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 반발에 준설 스톱?”…태클걸린 대전 물난리 대책

중앙일보

입력 2021.08.18 11:37

업데이트 2021.08.19 12:41

대전시, 갑천 준설하다 갑자기 중단 
대전시가 물난리 예방 등을 위해 시작한 하천 정비 사업을 갑자기 중단했다. 환경단체와 일부 주민이 반대한다는 이유에서다. 정비 대상 하천은 지난해 여름철 집중호우로 물에 잠긴 아파트 단지 근처에 있다.

지난해 7월 집중 호우로 물에 잠긴 대전 서구 정림동 아파트 단지에서 119구조대원들이 주민을 구조하고 있다.뉴스1

지난해 7월 집중 호우로 물에 잠긴 대전 서구 정림동 아파트 단지에서 119구조대원들이 주민을 구조하고 있다.뉴스1

18일 대전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2일 대전시 서구 갑천 정림대교 주변 800m구간에서 퇴적토 1만9000t과 수목 제거 등 정비사업을 시작했다. 예정된 공사 기간은 다음 달 15일까지였다. 여기에 필요한 사업비 4억원은 재난관리기금으로 긴급히 마련했다. 대전시 관계자는 “집중 호우시 물 흐름을 방해하는 나무와 토사 등을 제거해 재해로부터 시민 안전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이 사업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대전은 갑천·유등천·대전천 등 3대 하천은 정비가 안 돼 강바닥이 높아졌다. 이 바람에 호우가 내리면 하천이 금세 넘칠 기세다. 집중 호우만 내리면 유등천 안영교와 갑천 만년교 등에서 홍수주의보·경보 사이렌이 잇달아 울린다.

환경단체와 일부 주민 반발
그런데 대전시는 지난 11일 공사를 일시 중단했다. 포크레인 등 장비도 철수한 상태다. 대전시 관계자는 “아파트 단지에 거주하는 몇몇 주민이 공사 현장에 나와 반대를 하는 데다 환경단체까지 가세해 중단했다”고 말했다. 대전시 관계자는 “일부 주민은 왜 준설한 퇴적물과 쓰레기를 도로 묻냐고 항의하고 있으며, 환경단체는 하천정비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민 A씨는 “공사를 근본적으로 반대하는 게 아니다"라며 "지금처럼 주먹구구식이 아닌 계획성을 갖고 공사를 해야 하며, 준설한 퇴적 쓰레기를 도로 하천에 묻는 행위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전 지역에 집중 호우가 내린 대전 서구 정림동에 위치한 한 아파트가 침수가 되어 소방대원들이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대전 지역에 집중 호우가 내린 대전 서구 정림동에 위치한 한 아파트가 침수가 되어 소방대원들이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대전환경운동연합 이경호 사무처장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난번 수해가 일어난 아파트와 하천은 관계가 없다. 당시 아파트는 기본적으로 저지대였기에 침수된 것으로 보인다. 아파트 건설 당시 있어야 할 내수를 배제하는 펌프 시설이 마련돼 있지 않았다”며 “그렇기에 인근 하천을 준설한다고 해서 수해가 다시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원인이 하천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경호 사무처장은 "하천 횡단구조물이나 체육시설은 물의 흐름을 방해한다"며 "준설을 통해 하천 흐름을 회복하겠다고 한다면 하천에 설치된 대부분의 시설물도 같이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천 정비사업이 중단된 대전시 서구 정림동 일대 갑천. 프리랜서 김성태

하천 정비사업이 중단된 대전시 서구 정림동 일대 갑천. 프리랜서 김성태

주민 "하천 정비해야 물난리 없어"
하지만 지난해 물에 잠겼던 아파트 단지 주민 등은 하천 정비에 찬성하고 있다. 지난 17일 이곳에서 만난 한 주민은 “지난해와 같은 끔찍한 물난리를 겪지 않으려면 하천 정비는 꼭 해야 한다”며 “준설 등 대대적인 정비가 어렵다면 하천 복판에 자라고 있는 나무라도 제거해 달라”고 말했다.

대전시 서구 정림동 일대 갑천. 하천 정비가 안된 하천에는 잡초와 나무가 무성하다. 김방현 기자

대전시 서구 정림동 일대 갑천. 하천 정비가 안된 하천에는 잡초와 나무가 무성하다. 김방현 기자

지난해 7월 31일 대전시 서구 정림동 한 아파트 단지는 집중호우로 물에 잠겼다. 당시 1명이 사망하고, 아파트 1층까지 물이 차오르면서 주민들은 배를 타고 대피했다. 저지대에 있던 이 아파트는 높아진 하천 수위로 인해 배수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하천정비를 중단한 대전시는 조만간 주민설명회를 열기로 했다. 대전시 관계자는 “주민 설명회 등을 거쳐서 하천 정비 사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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