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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앞에 놓인 야쿠르트 2개, 폭염 속 독거노인 살렸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18면

집 앞에 덩그러니 놓인 야쿠르트 2개를 이상하게 생각하고 신고한 이웃의 작은 관심이 무더위와 굶주림에 생사를 넘나들던 80대 독거노인 생명을 구했다.

며칠째 쌓인 음료 발견, 주민이 신고 #거동 못하는 80대 어르신 구조·치료 #후평동 취약계층 맞춤형 복지 효과

지난 8일 오후 2시쯤 강원도소방본부 119종합상황실에 전화가 걸려왔다. “춘천시 후평동에서 혼자 사는 A씨(80) 집 앞에 야쿠르트가 며칠째 그대로 있으니 확인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신고자인 통장 나영숙(64·여)씨는 소방대원이 도착하자 “제가 다 책임질 테니 문부터 빨리 열어달라”고 했다.

나씨가 다급하게 문 개방을 요청한 건 야쿠르트 때문이다. 해당 아파트가 있는 후평1동 행정복지센터는 독거노인에게 매주 화·목요일에 야쿠르트를 배달하고 있다. 야쿠르트가 2개 쌓인 건 최소 사흘째 집 밖으로 나오지 않은 것을 의미한다.

이번에도 바로 옆집에 사는 이웃이 야쿠르트가 쌓이자 통장에게 전화했다. 당시 타지역에 있어 곧바로 현장에 갈 수 없었던 나씨는 119에 도움을 요청했다. 출동한 소방대원이 문을 열자 A씨는 집안에서 꼼짝도 하지 못한 채 누워 있었다고 한다. 현재 A씨는 요양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나씨는 “과거에 갑자기 연락이 안 되는 독거노인이 있어 찾아가 봤더니 이미 돌아가신 상태여서 마음이 아팠다”며 “이웃의 빠른 대처로 생명을 살릴 수 있어 뿌듯했다”고 말했다.

도움의 손길도 이어지고 있다. 춘천시새마을작은도서관봉사단은 지난 11일 A씨 집을 찾아 대청소했다. 화장실과 주방 등 집안 곳곳을 청소하고 불필요한 집기를 자루에 담아 폐기했다. 후평1동 행정복지센터도 냉장고와 밥솥·이불 등 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승희 맞춤형복지담당은 “혼자 사는 어르신이 위험한 상황에 놓이지 않도록 맞춤형 대책을 지속해서 찾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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