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설

상임위까지 올라간 언론악법, 백지화만이 답이다

중앙일보

입력 2021.08.18 00:10

업데이트 2021.08.18 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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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 전체회의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가운데 이달곤 국회 문체위 야당 간사가 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언론사의 고의와 중과실에 따른 허위 조작 보도에 최대 5배까지 손해배상 청구를 허용하도록 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 심의가 진행됐다. 임현동 기자

국회 문화체육관광위 전체회의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가운데 이달곤 국회 문체위 야당 간사가 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언론사의 고의와 중과실에 따른 허위 조작 보도에 최대 5배까지 손해배상 청구를 허용하도록 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 심의가 진행됐다. 임현동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배수진을 치고 언론중재법을 밀어붙일 태세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17일 허위·조작 보도를 한 언론사에 손해액의 최대 5배를 배상토록 하는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일괄 상정해 심의를 이어갔다. 오는 25일 본회의 처리를 목표로 군사작전하듯 상임위 상정을 밀어붙인 것이다.

민주당, 언론중재법 문체위 상정 밀어붙여
땜질·속도전은 반발만 초래, 전면 철회해야

언론중재법은 학계와 해외 언론단체는 물론 정의당과 친정권 성향의 국내 언론단체들까지 ‘언론 재갈법’이라고 비난하는 희대의 악법이다. 민주당도 이런 비난을 의식해 지난 12일 언론단체들과 비공개 면담을 한 바 있다. 이후 고위 공직자, 선출직 공무원, 대기업 임원 등은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게 하고, 언론사 아닌 피해자가 보도의 고의·중과실을 입증하는 주체임을 명시하겠다고 물러섰다. 민주당 스스로도 법안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음을 자인한 셈이다.

그러나 이런 일부 조항의 수정에도 불구하고 이 법이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점은 여전하다. ‘허위 보도’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고의뿐 아니라 부주의로 벌어진 오보까지 처벌하는 등 지나치게 추상적·자의적인 기준으로 언론을 ‘징벌’하는 취지에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악법은 땜질 처방이 아니라 원안 자체를 백지화해야 한다. 시급한 민생 법안도 아닌데 일부 조항을 수정했다는 핑계로 입법을 강행한다면 대선을 앞두고 여권에 유리한 언론 환경을 조성하려는 권력의 ‘폭거’로 국민과 세계의 지탄을 받게 될 것이다.

언론의 오보는 당연히 바로잡아야 하고, 그로 인한 피해도 보상 받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은 ‘교각살우’의 전형이다. 정치 권력과 자본에 대한 감시 기능을 ‘완전 박탈’할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정부·여당은 가짜 뉴스를 박멸해야 한다는 핑계를 대는데, 가짜 뉴스를 판별하는 주체는 누구이고, 기준은 무엇인가. 정권의 마음에 들지 않는 사실을 보도하면 유언비어를 유포했다고 탄압하던 권위주의 정권 시절과 똑같은 발상 아닌가.

언론은 존재 자체가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것이다. 그게 불편하다고 권력이 언론을 과도하게 옥죄면 진실은 영원히 묻히고 민주주의는 후퇴하며, 그 피해는 국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당장 언론 보도가 없었으면 ‘최순실 국정 농단’부터 묻혔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 대선 당시 “언론의 침묵은 국민의 신음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우리는 뼈저리게 깨달았다”고 했다. 그랬던 정권이 자신들에게 아프고 불리한 사실 몇 가지를 보도했다고 민주주의 국가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악법을 급조해 언론 재갈 물리기에 나섰다. 정의당과 방송기자연합회·전국언론노동조합·한국기자협회·한국PD연합회는 17일 “언론 자유 최대 수혜자인 민주당이 이제는 언론 혐오를 부추긴다”고 지적했다. 이보다 적절한 지적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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