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양성희의 시시각각

낙하산의 계절

중앙일보

입력 2021.08.18 00:39

업데이트 2021.08.20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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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양성희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지난달 황교익씨(왼쪽)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한 이재명 경기도지사.         [사진 황교익 TV 캡쳐]

지난달 황교익씨(왼쪽)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한 이재명 경기도지사. [사진 황교익 TV 캡쳐]

논란의 발언이 많았지만 그중 압권은 “떡볶이는 맛없는 음식” 아닐까. 최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경기관광공사 사장으로 내정해 ‘보은 인사’ 논란이 한창인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 얘기다. 황씨는 tvN ‘수요미식회’에 나와 국민 간식 떡볶이에 대해 “맛없는데, 한국인이라면 맛있다고 해야 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전국의 ‘분식주의자’들이 발끈하자 “대북 지원을 끊어 쌀이 넘쳐나게 된 이명박ㆍ박근혜 대통령 시기에 이를 처분하고자 떡볶이를 국가 대표 간식으로 만들어냈다”는 주장까지 내놨다. 그가 과거 떡볶이 광고에 출연했던 사실이 알려졌는데 “광고 출연은 내 자유”라며 가벼이 응수했다.
직업이 맛 칼럼니스트니 맛에 대한 품평은 그의 자유다. 그가 애써 강조하려는 맛의 사회적 맥락이란 것도 이해한다. 그러나 대중의 입맛은 집단 세뇌의 결과이고, 자신만이 정답이라는 엘리트주의적 태도는 불편을 넘어 불쾌할 지경이다. tvN ‘알쓸신잡’에 나와서는 전라도 음식이 맛있는 이유가 "맛있다고 생각해서 맛있는 것"이라며 “이런 생각이 만들어지는데 유홍준 교수의 책『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의 역할이 크다”고 했다. 유시민 작가가 "나는 진짜 맛있다”고 하자 “불쌍해 보여요. (맛있는 거) 못 먹고 자랐는지”라며 웃었다. 농담이었겠지만 그의 눈엔 떡볶이라면 죽고 못 사는 나도 '못 먹고 자란, 불쌍한 사람'이겠다.
그 밖에도 "혼밥러는 사회적 자폐아" "비빔밥은 정체불명의 잡탕" "한국엔 향토 음식이 없다" "불고기의 원조는 일본 야키니쿠" 등 인식의 한계를 드러내는 문제 발언을 많이 남겼다. 물론 그도 최근에는 본업인 음식 평론보다 정치평론에 열중하는 느낌이다. SNS를 무대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구명운동 등에 적극적이다.
이런 그의 경력 중 관광 혹은 경영의 전문성과 연결할 수 있는 대목은 뭘까. "맛집 추천이 쉬운 일이 아니다. 관광여행 가는 것 중에 반 이상은 먹는 것이다."(현근택 대변인) "맛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인문학적 소양이나 활동 내역을 보면 소통 능력이 뛰어났던 것 같다."(박성준 민주당 의원) '전문성 없는 측근 챙기기'란 비판에 이재명 지사 캠프 측이 내놓은 해명이다. "창조형 리더십"이라는 '창조적 해명'도 했다. 글쎄, 대중을 가르치려 들며 일으킨 구설과 논란도 소통의 증거라면 증거겠다.
황씨는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 지사의 '형수 욕설'을 "이해할 수 있다"며 공개적으로 실드 쳐줬고, 이 지사는 이번 사장 원서 접수 나흘 전 황씨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친분을 과시했다. 여권 대선 후보 1위인 이 지사의 '지사 찬스'가 가뜩이나 논란인 가운데 경기도청도 모자라 공공기관까지 ‘도청 캠프화’한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도청 게시판에는 사장 내정을 철회하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사실 2018년 이 지사 취임 이후 경기도에서는 경기도문화의전당·경기관광공사·경기연구원·킨텍스 등 기관장 인사에서 ‘비전문가 코드 인사' 논란이 일었다. 해당 기관 노조는 물론이고 도의회 민주당까지 비판의 목소리를 냈었다. 지난 2월 이 지사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건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논란이 불거진 오성규 전 서울시장 비서실장을 경기테크노파크 원장에 내정했다가 반발이 쏟아지자 철회하기도 했다.
누군가의 말대로 한국관광공사 사장 역시 관광 비전문가 출신이니, 이 지사와 황씨는 좀 억울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한국관광공사 사장이 비전문가라고 경기관광공사 사장쯤 문외한이어도 되는 건 아니다. 정책적 코드가 맞는 이들을 중용하는 것이야 임명권자의 권한이지만 절차상 하자가 없고 전문성이 확보될 때 얘기다. '공정'을 슬로건으로 차기 대권을 꿈꾸는 이 지사다. "자기와 가까운 사람들에게 한 자리씩 주면 잘못하면 (최)순실이 된다"던 예전 발언(2017년 관훈클럽 토론회)을 어찌 해명할지 궁금하다.

양성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양성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어느 맛 칼럼니스트의 변신
전문성 부재, 보은 인사 논란
'지사 찬스' 로 공정 저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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