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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서비스 ‘구독화’급물살…위기의 소상공인이 살 길은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전호겸의 구독경제로 보는 세상(9)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구글, 아마존은 전 세계 증시의 시가총액 1~4위를 차지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우리는 이들 대기업의 앞글자를 따 ‘MAGA’라고 부른다. MAGA의 영향력은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한 기업의 시가총액이 G7에 해당하는 선진국의 경제 규모에 버금간다. 크기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 미치는 영향력도 엄청나다. 미래를 선도하는 비즈니스모델을 가지고 있고, 수많은 외부 협력업체가 있다. 미국 주식시장의 약 20%를 MAGA가 차지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뉴욕 월스트리트의 나스닥 거래소 입구. [중앙포토]

뉴욕 월스트리트의 나스닥 거래소 입구. [중앙포토]

그런 MAGA의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구독경제 회사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진화는 완료된 상태이고 발전 단계에 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한 듯하다. 우리가 모두 아는 마이크로소프트는 MS윈도우·오피스·Azure, 구글은 ‘구독과 좋아요’로 대표되는 유튜브, 아마존은 아마존프라임·AWS 등 정말 많은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심지어 우주도 구독하고 있다. 작년에 마이크로소프트 등은 인공위성을 이용할 수 있는 클라우드 구독 서비스를 내놓았을 정도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제품과 서비스가 구독화하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아마존의 구독경제 비즈니스 모델인 ‘아마존프라임’을 벤치마킹한 ‘로켓와우클럽’이라는 구독 서비스를 통해 급성장하였고, 결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까지 했다. 로켓와우클럽은 2900원이라는 저렴한 구독료로 무료 배송, 반품, 새벽 배송 등 배송 및 결제의 편리함에 중점을 둔 전략을 펼쳐 구독자(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기존의 유통 대기업들은 소비자의 불편에 대해 고민하지 않다가 쿠팡에 무기력하게 밀리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 굴지의 대기업도 생존을 위해 구독 서비스 회사로 급속하게 전환하고 있다. 네이버, 카카오도 구독경제 비즈니스 모델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해외 사례가 아니라 국내 대기업의 구독경제 진화 관련 내용만 정리해도 책 한권이 훌쩍 넘어갈 정도로 다양하고 다채롭다.

2023년 서비스의 75% 구독화…소상공인 생태계 소멸? 

미국 주오라의 발표에 의하면 작년 ‘코로나19’가 한창일 때 구독 서비스 회사 10개 중 9개 회사는 성장 또는 유지했다. 코로나 같은 위기로 다들 망해갈 때 구독경제 회사는 성장했다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구독경제의 특성상 위기에도 안정적인 수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MAGA, 테슬라 같은 글로벌 기업 및 국내 대기업이 구독경제 회사로 진화하고 있다.

미국의 가트너는 2023년이 되면 서비스의 75%가 구독화될 것이라는 예측을 발표했다. 예측대로 앞으로 3년 안에 75%의 서비스가 구독화된다면, 구독경제에 적응하지 못한 중소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는 자연스레 생존의 위험에 직면할 것이다.

구독경제는 피할 수 없는 혁신이다. 그런데 혁신은 누군가의 희생을 기반으로 하는 경우가 상당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혁신과정에서 소외된 자의 배려는 필수라고 생각한다. 구독경제 시대 도래가 중소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 우리 이웃에게 새로운 아픔이 될까 우려가 깊다.

구독경제는 소상공인 경제 활성화로 일자리와 세수를 늘릴 수 있는 선순환의 상생 모델이라 할 수 있다. [사진 pixabay]

구독경제는 소상공인 경제 활성화로 일자리와 세수를 늘릴 수 있는 선순환의 상생 모델이라 할 수 있다. [사진 pixabay]

구독경제는 신뢰 자본과 편리함이 필수 조건이다. 이를 위해서는 접근과 결제가 편리한 홈페이지와 배송 시스템은 기본이다. 대부분의 소상공인, 자영업자는 이런 기본적인 홈페이지 및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신뢰 자본 구축과 디지털전환 지원이 시급하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흩어져 있다. 당장 하루하루 물건을 팔기도 버겁기 때문에 소비자 데이터 분석을 통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 큐레이션 및 개발은 언감생심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심지어 홈페이지, 결제시스템 등 기본적인 디지털 전환조차 어렵다. 만든다고 해도 지속해서 유지하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소상공인을 위한 구독경제 생태계를 우리 사회가 먼저 조성해줘야 한다.

김현성 중소기업유통센터 소상공인디지털본부장은 “소상공인은 변화에 전략적으로 대응하는 별도의 조직과 예산을 갖추기 어렵기 때문에 디지털 경제가 소상공인에게 기회가 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마중물 역할을 공공 부문에서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남운선 경기도의원이 ‘경기도 구독경제 활성화 지원’조례안을 추진해 지자체 최초로 통과시켰다. 중소기업벤처부, 중소기업유통센터, 경기도, 경북도, K-디지노믹스(Diginomics) 등에서도 소상공인 구독경제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번 달 제42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홍남기 부총리가 소상공인 구독경제 관련 정책을 발표했다. 주요 발언내용은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해 피해지원, 매출 회복 노력과 함께 코로나 이후에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새 비즈니스 모델 창출 등 근본적인 지원책을 강구’, ‘2022년까지 구독경제에 참여하는 소상공인 3000개사를 육성하고 확산할 수 있도록 지원’ 등이다.

소상공인 구독경제 생태계 조성의 마중물 역할을 정부(공공 부문)에서 시작한다는 것은 뜻깊은 일이다. 나는 몇 년 전부터 ‘소상공인 구독경제’의 개념을 정립하고 더오래 지면을 통해 사례와 방안을 여러 차례 제시했다. 경제부처, 광역지자체, 공공기관 등에도 소상공인 구독경제 관련 자문을 해주었다.

정부 및 공공부문에서 소상공인·자영업자·스타트업이 양질의 제품과 서비스를 발굴해 신뢰 자본을 구축하고 디지털 전환을 할 수 있게끔 지원해 줘야 한다. 정부 또는 공공기관이 품질과 서비스에 대해 보증을 해준다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믿고 구독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양질의 제품과 서비스를 ‘소상공인 구독경제 플랫폼’을 통해 판매한다면 안정적인 수입 확보 및 새로운 사업 기회가 증대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소상공인들은 자연스레 플랫폼 운영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기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국민의 세금이 들어가지 않게 될 것이다. 소상공인의 수익 증대는 자연스레 일자리와 투자로 이어질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플랫폼 운영료 수익과 새로운 세수를 기대할 수도 있다.

소상공인 구독경제 생태계 조성으로 소비자는 질 좋고 합리적인 가격의 제품과 서비스를 받으면서 우리 이웃을 지킬 수 있다. 구독경제는 소상공인 경제 활성화로 일자리와 세수를 늘릴 수 있는 선순환의 상생 모델인 것이다.

또 다른 국가적 위기의 서막 

국제통화기금(IMF) 본사. [EPA=연합뉴스]

국제통화기금(IMF) 본사. [EPA=연합뉴스]

글로벌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가 구독경제로 전환을 완료하고, 발전해가고 있는 지금 우리는 세상의 변화에 또 한발 뒤떨어져 있다.

구독경제와 ID경제를 통해 반복되는 위기에서 이제 벗어나야 한다. 지금이 바로 혁신 경제를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자, 죽어가는 우리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이다. 구독경제는 상생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의 해외수출, 복지 논란, 스타트업 및 청년 창업의 어려움, 세대 갈등의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다. 이와 관련된 내용을 다음 회부터 풀어가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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