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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박정배의 시사음식

기후재앙과 대체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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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박정배 음식평론가

박정배 음식평론가

미국 해양대기국(NOAA)이 전 세계 육·해상의 올 7월 평균 기온이 20세기의 7월 평균 15.8도보다 0.93도 높았다고 지난 13일 발표했다. 역사상 가장 더웠던 2016·2019·2020년 7월을 0.01도 상회, 관측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각국은 탄소 순배출량 ‘제로(0)’, 이른바 탄소중립을 주요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지구온난화 주범으로 이산화탄소가 지목되면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전 세계에서 배출된 온실가스 371억톤 중 동물성 식품이 22%를 차지했다. 그중 소가 축산업 온실가스 배출의 주요 원인(65~77%)으로 꼽혔다.

하지만 육류에 대한 인간의 욕망을 제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1970년 세계 육류 소비량은 약 1억톤 정도였다. 2000년 2억3200만톤, 2018년 3억4100만톤으로 상승했다. 최근 온실가스는 물론 동물 복지, 축산 질병 등이 대두하면서 대체육이 주목받고 있다. 전체 인구의 30~40%(4억2000만~5억6000만)가 채식주의자로 추정되는 인도를 제외하고도 2017년 기준 지구촌 채식 인구는 비건을 포함해 2억3400만명에 이르고 있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식물성 대체육 제품들. [뉴시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식물성 대체육 제품들. [뉴시스]

대체육은 식물성 대체육, 식용 곤충, 배양육 세 갈래로 발전하고 있다. 동아시아 식물성 대체육의 역사는 길다. 한반도·만주 지역에서 자생한 콩은 식물이면서 단백질을 40%까지 함유한 독특한 식물이다. 장과 두부 모두 콩으로 만든다. 불교의 영향이 강했던 중국 송대에는 비싼 고기를 먹고 싶어하는 서민들을 위해 가짜 고기가 만들어졌고, 두부도 그런 영향의 결과였다. 현재도 대체육의 상당수가 콩을 원료로 한 대두 단백질이다. 고기의 질감과 향을 따라가지는 못하지만 상당한 진전을 보고 있다.

영화 ‘설국열차’에서 에 꼬리칸 사람들의 식량으로 등장하는 곤충은 신소재 식품(novel food)이다. 소고기 등 육류보다 단백질 함량이 최대 77% 높다. 같은 양의 단백질을 생산하는 데 이산화탄소는 6분의 1 정도 배출해 기대감이 크지만 식용 곤충에 대한 인간의 거부감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배양육은 살아 있는 동물 세포를 채취한 뒤 세포공학 기술로 식용 고기를 배양·생산하는 것이다. 도살 과정이 없어 이슬람의 할랄 같은 기피 조건이 없지만, 이 또한 생명윤리에선 자유롭지 못하다.

지금 당장 대체육 시장은 한계가 있다. 특히 인구·소득이 증가하는 개도국의 육식 수요를 현재의 축산 시스템으로 충족시키기가 어렵다. 하지만 대세는 거스를 수 없다. 지난해 대신증권은 전통 육류 점유율이 2025년 90%에서 2040년 40%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식물성 고기는 25%, 배양육은 35%로 늘 것으로 내다봤다. 대체육은 성큼 다가온 미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