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들은 왜 죽었나"…'20년 전쟁' 결말에 미군도 허탈

중앙일보

입력 2021.08.18 09:00

업데이트 2021.08.18 09:09

16일(현지시간) 미군들이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국제공항에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16일(현지시간) 미군들이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국제공항에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 쏟아부은 시간 20년, 돈 1조 달러(약 1170조원). 여기에 최장기 해외 전쟁을 치르는 동안, 인명 수혈도 어마어마했다. 꽃다운 젊음을 아프간에 바친 미군이 77만 5000여명이고 이 가운데 2300여명이 숨졌다. 여기에 맞섰던 탈레반 측 전사자는 9만4100여명(추산), 민간인 사상자도 수십만명을 헤아린다. 이렇게 20년을 끈 전쟁 끝에 아프간이 다시 탈레반 손아귀에 떨어졌다.

아프간인들의 ‘필사의 탈출’ 시도를 바라보는 미군들 심정은 착잡하다. 16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아프간 참전용사이자 전시 동맹자 협회 자문위원회 의장 매트 젤러는 "지난 20년이 완전히 무의미하고 헛되지는 않았는지 의아하다"며 허탈감을 표했다.

그는 2008년 아프간에 배치됐다. 젤러는 "911 테러로 군에 입대했고 그 사건부터 거의 20년째 이 자리에 앉아 있다"며 "내 친구들은 무엇을 위해 죽었나, 이게 결말이면 그들의 희생은 뭔가"라고 말했다.

젤러 역시 아프간에서 목숨을 잃을 뻔했다. 탈레반 전사의 손에 죽을 뻐한 위기에서 아프간 통역사 제니스 신와리 덕분에 목숨을 구했다. 젤러는 제니스에게 은혜를 갚기 위해 그가 미국 비자를 얻도록 도왔다. 그는 아프간인들이 탈출하기 위해 비행기에 기어오르는 모습을 보며 "(미국이) 완전하고 완전한 실패자처럼 느껴진다", "지금 이 시점에 내가 가치있는 일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프간 장교들 부패해…이렇게 끝날 줄 알았다"

16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에서 자국민 철수를 돕기 위해 공군기 아틀라스에 탑승하는 프랑스 군인들. [AFP=연합뉴스]

16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에서 자국민 철수를 돕기 위해 공군기 아틀라스에 탑승하는 프랑스 군인들. [AFP=연합뉴스]

뉴욕타임스(NYT)도 미군 참전용사들 소식을 전했다. 이들은 고통과 분노 속에 일부는 전쟁이 끝났다는 안도감을 느끼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지리한 전쟁을 겪으면서, 전쟁의 효용에 의문을 품던 군인들도 있었다는 얘기다.

참전 용사 자비어 매키는 2008년 아프간 배치 당시 자신의 동료가 매복 공격을 받고 사망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그리고 고위 아프간 장교들이 (미군에게 지원받은) 장비를 개인적 이득을 위해 파는 모습, 아프간 군대가 교전 중에 도망치는 모습도 봤다고 한다.

아프간에서 시간을 보낼수록 그는 이 전쟁에 대해 냉소적인 태도를 갖게 됐다. 자신도 총을 두 번이나 맞고 목숨이 위험할 뻔했지만,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전쟁인지 의문이었다는 것이다.

2018년 퇴역하고 플로리다에 살고 있는 그는 "(전쟁으로) 여전히 아프다. 익숙해지지 않는다"고 했다. "나는 많은 것을 희생했고, 매년 죽음을 봤다. 함께 복무한 사람들은 아마 이렇게 끝날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다만 "이런 식의 혼란 속에 전쟁이 끝난 것은 우리를 화나게 한다. 우리가 (그들에게) 모든 것을 준 후에 명예롭게 떠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2012년 퇴역한 공군 대령 진저 윌리스는 "아프간에 있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고 NYT에 말했다. 그는 복무 당시 미국이 아프간을 진정시키려는 노력이 성공하고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탈레반이 아프간을 점령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그에게 쉽지 않은 일이었다.

15일 오전 뉴스를 보다 TV 채널을 돌렸다는 그는 "정말 가슴이 아프다"면서도 이렇게 말했다. "이대로 끝나는 것이 싫지만, 아프간 군대가 탈레반에 대항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더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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