 야권 후보를 선택하게 되고, 그 결과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느냐를 놓고 야권 후보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야권 후보만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는 최 전 원장과 윤석열 전 총장 측은 “역선택에 따른 결과”로 본다. 그래서 실제 경선 때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상대적으로 이득을 보는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 측은 이를 ‘후보의 확장성’의 결과로 보고 경선 때 막을 이유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역선택을 둘러싼 국민의힘 내 논란이 커진 건 경선준비위원회(위원장 서병수)가 지난 3일 “경선 여론조사 때 역선택 방지 조항을 넣지 않겠다”고 공표하면서였다. 최근 예비후보자 토론회 개최 논란과 맞물려 ‘경선관리위원회가 아닌 경선준비위가 경선 규칙에 관여하는 게 월권이냐, 아니냐’의 논쟁이 붙었다.

윤석열 측 “역선택 부작용 우려 국민 적지 않다”

홍준표 의원은 지난 16일 페이스북에 “한때 저를 보고 확장성이 없다고 지적한 적이 참 많았다”며 “(진보 진영 등에서 지지율이 올라가자) 이제는 역선택이라고 비난한다”고 적었다. 이튿날인 지난 17일 윤석열 전 총장 캠프의 김병민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범여권 성향의 전폭적인 지지가 모이는 결과를 두고, 역선택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국민이 적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후보는 유승민 전 의원과 최재형 전 원장이다. 최 원장 측은 18일 논평에서 “유승민 전 의원은 민주당 후보냐”며 “국민의힘 경선에서 민주당 지지자들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지지도를 올리는 게 과연 상식적인 주장이냐”고 했다.

전날 유 전 의원 캠프의 권성주 대변인이 “역선택 방지 운운하는 것은 그만큼 대선 주자로서 자신 없음을 실토하는 것이다. 엉뚱한 궤변을 늘어놓지 말고 들어가시라”라고 논평한 걸 맞받은 것이다. 그러자 유 전 의원 측은 이날 곧바로 “최재형 후보 측의 ‘유승민 민주당 후보’ 발언은 중도 포기 선언과 마찬가지”라고 반격했다.

최재형·유승민, 직접 역선택 문제 발언하며 공방

후보들도 직접 나섰다. 최재형 전 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여론조사의 가장 핵심은 국민 뜻이 정확히 반영되는 것이 전제될 때 의미가 있다”며 “(역선택 방지는) 선거와 경선의 신뢰성·공정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고 말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취재진을 만나 “국민의힘 지지자만 한정해서 경선하자고 하면 왜 100% 국민 여론조사를 하겠느냐. 당원끼리 하고 치우지”라고 말했다. 그런 뒤 전날 최 전 원장 캠프의 박대출 전략총괄본부장이 역선택 문제를 거론하며 “일본 사람이 손흥민 선수를 한국 (축구) 대표로 뽑겠느냐”고 비유한 데 대해선 “어이 없었다. 국민의힘을 지지 안 하면 일본 사람이냐.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서병수 경선준비위원장이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선거 경선 예비후보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서병수 경선준비위원장이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선거 경선 예비후보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오전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도 역선택 문제를 놓고 서병수 경선준비위원장과 박대출 본부장 간의 언쟁이 있었다고 한다. 일각에서 “경선준비위의 월권”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역선택 방지 장치 문제에 대해 서 위원장이 “경선 규칙의 최종 결정은 최고위원회가 하게 돼 있다”는 취지로 발언하자 박 본부장이 “애초에 경선준비위는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다루면 안 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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