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시론

다음 대통령 보건의료 공약, 문케어를 반면교사 삼아야

중앙일보

입력 2021.08.18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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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부 교수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부 교수

‘문재인케어(문케어)’가 이제 임기 마지막 해를 맞았다. 문케어는 ‘가능한 모든 의료 서비스를 건강보험이 보장해서 병원비 걱정을 없애자’는 공약으로 시작했다. 중증치매 케어, 아동 충치 치료, 심초음파 등에 건보가 적용되면서 고액·중증질환자, 건강 취약계층, 저소득층의 부담이 줄어들었다.

보건·의료 공약이 1, 2위 중요 이슈
“70% 이상 보장’ 같은 공약 삼가야

문 정부는 성공을 자평하지만 입장에 따라 비판 이유도 다르다. 의사들은 맘대로 받던 비급여 가격이 통제되고 정부의 의료 품질 관리 규제가 커진다고 불만이다. 시민·사회단체와 노조는 급여화의 속도가 더디고 보장률도 공약 수준인 70%에 크게 못 미친다고 불평이다.

내년 3월에 뽑힐 다음 대통령이 누구일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예비후보들은 조금씩 공약 보따리를 풀고 있다. 미국·영국 등 서구 국가에서는 보건의료 분야가 공약 1, 2위로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되는 경우가 흔하다. 우리나라도 이런 흐름을 닮아가고 있다. 한 유력후보는 이미 큼직한 보건의료 공약을 발표했다. 다음의 ‘대통령 케어’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첫째, 보장성 강화는 계속하되 본인부담률은 치료성·필수성의 정도에 따라 10~90% 사이에 다양하게 설정해야 한다. 본인 부담을 통해 환자가 비용을 의식하면서 선택하고 의료 제공자도 환자의 부담을 의식하면서 선택을 권하게 해야 한다. 우리나라 병·의원은 민간이 90% 이상이다. 공공병원이 절반 이상인 서구와는 다르다.

이는 민간의 활력을 활용하는 장점은 있지만, 과잉 의료의 위험성도 크다. 민간이 투자 수익률을 높이는 것은 그렇다 해도 건강보험료 수입이 민간의 수익 증대에 여과 없이 흘러가게 할 수는 없다. 본인부담이 없으면 필요 이상의 의료 과소비가 생기고, 이는 건보 재정 악화를 초래하며 부메랑이 되어 건강보험료 인상으로 돌아온다.

둘째, 건강보험을 적용받는 의료기관은 건강보험 급여 서비스만 취급하고 그렇지 않은 의료기관은 건강보험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 지금의 당연 지정 방식을 계약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의료기관이 비급여를 취급하고 싶으면 건강보험 밖에서 하면 된다. 이렇게 되면 대부분의 의료기관은 건강보험 급여 서비스만을 취급하면서 제도의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셋째, 감염병·응급의료 등 공공성이 큰 의료를 주로 취급하는 공공병원을 확충한다. 다만 공공병상 비중을 30%로 높이겠다는 등의 비현실적 목표치를 설정하면 안 된다. 더욱이 급성기 환자를 놓고 민간의료기관과 경쟁하는 공공의료기관을 신설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넷째, 신규 판매되는 실손형 민영보험 상품은 ‘비급여 본인부담’만을 대상으로 하도록 해야 한다. 지금처럼 실손형 민영보험이 ‘법정 본인부담’을 커버하면, 공적 건강보험 본인부담률의 기능이 무력화된다. 잘못된 민영보험 상품은 가입자의 실손 보험료를 높인다. 더 큰 문제는 공보험의 도덕적 해이를 초래해서 건강보험료까지 오르게 한다는 점이다.

다음의 ‘대통령 케어’가 하지 말아야 할 것도 있다. 건강보험 보장률을 70%나 그 이상으로 높이겠다는 무리한 공약이다. 건강보험 보장률은 ‘전체 의료비에서 건강보험이 지불해주는 돈의 비중’이다. 개념이 단순명료하고 국민 생활과 직결되기 때문에 그동안 대선 공약에서 빠지지 않았다. 민간병원이 절대다수인 의료 제공 체계에서 전체 보장률을 한없이 높일 수는 없다. 처음 이 지표를 공약한 참여정부는 70%, 이명박 정부는 80%, 박근혜 정부는 68%를 목표로 공약했다. 공약 이행을 위해 수조원의 자금을 퍼부었지만 임기 내에 결국 62% 수준에 그쳤다. 문케어에서 겨우 64%를 넘기긴 했지만, 공약을 지키지는 못했다. 공약을 지키는 대통령이 되고 싶으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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