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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트럼프 서로 딴 얘기, 친서 러브레터 아니었다"

중앙일보

입력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친밀감을 과시하며 주고받은 친서가 ‘동상이몽’이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로버트 칼린 전 미 국무부 정보조사국 동북아 담당관이 최근 외교 전문지 '포린 폴리시'에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러브레터의 진정한 교훈″이라는 글을 기고했다. [포린 폴리시 캡처]

로버트 칼린 전 미 국무부 정보조사국 동북아 담당관이 최근 외교 전문지 '포린 폴리시'에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러브레터의 진정한 교훈″이라는 글을 기고했다. [포린 폴리시 캡처]

트럼프 행정부 시절 국무부 정보조사국 동북아 담당관을 지낸 로버트 칼린 미국 스탠퍼드대 안보협력센터 객원연구원이 최근 ‘트럼프-김정은 러브레터의 실제 교훈’(The Real Lessons of the Trump-Kim Love Letters)이란 제목으로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에 기고한 글에서다.

로버트 칼린 전 국무부 정보조사국 동북아 담당관 기고 #"친서, 극적역할 했지만 상호간 잘못된 인식 담고 있어" #"金 한미 연합훈련 지속 상황서 실무협상 의미 없어"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20여 차례의 친서를 주고받으며 친분을 보였는데, 일각에선 친서를 ‘러브레터’로 표현하곤 했다.

칼린 담당관은 두 사람의 친서를 분석해 “지도자 간의 친서 교환이 북ㆍ미처럼 극적인 역할을 해온 양국 관계는 없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2018년 4월부터 2019년 8월까지 김 위원장과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주고받은 27통의 친서는 ‘아름다운 편지’라는 전술적 속임수, 간사한 아첨, 심리적 책략이 담겨 있다”며 “더구나 북ㆍ미가 수십 년간 적대 관계에서 정상적인 관계로 접근하는 데 있어 상호 간 잘못된 인식(misperceptions)을 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친서들은 단순한 러브레터가 아니라 양측의 근본적인 오해를 드러내고 있다”며 “2019년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결별의 발판은 아마도 친서들이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칼린 담당관이 집중적으로 소개한 김 위원장의 친서엔 한ㆍ미 연합훈련이 지속되는 것에 대한 유감을 표하는 대목이 눈길을 끈다. 전격적으로 성사된 판문점 북ㆍ미 정상 회동(2019년 6월 30일)이 있은 지 한 달여 뒤인 그해 8월 5일 자 친서에서 김 위원장은 “나는 향후 실무협상이 이뤄지기 전에 이 훈련이 취소되거나 연기될 것으로 기대했다”며 “명확히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 측에서 골칫거리로 생각하는 미사일 위협이나 핵 문제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우리(북)의 안전을 위협하는 미국 측과 한국군의 군사행동”이라며 “이런 요소가 사라질 때까지 변화된 결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또 “이런 상황에서 (양국의) 실무협상을 지속하는 건 의미가 없다”며 “내가 매우 원하는 제재완화가 논의되지 않을 것이 명백하고 정상 간 네 번째 만남이 이뤄질 장소에 대한 것도 아닐 것이 분명하지 않냐”고 반문했다. 김 위원장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 직ㆍ간접적인 대화에서 노골적으로 한ㆍ미 연합훈련 실시에 강한 불만을 드러낸 셈이다.

북한은 지난달 27일 남북 신뢰회복을 기대한다는 입장을 내고 413일간 중단됐던 남북 통신선을 연결했지만, 한ㆍ미 연합훈련을 이유로 2주만인 10일과 11일 각각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과 김영철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군사적 행동을 시사하는 담화를 내고 일방적으로 통신선을 차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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