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아프간

1950년 흥남처럼…미 군용기, 화물 대신 난민 640명 택했다

중앙일보

입력 2021.08.18 00:02

업데이트 2021.08.20 17:13

지면보기

종합 06면

기장은 결국 화물 대신 난민을 택했다.

C-17 이륙 전 난민들 밀고 들어와
최대 탑승인원의 5배 ‘콩나물시루’
두 명은 외부에 매달렸다 추락도
탈레반, 전 국민에게 사면령 선포

640명의 아프가니스탄 난민이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다리를 모으고 앉은 모습을 담은 미국 군용 수송기 C-17 글로브마스터3 내부 사진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지난 16일 공개됐다.

15일(현지시간) 카불 국제공항은 비행기에 탑승하려는 사람들로 아수라장이었다.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이 국외로 도피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사람들은 패닉에 빠졌다.

미 군사 전문 매체 디펜스원 등에 따르면 이날 미 436공군비행단 소속 C-17 수송기엔 모두 640명이 탔다. 보잉사가 제시한 공식 최대 탑승 인원은 134명이다.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순식간에 아프가니스탄 정권을 장악하자 국외로 탈출하려는 아프간인 수천 명이 16일 카불 공항의 비행기 계류장에 몰려 아수라장을 이루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순식간에 아프가니스탄 정권을 장악하자 국외로 탈출하려는 아프간인 수천 명이 16일 카불 공항의 비행기 계류장에 몰려 아수라장을 이루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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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0명의 아프간 난민이 수송기에 탈 줄은 미군도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미군 관계자에 따르면 이륙 전 반쯤 열려 있던 수송기 후방 적재문으로 난민들이 밀고 들어왔고, 기장은 이들을 강제로 내리게 하는 대신 태우기로 결정했다. 디펜스원에 따르면 아프간 난민들은 수송기의 화물창 바닥에 콩나물시루처럼 빽빽이 앉았고, 적재 화물의 이동을 막으려고 벽에서 벽으로 이어진 끈을 안전벨트 대신 의지했다. C-17은 카타르 알우데이드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1950년 12월 23일 북한 흥남항에서 미군 화물선 메러디스 빅토리호가 화물과 무기를 버리고 승선 정원의 230배인 1만4000여 명의 피란민을 싣고 남하한 ‘흥남철수’ 상황과 흡사하다.

반면에 이날 C-17에 탑승하지 못한 사람들의 절박한 상황도 트위터에 공개됐다. 수백 명의 아프간인이 C-17이 이동하자 뒤따라 뛰어가고 비행기 외부에 매달린  게 포착됐다. 결국 이륙 후  두 명이 비행기에서 떨어지는 모습도 공개됐다.

한편 탈레반 지도부는 신(新)정부 구상에 나섰다. 16일 아프간 매체 톨로뉴스에 따르면 탈레반 지도부는 2인자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르를 중심으로 카타르 도하에서 아프간 정부의 정치 구조와 명칭 등을 논의하고 있다. 탈레반은 또 전 국민 사면령을 선포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현재 카불 시내에는 탈레반이 거리를 순찰하면서 폭력 사태는 일어나지 않고 있지만, 많은 주민이 두려움에 떨며 집에 머물고 있다.

◆한국 공관원·교민은 전원 철수 완료=주아프가니스탄 한국 공관의 철수작전이 17일(현지시간) 마무리됐다. 현지 생업을 이유로 남아 있던 마지막 교민이 탑승한 항공기가 이날 오전 9시(한국시간) 카불공항에서 이륙했다. 해당 교민 보호 차 남아 있던 최태호 대사 등 3명의 공관원도 동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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