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앞에 놓인 야쿠르트 2개, 폭염 속 독거노인 살렸다

중앙일보

입력 2021.08.18 00:03

지면보기

18면

집 앞에 덩그러니 놓인 야쿠르트 2개를 이상하게 생각하고 신고한 이웃의 작은 관심이 무더위와 굶주림에 생사를 넘나들던 80대 독거노인 생명을 구했다.

며칠째 쌓인 음료 발견, 주민이 신고
거동 못하는 80대 어르신 구조·치료
후평동 취약계층 맞춤형 복지 효과

지난 8일 오후 2시쯤 강원도소방본부 119종합상황실에 전화가 걸려왔다. “춘천시 후평동에서 혼자 사는 A씨(80) 집 앞에 야쿠르트가 며칠째 그대로 있으니 확인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신고자인 통장 나영숙(64·여)씨는 소방대원이 도착하자 “제가 다 책임질 테니 문부터 빨리 열어달라”고 했다.

나씨가 다급하게 문 개방을 요청한 건 야쿠르트 때문이다. 해당 아파트가 있는 후평1동 행정복지센터는 독거노인에게 매주 화·목요일에 야쿠르트를 배달하고 있다. 야쿠르트가 2개 쌓인 건 최소 사흘째 집 밖으로 나오지 않은 것을 의미한다.

이번에도 바로 옆집에 사는 이웃이 야쿠르트가 쌓이자 통장에게 전화했다. 당시 타지역에 있어 곧바로 현장에 갈 수 없었던 나씨는 119에 도움을 요청했다. 출동한 소방대원이 문을 열자 A씨는 집안에서 꼼짝도 하지 못한 채 누워 있었다고 한다. 현재 A씨는 요양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나씨는 “과거에 갑자기 연락이 안 되는 독거노인이 있어 찾아가 봤더니 이미 돌아가신 상태여서 마음이 아팠다”며 “이웃의 빠른 대처로 생명을 살릴 수 있어 뿌듯했다”고 말했다.

도움의 손길도 이어지고 있다. 춘천시새마을작은도서관봉사단은 지난 11일 A씨 집을 찾아 대청소했다. 화장실과 주방 등 집안 곳곳을 청소하고 불필요한 집기를 자루에 담아 폐기했다. 후평1동 행정복지센터도 냉장고와 밥솥·이불 등 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승희 맞춤형복지담당은 “혼자 사는 어르신이 위험한 상황에 놓이지 않도록 맞춤형 대책을 지속해서 찾겠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