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노트북을 열며

당신은 한국인입니까

중앙일보

입력 2021.08.18 00:20

업데이트 2021.08.27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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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전수진 기자 중앙일보 팀장
전수진 투데이·피플뉴스 팀장

전수진 투데이·피플뉴스 팀장

태극기 머리띠를 두르고 '화이팅'을 외치는 마라토너, 오주한. 대한민국 국가대표로 올해 도쿄올림픽에 출전했던 그는 2018년 전까지만해도 한국인이 아니었다. 태어난 곳은 아프리카 케냐. 그가 '한국인 아버지'라고 부르는 고(故) 오창석 코치를 따라 2018년 귀화했고, 이내 태극마크를 달았다. 대한민국 국가대표이니 당연히 한국에서 나고 자랐겠지, 라는 생각은 20세기 그때는 맞았을 지 몰라도 21세기 지금은 틀리다. 도쿄올림픽에선 안타깝게 완주는 못했지만 그는 자랑스러운 한국인이다.

노트북을 열며 8/18

노트북을 열며 8/18

우리가 당연시하는 많은 것들이 사실은 당연하지 않다. ‘당연(當然)하다’의 사전적 의미 자체가 '앞뒤 사정을 볼 때 마땅히 그러하다'이다. ‘앞뒤 사정’이란 시대에 따라 진화해야 마땅하다. 내가 믿는 것이 틀릴 수도 있다. 남의 생각은 나와 다를 수 있지만, 다른 것은 틀린 것이 아니다. 우리가 한때 후진적으로 ‘살색’이라고 불렀던 피부색을 갖고 태어났다고 당연히 한국인일까. 아마도 2150년 쯤엔 한국인의 피부색 스펙트럼은 더 다양해져 있을 터다.

이웃나라의 공영방송 NHK를 보면 일본 정부의 은밀한 어젠다가 읽힌다. 지난해 8월부터 NHK가 방영 중인 시리즈 ‘Where We Call Home(부제: 고향으로 결정한 곳, 일본)’은 일본 내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비(非) 정통 일본인의 스토리를 다룬다. 최근엔 카메룬 어머니와 일본인 아버지를 둔 만화가 호시노 르네(星野ルネ)씨 이야기를 다뤘는데, 이들 역시 일본인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은근한 연출이 돋보였다. 인구 1억 유지가 주 임무인 ‘1억 총활약상’ 장관까지 둔 일본 정부의 숨은 어젠다가 녹아있다. 지난달 도쿄올림픽 개막식에서 일본어를 못하는 일본인 테니스 스타 오사카 나오미(大坂なおみ)를 성화 최종 주자로 삼은 것 역시 같은 맥락일 터.

또 “그래서 일본이 낫다는 거냐” “토착왜구는 돌아가 AV나 찍어라”식 악성e메일이 쏟아지겠지만, 그래도 쓴다. 이젠 좀 열린 시야를 가질 때가 됐다. 우린 결국 같은 지구인이다. 최소 138억살이라는 우주에 반짝 살다 지는 먼지 같은 존재다. 한국인은 이래야, 한국은 저래야 한다란 틀에 스스로를 가두기 보다, 정세랑 작가의 근간『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제목처럼 생각하면 어떨까.

한국인 오주한씨의 건승과, 당연해야 마땅할 기본 인권이 당연하지 않게 된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의 건투를 힘껏 빈다.

전수진 투데이ㆍ피플뉴스 팀장

※앞서 출고된 칼럼에서 제시했던 재일동포 OOO씨의 사례는 취소합니다. 2004년 인터뷰 뒤, 재동의를 구하지 않고 추가 사실 관계 확인 없이 재인용한 점, OOO씨께 사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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