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의회, 재난지원금 100% 지급 갈등…“대선 경선 구도”

중앙일보

입력 2021.08.18 05:00

재난지원금 사용이 가능하다는 알림판을 붙인 한 상점. 뉴스1

재난지원금 사용이 가능하다는 알림판을 붙인 한 상점. 뉴스1

경기도의회가 모든 도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놓고 내홍을 겪고 있다. “시군과 경기도의회의 건의로 전 도민에게 재난 지원금을 지급하겠다”는 경기도의 입장과 달리 의회 야당과 일부 여당 의원들이 ‘일방적 추진’이라며 반대하면서다.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도 의회의 예산안 심의도 난항이 예상된다.

이재명 "의회 건의로" vs 장 의장 "제안 안 했다"  

17일 경기도의회 등에 따르면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난 13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시군과 도의회의 건의를 바탕으로 재난지원금 보편지급의 당위성과 경제적 효과를 고려해 모든 도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정부의 5차 재난지원금 지급대상에서 제외된 소득 상위 12%에도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경기도는 소득 상위 12%에 해당하는 도민이 약 166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관련 예산 4151억원은 경기도가 90%(3736억원), 시군이 10%(415억원)를 분담할 예정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13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5차 재난지원금 전 도민 지급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날 이재명 지사는 5차 재난지원금을 전 도민에게 지급하기로 밝혔다. 뉴스1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13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5차 재난지원금 전 도민 지급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날 이재명 지사는 5차 재난지원금을 전 도민에게 지급하기로 밝혔다. 뉴스1

장현국 경기도의회 의장은 같은 날 “전 도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일방적으로 발표한 이 지사의 독단적 처사에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경기도의회에서 재난지원금에 대한 공식 입장을 경기도에 전달한 적도 없고, 지원 예산에 대한 심의와 의결은커녕 정식 협의 일체를 진행한 바 없다”고 했다.

장 의장은 “이 지사가 교섭단체 대표단의 일부 의견을 자의적으로 판단해 도 의회의 확정적 제안인 양 둔갑시켜 예고 없이 발표했다”며 교섭단체인 민주당 대표 의원에게 의원총회를 요구했다.

경기도 의회도 대선 경선 구도 영향

이 지사가 언급한 ‘도의회의 건의’는 지난 9일 박근철 의회 민주당 대표의원 등이 진행한 ‘재난지원금 전 도민 지급 제안’ 기자회견이다. 박 민주당 대표의원은 “‘재정이 어려운 시·군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안에서 모든 도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자’는 시장군수협의회의 제안에 따라 도 재정 상황을 살펴본 결과 관련 예산에 대한 도의 분담률을 높여도 재정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며 재난지원금 보편 지급을 찬성했다.

지난 13일 경기도의회 장현국 의장이 ″경기도가 의회와 상의없이 독단적으로 전 도민 재난지원급 지급을 결정했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경기도의회

지난 13일 경기도의회 장현국 의장이 ″경기도가 의회와 상의없이 독단적으로 전 도민 재난지원급 지급을 결정했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경기도의회

이튿날 의회 국민의힘과 민생당 의원들은 반대 입장을 냈다. “이미 경기도가 모든 도민에게 지급한 1·2차 재난기본소득으로 2029년까지 갚아야 할 기금 등 총액이 2조8000억원에 이르는데 소득 상위 12% 도민을 위해 도 예산을 추가 지급할 필요가 있느냐”는 주장이다.

송한준 도의원 등 민주당 의원 일부도 “박 대표의원의 기자회견은 민주당 전체 의원과 합의되지 않은 기자회견”이라며 “박 대표의원은 공개 사과하고, 이 지사도 혈세가 들어가는 일방적 정책 추진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지난 9일 박근철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 대표의원 등이 경기도에 전 도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제안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경기도의회

지난 9일 박근철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 대표의원 등이 경기도에 전 도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제안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경기도의회

민주당 내부의 반대 목소리에 지역 정가에선 민주당 대선 경선의 여파가 경기도의회로 번졌다고 보고 있다. 장 의장이나 송 도의원 등은 민주당 대선 경선 주자인 ‘이낙연·정세균계’로 분류된다. ‘전 도민 재난지원금 도입’을 건의한 박 대표의원은 ‘친이재명계’로 분류된다. 김성수 의회 민주당 대표단 수석대변인은 “재난지원금 전 도민 지급 제안은 의원들의 총의로 선출된 민주당 수석대표단이 회의를 열고 결정한 것”이라며 “지금까지는 모든 민주당 의원이 수석대표단의 의견을 따랐는데 이번은 대선 경선의 영향으로 반대 입장이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시·군도 고민 중

경기도의회는 오는 31일 제354회 임시회 1차 본회의를 시작으로 다음 달 15일까지 추가 재난지원금 등이 포함된 추가경정예산안 심의에 돌입한다.
하지만 야당은 물론 여당 의원들까지 반발하면서 관련 예산 심의에도 진통이 예상된다.
한 도의원은 “지난해와 올해 초 지급된 1·2차 경기도 재난기본소득의 경우 장현국 의장이 협의를 거쳐 도의원들을 대표해 경기도에 제안하는 방식으로 추진했었는데 이번엔 그런 절차도 없이 일부 민주당 의원들의 제안을 도의회 전체 의견인 것처럼 포장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치 성향의 문제가 아니라 제대로 된 절차나 소통하지 않은 것을 문제 삼는 것”이라며 “야당은 물론 여당 의원의 상당수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어서 관련 예산 심의가 치열하게 진행될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도의회 국민의힘 의원들이 17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전 도민 재난지원금 지급' 방침과 경기관광공사 사장 내정 논란과 관련해 "표심을 의식한 선심성 예산 집행과 보은성 인사권 행사를 즉각 철회하고 '지사 찬스' 사용을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도의회 국민의힘 의원들이 17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전 도민 재난지원금 지급' 방침과 경기관광공사 사장 내정 논란과 관련해 "표심을 의식한 선심성 예산 집행과 보은성 인사권 행사를 즉각 철회하고 '지사 찬스' 사용을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은 한발 더 나아가 이 지사의 지사직 사퇴를 요구했다. 국민의힘 도 의원들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전 도민 재난지원금 지급’과 음식 칼럼니스트인 황교익씨 경기관광공사 사장 내정 논란과 관련해 “표심을 의식한 선심성 예산 집행과 보은성 인사권 행사를 즉각 철회하고 ‘지사 찬스’ 사용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각 시군도 고민에 빠졌다. 경기도는 추가 재난지원금 지급에 반대의견을 가진 시군은 자율판단에 따라 시군 매칭 없이 90%만 지급하는 것을 허용했다. 이럴 경우 일부 시군 주민은 1인당 25만원의 재난지원금이 아닌 90%인 22만5000원 정도만 받게 된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우리 지역만 10%를 제외한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면 형평성 논란이 제기될 우려가 있어서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반대 의견도 경청하긴 하겠지만, 추가 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해 찬성하는 목소리도 크다”며 “예정대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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