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잡은 김의겸, 돌격 김용민…野 "이들이 언론재갈법 5적"

중앙일보

입력 2021.08.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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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생각 같아서는 30배, 300배 때리고 싶지만, 우선 없던 법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 오종택 기자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 오종택 기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6월 페이스북에 이렇게 썼다. 언론에 최대 3배의 징벌적 배상 책임을 물리도록 한 ‘언론 중재 및 피해 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발의한 뒤 “많은 논란과 반대가 예상된다”며 이렇게 적었다.

이때만 해도 정 의원의 희망이 실현되리라 생각한 사람은 민주당에도 드물었다. “정 의원이 늘 주장해온 소신을 발의했다"는 수준이었다. 그가 2012년 발의했던 같은 내용의 언론중재법은 임기만료로 폐기됐고, 앞서 2004년엔 “언론 자유가 과도하게 훼손된다”는 우려에 법안 제출조차 하지 못했다.

2004년 10월 15일 국회에서 열린우리당 언론발전특별위원회 간사인 정청래 의원(왼쪽)이 신문법안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중앙포토

2004년 10월 15일 국회에서 열린우리당 언론발전특별위원회 간사인 정청래 의원(왼쪽)이 신문법안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중앙포토

이 법안에 뒤늦게 힘을 실은 사람은 이스타항공 555억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무소속 이상직 의원이었다. 이 의원은 구속기소(5월) 전인 지난 2월 국회 문체위 법안소위 회의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여기 앉아 있는 분들(국회의원) 개인이 가짜뉴스와 싸울 수 있는 최소한의 보호장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미 그에 대한 수사가 속도를 내던 상황이라 그의 주장은 법안에 대한 의견이라기 보다 신상 발언쯤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민주당이 이번 8월 국회에서의 언론중재법 강행 처리를 밀어붙이면서 정청래 의원의 오랜 꿈이 이뤄질 기세다. 대선을 앞두고 군사작전을 연상시키는 여당의 태도에 국민의힘에선 “민주당 지도부의 진두지휘, 문체위원 일부가 총대를 메면서 속도전이 전개됐다"고 반발하고 있다.  야당 의원들은 사석에서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언론재갈법 4적, 5적"을 거론하고 있다.

학계는 물론 해외 언론단체조차 ‘언론재갈법’이라 비판하는 언론중재법을 주도한 핵심 인물들은 누굴까. 민주당 지도부 발언과 국회 회의록, 그리고 17일 문체위 전체회의에 상정된 13건의 언론중재법 개정안 발의자를 통해 추적했다.

①사령탑 윤호중

‘언론 징벌’을 구호로 삼아 지지층 규합에 나선 건 윤호중 원내대표였다. 그는 원내대표 선거(4월 16일) 전날 언론을 겨냥해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하며 선명성을 승부수로 띄웠다. 선거 당일 정견 발표에서도 “검찰 개혁, 언론 개혁, 많은 국민들이 염원하는 개혁 입법을 흔들리지 않고 중단 없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후에도 “언론개혁법안 등 속도감 있게 처리(한다)”(7월 13일) 등 방침을 수차례 천명했다.

4월 16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선거에서 비문 박완주 의원을 꺾고 당선된 윤호중 원내대표는 “개혁 정당으로 함께 가자는 뜻으로 받아 들인다”고 당선 소감 연설에서 말했다. 연합뉴스

4월 16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선거에서 비문 박완주 의원을 꺾고 당선된 윤호중 원내대표는 “개혁 정당으로 함께 가자는 뜻으로 받아 들인다”고 당선 소감 연설에서 말했다. 연합뉴스

특히 지난달 2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등 일부 상임위원장을 야당에 돌려주는 합의를 한 후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궁지에 몰린 뒤 더 패달을 밟았다. 강성 지지층의 문자폭탄이 계속되던 지난달 26일엔 “(법사위 양보에) 일부 당원들 우려가 큰 걸 잘 안다”며 돌연 “공정한 언론생태계 조성 입법 등에 속도를 내겠다”고 했다. 다음날 민주당은 문체위 법안소위에서 언론중재법을 강행 처리했다.

