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아프간 로봇 소녀들, 그의 트윗엔 '우는 여자' 사진

중앙일보

입력 2021.08.18 05:00

아프가니스탄의 소녀 로봇과학자, 소마야 파루키. [소마야 트위터]

아프가니스탄의 소녀 로봇과학자, 소마야 파루키. [소마야 트위터]

“로봇을 조립할 때, 저는 제가 아프가니스탄 사람인 게 자랑스럽습니다. 무언가를 만들어낸다는 것은 자신감을 주거든요.”  

지난 3월 아프간에 사는 18세 소녀 소마야 파루키가 알자지라 뉴스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다. 그는 아프간 최초로 소녀들만으로 팀을 구성해 2017년 에스토니아와 미국의 로봇 경진대회에서 수상했던 팀의 리더다. 약 5개월 후인 지난 16일(현지시간), 그의 행방은 묘연하다. 여성의 기본인권을 인정하지 않는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포함해 아프간 전역을 손에 넣은 뒤다. 소마야는 16일 “아프간 여성의 인권은 심각하게 침해당하고 있기에 소마야와 같은 소녀들을 더욱 기억해야 한다”는 한 인권 단체의 글을 리트윗했지만, 자신의 행방이나 직접 메시지는 올리지 않았다. 신변 보호를 위해서인 것으로 보인다.

아프간의 모든 여성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소마야와 그녀의 팀을 도와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캐나다방송 CBC는 16일(현지시간) “평소 여성 인권에 큰 관심을 보인 쥐스탱 트뤼도 총리가 아프간 로봇 소녀팀을 난민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소마야가 속한 아프간의 소녀 로봇 과학자팀이 조립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소마야가 속한 아프간의 소녀 로봇 과학자팀이 조립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소마야를 포함한 5인의 소녀 로봇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맞서 분야를 확장하던 참이었다. 저비용으로 제작 가능한 경량 산소호흡기 개발에 뛰어들면서다. 코로나19를 물리치려던 소녀들의 꿈은 그러나 탈레반에 무너졌다. 이들의 산소호흡기 개발 프로젝트는 올해 초 경제 전문지 포브스의 주목을 받기도 했으나 이젠 기약 없는 프로젝트가 됐다. 포브스는 이 소녀팀을  ‘20대 이하 주목할만한 아시아의 30인’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아프간 여성은 이제 머리부터 발끝까지 덮는 부르카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탈레반은 여성이 학교에 다니는 것도 금지한다. EPA=연합뉴스

아프간 여성은 이제 머리부터 발끝까지 덮는 부르카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탈레반은 여성이 학교에 다니는 것도 금지한다. EPA=연합뉴스

탈레반 이전에도 이들의 삶엔 곡절이 많았다. 2017년 이들은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퍼스트 글로벌 챌린지’ 로봇 경진대회에 도전장을 냈지만 거부당했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행정부가 추진한 반(反) 이민 행정명령 영향 때문이었다. 비자 신청을 두 번 거부당했고 이들은 “출전은 못 해도 관전은 하고 싶다”며 “스카이프로 경기를 보겠다”고 미국 매체들과 인터뷰에서 말했다. 이 인터뷰가 보도된 뒤 미국 국내 여론이 소녀들을 응원하기 시작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갑자기 나서서 소녀들을 초청했다.

아프간의 소녀 로봇 과학자들. 왼쪽에서 네번째가 리더인 소마야. [소마야 트위터]

아프간의 소녀 로봇 과학자들. 왼쪽에서 네번째가 리더인 소마야. [소마야 트위터]

경기 참가가 가능해진 뒤에도 시련은 계속됐다. 경기 규칙에 따라 로봇 제작에 필요한 장비를 주최 측이 아프간으로 보냈으나 세관에서 억류된 것. 이들은 결국 일상용품으로 로봇을 제작해야 했다. 결국 이들은 대회에서 ‘용기 있는 성취’라는 이름이 붙은 2위 상을 거머쥐고 금의환향했다.

소마야는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어린 시절부터 라디오나 자동차에 관심이 많았다”며 “남자가 할 수 있으면 여자도 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갖고 여러 실험을 해봤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제 그의 아프간은 남자는 할 수 있지만, 여자는 할 수 없는 일 투성이가 됐다. 그의 트위터 계정엔 현재 우는 여자아이의 사진과 함께 “어둠의 세력이 학교에 가던 아이들을 죽였고, 나라는 다시금 고통과 슬픔의 땅이 됐다”는 글이 올라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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