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윤석열 2030 지지율…하필 이준석과 싸운뒤 그랬다

중앙일보

입력 2021.08.18 05:00

이준석(왼쪽) 국민의힘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달 25일 서울 광진구 건대맛의거리에서 '치맥회동'을 하기 위해 음식점으로 향하고 있다는 모습. 뉴스1

이준석(왼쪽) 국민의힘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달 25일 서울 광진구 건대맛의거리에서 '치맥회동'을 하기 위해 음식점으로 향하고 있다는 모습. 뉴스1

지난 16일 오전 청년층이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펨코)’ 정치·시사 게시판에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비판하는 글이 하나 올라왔다. 정치권 인사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윤석열 저격조”, “마당쇠”라고 비난한 글에 윤 전 총장의 공식 페이스북 계정이 ‘좋아요’를 누른 걸 지적한 내용이었다. “왜 ‘좋아요’ 목록에 윤석열이 있냐”는 내용의 게시물에는 삽시간에 윤 전 총장을 비난하는 댓글이 잇따라 달렸다. 얼마 후 이 내용은 기사화가 됐고, 윤 전 총장의 캠프는 “해당 ‘좋아요’는 캠프 실무자의 실수”라는 취지의 해명을 내놨다.

흥미로운 건 이들 커뮤니티 이용자들이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 전 총장의 갈등 국면에서 이 대표를 옹호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세력이) 한 줌밖에 안 된다”며 자학하는 글도 눈에 띄지만 ‘이준석 대표의 정치적 위상’과 ‘2030세대 남성의 정치적 위상’을 동일시하는 듯한 글도 많다. 말하자면 ‘이준석 팬덤’ 현상이 이 커뮤니티에서 실존하고 있는 것이다.

젊은 남성 모인 커뮤니티, 이준석과 갈등하는 윤석열 공격

이런 상황에서 최근 발표된 대선 주자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전 총장의 2030세대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자 그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SBS 의뢰로 넥스트리서치가 조사해 지난 16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윤 전 총장은 21.7%를 기록해 23.2%를 기록한 이재명 경기지사와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보였다. 그러나 30대 지지율만 따로 떼어서 보면 9.6%로 나타나 숫자만 놓고 비교했을 때 이재명 지사(22.4%),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16.1%), 홍준표 의원(11.6%)에 이어 네 번째였다. 한 달 전 같은 조사 당시 30대에서 14.3%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해선 4.7%포인트 하락한 수치였다.

KBS 의뢰로 한국리서치가 조사해 지난 14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도 윤 전 총장은 20대와 30대에서 각각 9.2%와 8.1%로 한 자릿수를 기록했다. 18.1%인 전체 지지율과 비교하면 한참 못 미치는 숫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최근 여론조사에서 2030세대 윤석열 지지율 약세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연령별로 나눠서 볼 경우 오차범위가 커져 통계적 유의성은 떨어진다”고 입을 모은다. 쉽게 말해 단순히 숫자의 크기를 비교해 큰 의미를 부여하는 건 통계적으로는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2030세대의 여론 흐름이 윤 전 총장에게 좋은 건 아니다”라는 데에도 많은 전문가가 공감을 표시하고 있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을까.

먹거리와 안전 문제에 상대적으로 더 민감한 젊은 세대가 윤 전 총장의 ‘부정식품’이나 ‘후쿠시마 원전’ 발언에 더 주목했을 가능성은 이미 많은 전문가가 지적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쩍벌(다리를 크게 벌린 자세)’ 논란과 같은 윤 전 총장의 ‘꼰대’ 스타일에 젊은 여성층이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는 목소리도 자주 나온다. 실제 여성들이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일상 생활에서 쩍벌 자세를 한 남성을 비난하는 글이 상당히 자주 목격된다. 윤 전 총장 스스로도 최근 이 문제에 관해선 문제점을 인지하고 이미지 전문가에게 컨설팅을 받기도 했다.

최근 ‘이준석 리스크’라고까지 불리고 있는 이 대표와의 갈등이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분석도 많다. 박해성 티브릿지 대표는 “2030세대는 보수 정당의 전통적 지지층이 아니고, 민주당에 대한 반감이나 ‘이준석 효과’ 등으로 인해 윤 전 총장을 지지했던 경우가 많을 것”이라며 “이 대표가 국민의힘으로 젊은층의 지지를 유입시키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고, 그러다 보니 그렇게 새롭게 유입된 지지층은 이 대표에게 더 공감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준석(왼쪽) 국민의힘 대표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발언을 권하자 김 최고위원이 발언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준석(왼쪽) 국민의힘 대표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발언을 권하자 김 최고위원이 발언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정치권에서 보다 주목하는 문제는 이 대표와의 갈등 부분이다. 이미지 문제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교정할 수도 있고, 윤 전 총장 스스로 소셜미디어에 반려견 토리의 쩍벌 사진을 올리는 식으로 친근함을 강조하는 도구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이 대표와의 갈등은 장기적으로 득이 될 수 없는 핵심 리스크라는 지적이 나온다.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은 “두 사람의 갈등을 지켜보는 관전자나 유권자의 입장에서는 둘이 왜 싸우는지 납득이 잘 안 되는 상황”이라며 “이 문제가 장기적으로 계속되면 가장 큰 피해자는 윤 전 총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의 태도에도 물론 문제가 있지만, 그렇다고 이 대표와 갈등을 빚으면 결국 더 큰 정치적 손해를 보는 건 대선 지지율 선두권인 윤 전 총장이라는 뜻이다.

“갈등 계속되면 가장 큰 피해자는 윤석열 될 것”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서둘러 갈등을 봉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정미경 최고위원은 17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준석 대표가 실수하고 있고 자제해야 한다”면서도 “2030은 이준석 대표를 통해서 본인들을 투영시키고 있다. (윤석열 전 총장이) 대통령이 되려면 이 대표가 굉장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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