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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한 탈레반, 무기 바꿨다…카불 입성때 60여건 '폭풍 트윗'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6일(현지시간) 자비울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의 트윗에 올라온 카불 시민 인터뷰. [트위터 캡처]

16일(현지시간) 자비울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의 트윗에 올라온 카불 시민 인터뷰. [트위터 캡처]

20년 만에 아프가니스탄에 돌아온 21세기 탈레반은 소셜미디어(SNS)를 새로운 무기로 장착했다.

16일 "카불 시민들 만족" 트윗 올려 #1996년 탈레반과 달리 SNS 여론전

16일(현지시간) 탈레반의 자비울라 무자히드 대변인의 트위터 계정에는 “일반 대중은 무자헤딘(성전에서 싸우는 전사)의 카불 도착에 만족하고, 안보에 만족하고 있다”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탈레반이 쓰는 파슈토어로 작성된 이 트윗글에는 시민들이 기쁜 표정으로 인터뷰를 하는 동영상도 첨부돼 있다.

무자히드 대변인은 이어 “카불은 통제되고 있고, 다만 몇몇이 잘못된 행동으로 체포됐다”며 “전직 관리들의 집에 들어가거나 차량을 탈취하고 협박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트윗도 했다.

그러나 그 밖의 트위터 세상은 전혀 다른 현실을 비춘다. 탈레반을 피해 카불 국제공항으로 몰려간 시민들의 모습, 미군 수송기에 몸을 묶은 채 탈출하려다 공중에서 낙하하는 아프간인들의 영상 등이다. 여성들에게 가혹한 통제 정책을 쓰는 탈레반으로부터 여성들을 구출해야 한다는 해시태그(#AfganistanWomen) 운동도 힘을 얻고 있다.

지난 1996년부터 2001년까지 아프간을 통치했던 탈레반은 극단적인 이슬람 근본주의로 악명을 떨쳤다. 당시 탈레반은 인터넷에 대해서도 “불경하다”며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다. 당시에도 공식 온라인 홈페이지가 있었지만, 주요 소통 창구는 아니었다고 한다. 반면 최근 들어선 영국 BBC 등 기성 매체 인터뷰는 물론 온라인 매체를 적극 활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16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의 카불 국제공항에서 미군 수송기 외부 동체에 올라탔다가 떨어지는 아프간인들. [트위터 갈무리]

16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의 카불 국제공항에서 미군 수송기 외부 동체에 올라탔다가 떨어지는 아프간인들. [트위터 갈무리]

탈레반의 공식 SNS 창구는 무자히드 대변인의 트위터 계정이라고 할 수 있다. 2017년 4월 개설됐다. 17일 현재 29만 6000여명의 팔로어를 보유하고 있는 ‘인플루언서’ 계정이다. 앞서 무자히드 대변인은 탈레반이 아프간 주요 도시로 진격하는 상황을 실시간으로 트윗 중계했다. 수도 카불에 진입했던 15일에는 60여 건의 ‘폭풍 트윗’을 했다.

카불 장악 이후엔 탈레반에 적대적인 여론을 완화하기 위한 맞불 여론전에 주력하는 분위기다.

실제 트위터에는 탈레반에 우호적인 게시물도 종종 올라온다. 탈레반 지도부가 한 병원을 방문해 여성 의사들을 향해 “겁내지 말고 일 하러 나오라”며 격려했다는 트윗도 있다. “당신은 우리의 어머니이지 자매이니 아무것도 걱정하지 말라”고 당부했다면서다. 또 탈레반 전사들이 아프간 대통령궁의 체육 시설을 이용하며 즐거워하는 모습 사진도 돌아 다닌다.

탈레반이 온라인 창구로 트위터를 고른 데에는 다른 이유도 있다. 일부 SNS에선 계정이 아예 차단됐기 때문이다. 17일 BBC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탈레반 계정을 자체적으로 금지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고 시인했다.

페이스북 측은 BBC에 “탈레반과 탈레반을 지지하는 모든 콘텐트를 테러 조직 연관으로 간주하고 플랫폼에서 금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페이스북 내에 다리어와 파슈토어를 모국어로 하는 아프가니스탄 전담팀을 꾸려 탈레반 콘텐트를 유통되지 못 하게 하고 있다고 한다. 페이스북 측은 “탈레반은 미국법에 따라 테러 조직으로 제재를 받고 있으며, 우리는 ‘위험한 조직에 관한 정책’에 따라 탈레반을 금지해왔다”며 “정부 승인 여부와 관계없이 국제사회의 권위를 따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페이스북이 인수한 SNS 플랫폼인 인스타그램·왓츠앱에도 탈레반 금지 규정은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한다. 다만 왓츠앱의 경우 탈레반도 이를 이용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고 BBC는 전했다.

반면 트위터는 탈레반의 공식 계정에 관한 BBC 질의에 “자체 규정에 따라 테러 또는 민간인에게 폭력을 조장하는 단체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했다. 유튜브는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았다고 BBC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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