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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짐승" 황교익 거친 입…이재명 선택에 달렸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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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5일 황교익씨(왼쪽) 유튜브 채널에 출연한 이재명 경기도지사. [사진 황교익 TV 캡쳐]

지난달 15일 황교익씨(왼쪽) 유튜브 채널에 출연한 이재명 경기도지사. [사진 황교익 TV 캡쳐]

경기관광공사 사장에 내정된 칼럼니스트 황교익씨를 둘러싼 더불어민주당 내부 갈등이 갈수록 태산이다.

이낙연 전 대표 측은 2018년 이재명 경기지사의 ‘형수 욕설’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한 황씨를 이 지사가 경기관광공사 사장으로 임명한 건 보은인사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황씨가 이에 극렬 반발한 데 이어 17일 “황씨는 도쿄·오사카 관광공사에 맞을 분”(이낙연캠프 신경민 전 의원) “이낙연은 일본 총리하세요”(황교익) 등 공방을 주고 받으며 갈등이 격화됐다.

이후 황씨는 “내게 친일 프레임을 덮어씌운 이낙연 측 사람들은 인간도 아닌 짐승"," 오늘부터 청문회 전까지 오로지 이낙연의 정치적 생명을 끊는 데에 집중하겠다”란 입장을 쏟아냈다. 황씨는 또 이 전 대표가 나루히토 일왕 즉위식에 연미복을 입고 참석한 걸 거론하며 “이왕 이렇게 된 것, 이낙연이 친일인가 차근차근 따져보자”고도 했다.

당 일각에서는 "이쯤되면 막말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그러자 민주당 대선주자들 이 18일 앞다퉈 “이재명 지사가 결자해지 하고 임명을 철회하라”는 주문을 내놓았다.

정세균·박용진 “이재명이 결자해지해라”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지난 17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지난 17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정세균 전 총리는 “황씨의 ‘인간 아닌 짐승’ ‘정치적 생명 끊는 데 집중’ 등 막말 대응은 자신을 임명한 임명권자(이 지사)를 욕보이는 일”이라며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말로 민주 진영 전체를 난처하게 만들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재명 후보는 황씨에 대한 내정을 하루 속히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박용진 의원은 “황씨는 문재인 정부의 초대 총리, 우리 당의 당대표를 지냈고 현재 민주당 대통령 경선 후보인 이낙연 후보에 대해 '정치생명을 끊겠다'는 등의 섬뜩한 표현을 사용하며 갈등을 격화시키고 있다. 오늘 이후 황씨가 보여준 각종 발언들과 이로 인한 논란은 이재명 후보의 책임이 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이어 “이재명 후보는 황씨 내정을 철회하고 결자해지하기 바란다. 그게 합당한 길”이라고 덧붙였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도 이날 오후 국립서울현충원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뒤 기자들과 만나 “황씨의 발언은 금도를 벗어난 과한 발언이 아닌가 생각한다. 자세한 상황은 모르지만, 논란의 과정을 통해 상식에 맞게 정리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황씨는 송 대표 발언이 알려진 뒤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금도는 송 대표님 당의 정치인(이 전 대표)이 먼저 넘었다. 제게 사과시키면 저도 사과할 용의가 있다”고 반박했다.

특정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의원들 사이에서는 “너무 날 선 이야기가 나온다. 이러다가 아물지 않을 상처가 될 것 같아 걱정이다. 이유불문, 그만하셨으면 한다”(윤건영 의원)는 우려가 나왔다.

계륵된 황교익…캠프 내 강행·철회론 동시 분출

갈등이 격화하면서 칼자루를 쥔 이재명 지사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이 지사는 일단 전날(17일) 오후 본경선 4차 TV토론에서 “보은인사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그분 나름 전문성을 가진 훌륭한 음식문화 전문가”라며 “도의회 인사청문회, 국민 여론을 보고 정하겠다”고 황씨를 감쌌다.

그러나 이재명 캠프 내부에선 지명 철회·강행론이 모두 분출되는 상황이다.
캠프 소속 한 의원은 “옳다고 믿으면 주변에서 어떤 저항이 있든지 밀고 나가는 게 이재명 스타일이다.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며 “전문성·기획력이 뛰어난데 보은인사라는 건 괜한 트집”이라고 '지명 강행'쪽 의견을 냈다.

반면 이 지사 주변에서도 "내정 철회"목소리가 꽤 있다. 캠프 관계자는 “캠프 내에서도 '빠른 지명 철회가 좋겠다'는 보고가 이미 올라갔다. 청문회를 거친 뒤 철회를 한다는 식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결국은 이 지사 선택에 달렸다”고 말했다.

이처럼 일단 30일로 예정된 경기도의회 청문회까지는 지켜보자는 주장이 많다고 하는데, 캠프 내 다른 관계자는 “청문회까지 열흘 이상 남아있는 게 문제다. 내정자 신분으로 계속 난타를 당할 수 있다는 게 위험 요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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