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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문제, 책임 없다” 배민·요기요 약관 시정…‘새우튀김 갑질’ 쿠팡이츠도 조사

중앙일보

입력

공정거래위원회가 ‘배달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일절 책임지지 않는다’는 배달애플리케이션(앱) 약관이 불공정하다고 지적했다. 소비자의 후기(리뷰)를 일방적으로 삭제할 수 있었던 권한도 없앴다. 공정위는 지난 6월 서울의 한 분식집에서 소비자의 악성 ‘새우튀김 1개 환불 요구’로 불거진 쿠팡이츠의 불공정 약관 논란에 대해서도 심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18일 배달의민족(배민)·요기요 등 배달앱 사업자가 소비자·음식점주와 체결한 약관을 심사해 불공정한 조항을 고쳤다고 밝혔다. 배민과 요기요는 배달앱 시장의 약 90%를 점유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 거리에서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배달원이 운행하고 있는 모습. 뉴스1

서울 종로구 거리에서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배달원이 운행하고 있는 모습. 뉴스1

배달 불만 쌓이면 배달앱도 귀책사유

공정위 심사 결과 배민과 요기요는 기존 이용약관에서 ‘주문과 배달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로 소비자에게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배달앱은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는다’며 법적 책임을 스스로 면제했다. 공정위는 “약관법상 사업자의 고의·중과실로 인한 법률상 책임을 배제하는 조항은 무효”라며 배달앱에 귀책사유가 있다면 책임 부담을 지도록 했다.

예컨대 특정 음식점의 배달이 항상 늦거나, 음식 일부가 없어지는 등 배달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해 쌓인 소비자 불만이 배달앱 사업자에 전달이 되고, 사업자가 해당 사실을 알았는데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경우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이다. 황윤환 공정위 약관심사과장은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는다’는 문구에 따라 문제가 발생해도 배달앱이 면책을 받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배민·요기요가 소비자의 리뷰 등 게시물을 사전 통보 없이 삭제할 수 있도록 한 조항도 고치도록 했다. 단 소비자 게시물의 내용 등에 조치가 필요할 경우 차단(블라인드) 등 임시 조치는 즉시 취할 수 있게 하고, 영구적으로 삭제해야 한다면 사전에 소비자에게 통지하도록 시정했다.

소비자에 대한 손해배상의 방식·액수 등을 배달앱 사업자가 자의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은 삭제하도록 했다. 또 소비자가 탈퇴한 뒤 소비자의 게시물을 동의 절차 없이 제3자와 공유하는 조항, 사업자가 일방적으로 소비자와의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한 조항도 고쳤다.

배민·요기요가 음식점주와 체결한 약관에서도 불공정 조항이 있었다. 요기요의 경우 음식업주에게 통보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조항을 갖고 있었으나, 공정위는 “구체적 사유를 적시해 자의적으로 판단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배민·요기요는 음식점주와의 약관에서도 리뷰 등 게시물을 사전 통보 없이 삭제하는 조항, 탈퇴 후 게시물을 동의 없이 제3자와 공유하는 조항 등을 갖고 있어 시정 조치를 받았다. 배민·요기요는 이르면 이달 말, 다음달 중으로 변경한 약관을 적용할 예정이다.

6월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새우튀김 갑질 방조 쿠팡이츠 불공정약관심사 청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쿠팡이츠 판매자용 약관의 불공정 조항 시정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6월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새우튀김 갑질 방조 쿠팡이츠 불공정약관심사 청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쿠팡이츠 판매자용 약관의 불공정 조항 시정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새우튀김 갑질 사건’ 쿠팡이츠 약관도 심사 중

공정위는 6월 말 시민단체가 제기한 쿠팡이츠의 불공정 약관도 들여다보고 있다고 이날 밝혔다. 앞서 서울 동작구의 한 분식집 사장은 ‘새우튀김 3개 중 1개의 색깔이 이상하니 환불해 달라’는 소비자의 악성 민원 때문에 쿠팡이츠 측과 계속되는 통화 중 뇌출혈로 쓰러졌고, 지난달 말 숨졌다.

당시 시민단체는 쿠팡이츠 약관에서 음식점주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조항 중 ‘상품이나 서비스 품질에 대한 고객의 평가가 현저히 낮다고 회사(쿠팡이츠)가 판단하는 경우’ ‘거래한 고객으로부터 민원이 빈발해 판매자로 부적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등의 내용이 불공정하다고 지적했다. 박승미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정책위원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점주가 ‘내가 이런 사유로 해지 당하겠구나’ ‘이용제한을 당하겠구나’ 하는 예상이 가능하게 구체적이어야 하는데 쿠팡이츠 약관은 예상할 수 없게 규정돼 있고 구체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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