② 김용민은 행동대장격

사령탑이 윤 원내대표라면, 당 미디어혁신특위 위원장을 맡은 김용민 민주당 최고위원이 행동대장 격이었다. 그가 지난 6월 대표 발의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이하 김용민법)엔 독소 조항으로 지목된 조항이 가득 실려있다. 3배로 논의됐던 징벌적 배상 범위는 김용민법에서 5배로 늘어났고, 위헌 논란이 제기되는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 역시 김용민법에서 시작됐다.

5월 31일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미디어혁신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미디어혁신특별위원회 1차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5월 31일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미디어혁신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미디어혁신특별위원회 1차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이전 법안에선 징벌적 손해배상에만 한정해 “언론 등이 고의·중과실이 없음을 입증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는 식으로 규정했는데, 김용민법에선 일정 요건만 충족되면 “고의·중과실이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이 역시 이날 민주당 수정안에 포함됐다.

③ 현장 지휘는 박정

민주당 문체위 간사인 박정 의원은 지난 6월 9일 징벌적 손해배상제 법안을 당내에서 두 번째로 발의했다. 지난달 27일 법안소위 진행 때는 “언론인들은 나가라”며 밀실 회의를 주도했고,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에 대해선 “언론사가 너무 강자라 그렇게들 법을 만들었을 것”이라고 항변했다. 회의 막판엔 표결을 강행하며 야당으로부터 “나중에 어떻게 감당하시려고 이렇게 무리하게 진행하냐”(최형두 국민의힘 의원)는 말도 들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 전체회의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가운데 박정 국회 문체위 여당 간사가 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언론사의 고의와 중과실에 따른 허위 조작 보도에 최대 5배까지 손해배상 청구를 허용하도록 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 심의가 진행됐다. 임현동 기자

국회 문화체육관광위 전체회의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가운데 박정 국회 문체위 여당 간사가 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언론사의 고의와 중과실에 따른 허위 조작 보도에 최대 5배까지 손해배상 청구를 허용하도록 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 심의가 진행됐다. 임현동 기자

④ 코디네이터 김승원

민주당 미디어혁신특위 부위원장이자 윤 원내대표의 비서실장인 김승원 의원에 대해선 “특위가 방향을 정하면, 판사 출신 김 의원이 법안으로 다듬는 역할을 담당한 것으로 보인다”(국민의힘 문체위원)는 평가가 나온다. 이른바 코디네이터의 역할이다.

10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10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실제 김 의원은 문체위 회의 고비고비마다 민주당의 논리를 제시하는 역할을 해왔다. “논의가 부족했다”는 야당 지적엔 “당 미디어혁신특위에서, 당 차원의 공식기구에서 많은 논의가 있었다”고 답했고, 기사열람차단 청구권에 대한 비판엔 “국민 94%가 차단에 찬성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는 식으로 응수했다.

⑤ 바람잡은 김의겸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은 “여당보다 더 강경한 야당 의원”으로 꼽힌다. 여야 이견이 큰 법안을 최대 90일간 여야 동수(3대3)로 논의하는 안건조정위와 관련해서도 그가 야당 몫으로 참여하는 게 옳으냐가 여야간 쟁점이 될 정도다.

10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10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청와대 대변인 출신인 그는 지난해 4·15 총선에 열린민주당 비례대표로 출마하면서부터 “대통령을 물어뜯거나 우리 사회의 갈등과 분열을 증폭시키는 기사가 너무 많다. 언론 개혁을 이루고 싶다”고 말했다. 올해 비례대표직 승계로 배지를 단 김 의원은 문체위 법안소위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에) 매출액의 1만분의 1에서 1000분의 1까지로”(지난달 6일) 하한선을 두자는 주장을 펼치며 위헌 논란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상임위 바깥에서 언론 인터뷰를 통한 홍보 역시 그의 임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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