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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 의혹' 4인 "밤나무 운동, 文의 평양선언 이행한 것"

중앙일보

입력

2일 오후 북한의 지령을 받아 미국산 스텔스 전투기 도입 반대 활동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충북 청주 지역 활동가 4명이 구속영장심사를 위해 법정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2일 오후 북한의 지령을 받아 미국산 스텔스 전투기 도입 반대 활동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충북 청주 지역 활동가 4명이 구속영장심사를 위해 법정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지령에 따라 간첩활동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자주통일 충북동지회’(충북동지회) 측이 ‘통일밤 묘목 심기 운동’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의 9‧19 평양 공동선언을 민간 차원에서 이행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정은 답방 운동 등 자신들의 활동은 북한 공작원의 지령이 아니라 남북정상 간 합의를 이행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경찰과 국정원은 충북동지회 사건을 이번 주 안으로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충북동지회 “산림청도 北돕는데…NGO활동한 것”

충북동지회 조직원 가운데 유일하게 불구속 된 손모(47)씨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문 대통령의 9·19 평양 공동선언 내용을 이행하기 위한 NGO 활동을 한 것”이라며 “문 대통령이 약속을 했기 때문에 (동지회는) 약속을 이행하려 노력한 것일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가보안법은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2018년 9·19 평양선언에서는 ‘자연생태계 복원 및 산림 협력’이 명시돼 있다. 민족경제 균형 발전을 다룬 2조 3항에서 “남과 북은 자연생태계의 보호 및 복원을 위한 남북 환경협력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으며, 우선적으로 현재 진행 중인 산림분야 협력의 실천적 성과를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고 적시한 부분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8년 9월 19일 백화원 영빈관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뒤 평양공동선언서에 서명한 뒤 교환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8년 9월 19일 백화원 영빈관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뒤 평양공동선언서에 서명한 뒤 교환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또 손씨는 “산림청도 북한 산림 조성을 위해 비슷한 활동을 하고 있다”며 “북한이 식량난을 겪고 있기 때문에 쌀 다음으로 탄수화물 함량이 높은 밤묘목보내기 운동을 선택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올해 초 산림청은 ‘2050 탄소중립 산림부문 추진전략’에서 북한에 3억 그루의 나무를 심어 황폐한 산림(147만㏊)을 복구해 매년 100만t의 탄소를 흡수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북한 산림 복구에 필요한 양묘센터는 강원 고성·철원, 경기 파주 등에 조성한다.

北에 “밤묘목 백만그루 보내기 운동” 보고했다

본지가 입수한 국정원의 구속영장 신청서에 따르면 충북동지회 조직원들은 지난해 10월 작성한 대북 보고문에 ‘2022년 북녘 통일밤 묘목 백만 그루 보내기 운동을 전국적인 통일운동 사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전국 정당·의회·언론·시민사회·노동조합 등 300여 곳에 참여 제안문을 발송했다’고 적었다.

이들은 통일밤묘목 운동을 위해 더불어민주당의 ‘외교통’으로 불리는 다선 의원,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고위 관계자를 만나기도 했다. 해당 의원들은 본지와 통화에서 “묘목 관련해서 활동가들을 만난 건 맞다”며 ”그러나 이후엔 어떤 접촉이나 연락을 한 적이 없다. 현재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서도 전혀 모른다”고 해명한 바 있다. ([단독]"스텔스기 반대 文특보단, 北 2만달러 받고 與중진 만나")

북한이 2017년 충북조직원에 보낸 지침. 중앙포토

북한이 2017년 충북조직원에 보낸 지침. 중앙포토

'스텔스기 반대' 충북동지회 사건, 이번 주 검찰 송치

충북동지회 사건은 구속된 3명의 구속수사기간 만료로 이번 주 국가정보원에서 검찰로 넘어간다.  이 사건은 수사권조정 이후 검찰이 수사지휘를 할 수 있는 6대 범죄에 속하지 않아 지금까지 경찰과 국정원이 수사를 주도했다. 국정원 등은 지난주 주 초 구속된 ‘고문’ 박모씨의 차남 A씨, F-35A 스텔스 전투기 도입 반대 운동을 함께 한 B씨 등에게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을 통보했다. 북측은 지난해 6월 건강상 문제 등을 이유로 활동이 어려워진 박 고문에게 “(박 씨의 차남) A씨를 ‘후비’(후방부대)로 육성하는 사업을 맡아줬으면 한다”고 지령문을 보낸 바 있다.

그러나 이들은 “지속적인 국정원의 사찰로 정신 질환을 앓고 있다”는 이유 등으로 소환조사 요구에 불응했다고 한다. 북측이 충북동지회에 ‘포섭하라’고 지목한 지역 시민 운동가 다수는 참고인 신분으로 이미 조사를 받았다고 한다.

북한 지령을 받아 간첩 활동을 했다는 혐의를 받는 충북 청주 지역 활동가 4명이 지난 2017년 5월 충북도청 브리핑룸에서 문재인 대선 후보 지지선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지령을 받아 간첩 활동을 했다는 혐의를 받는 충북 청주 지역 활동가 4명이 지난 2017년 5월 충북도청 브리핑룸에서 문재인 대선 후보 지지선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향후 사건 송치 이후엔 검찰에서 보강 수사가 가능하다. 검찰 수사 방향에 따라 국내에서 충북동지회를 조력한 다른 인원들이 있는지, 동지회가 북측으로부터 받은 것으로 확인된 공작금 2만 달러 이외 추가 공작금의 규모 등이 확인할 계획이다.

그러나 사건을 맡을 청주지검의 추가 검사 파견 요청을 대검이 거부하면서 비판도 나온다. ([단독]"검사 1명만" 청주 간첩단 수사팀 요청, 대검 NO했다)

야권 대선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적폐청산은 이 잡듯이 하더니, 간첩수사는 검사 1명 파견도 못한다는 검찰”이라며 “도대체 간첩단 사건 수사보다 더 중요한 ‘서울의 일’이란게 무엇이길래, 단 한 명의 검사조차 파견 못한다는 말인가?”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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