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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어우두, 미러클 두산은 글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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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KBO리그에서 '어우두(어차피 우승은 두산)'란 말이 사라졌다. 두산은 지난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올랐고, 그중 세 번(2015, 2016, 2019)이나 우승했다. 매년 전문가들이 꼽는 5강 후보에 당연하게 이름을 올렸다. 시즌 중 5강 밖으로 떨어져도 막판이 되면 거짓말처럼 위로 치고 올라가 '미러클 두산'이라는 별명도 붙었다.

두산 선수들. [연합뉴스]

두산 선수들. [연합뉴스]

그러나 올해는 심상치 않다. 이러다가는 가을야구도 못할 수 있다. 두산은 17일 현재 38승 41패로 7위에 올라있다. 1위 KT와는 승차가 9경기나 난다. 지난 2019년 1위였던 SK와 승차 9경기 차를 뒤집고 우승했던 것처럼 또 기적을 기대하는 팬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상황은 그때와 다르다. 당시 두산은 2위였다. 일찌감치 5강이 정해지면서 순위 싸움이 치열하지 않았다.

올해는 1위부터 5위까지 5.5경기 차로 혼전이다. 1위를 놓고 KT와 LG가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3위 삼성도 시즌 초반 1위에 오르는 등 저력을 보여줬다. 단골 가을야구 팀인 4위 키움과 6위 NC는 코로나19 방역수칙 위반 논란에도 고군분투하고 있다. 5위 SSG는 부상자가 속출해 하락세지만 5강을 지키고 있다. 어느 팀도 쉽게 물러날 생각이 없다.

두산은 지난 6월 5일 2위를 찍은 후 계속 하락하다 7위에 굳어졌다. 6위 NC와는 2.5경기 차, 5위 SSG와 3.5경기 차다. 우선 두 팀을 제쳐야 포스트시즌 마지노선인 5위를 바라볼 수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KBO리그 중단과 올림픽 휴식기를 더해 한 달 쉬면서 후반기를 준비했지만 신통치 않다.

선발 투수진 무게가 떨어진다. 아직 10승 투수가 없다. 외국인 투수 아리엘 미란다가 8승(4패)으로 가장 많은 승수를 기록하고 있다. 잘 던지던 워커 로켓은 지난 15일 키움전에서 5와 3분의 2이닝 5실점으로 패전했다. 3선발인 최원준은 지난 13일 키움전에서 3과 3분의 1이닝 동안 6실점(3자책점)을 기록했다. 올 시즌 최소이닝만 던지고 강판당했다. 올림픽에 다녀와 피로가 누적됐다.

4, 5선발은 여전히 물음표다. 곽빈, 이영하, 박정수, 유희관 등을 기용했지만 믿음직스러운 선발 자원이 아니었다. 주전 포수 박세혁이 지난 4월 경기 도중 공을 맞고 안와골절 부상을 입어 두 달 정도 나오지 못한 공백도 컸다.

타선 폭발력도 떨어졌다. 지난 시즌 두산에는 3할 타자가 6명이나 있었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박건우, 허경민,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 등 절반으로 줄었다. 잘 치던 박건우와 허경민도 올림픽에 다녀와서 타격감이 떨어졌다.

이름값 있는 베테랑 타자들도 제 몫을 못하고 있다. 김재호, 오재원이 30대 중반이 되면서 전 경기 뛰기 어려워졌다. 새로 온 이적생 양석환, 강승호, 박계범 등이 점점 나아지고 있다. 그러나 FA(자유계약)로 팀을 옮긴 오재일(삼성), 최주환(SSG) 등이 있을 때의 파괴력에는 못 미친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선수들 몸 상태는 다 괜찮다. 경기 내용도 나쁘지 않았다. 위를 바라보겠다고 했는데, 바라만 보면 안 된다. 결과가 좋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지난 2015년 부임 후 크고 작은 시련을 겪었지만 결과는 좋았다. 그런데 올해는 처음으로 한국시리즈에 못 갈 수도 있겠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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