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여아 친모에 8년형…법원 “아이 바꿔치기 맞다”

중앙일보

입력 2021.08.18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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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경북 구미에서 숨진 채 발견된 3세 여아의 친모로 지목된 A씨(48)가 유죄 판결을 받았다. A씨는 ‘아이 바꿔치기’ 혐의는 물론 출산 사실까지 부인해 왔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DNA 감식 결과·혈액형 등 근거 제시
딸 출산 기간 중 바꾼 것으로 추정

대구지법 김천지원 형사2단독 서청운 판사는 17일 미성년자 약취 및 사체은닉미수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여아 살해 혐의로 피고인의 딸인 B씨(22)가 구속됐지만, 여러 차례의 유전자(DNA) 감식 결과 B씨가 아니라 피고인이 숨진 여아의 친모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한 사람이 두 가지 DNA를 갖고 있는 증상인 키메라증 가능성에 대해서도 “키메라증이 맞더라도 친자가 아닌데 친자인 것으로 감식 결과가 나오는 건 불가능하다”며 가능성을 부정했다.

재판부는 ▶숨진 여아의 혈액형(AO형)이 B씨(BB형)에게서는 나올 수 없지만, A씨(BO형)에게서는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점, ▶출산 임박 추정 시점에 A씨가 직장을 그만둔 점, ▶온라인을 통해 꾸준히 구입하던 생리대를 임신 추정 시점에 구입하지 않은 점 등도 A씨의 출산 및 친모 인정 근거로 들었다.

A씨가 자신과 B씨의 딸을 바꿔치기한 시점에 대해 재판부는 “B씨가 출산 이후 2년 5개월간 아무 의심 없이 숨진 여아를 양육한 점 등으로 미뤄 B씨 출산일과 가까운 시점에 바꿔치기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B씨의 산부인과 입원 기간에 아이 바꿔치기가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했다.

재판부는 “(출생일인) 3월 30일과 4월 1일 사이에 측정한 몸무게가 0.225㎏ 감소로 나타나 이례적이고 서로 다른 사람 몸무게를 측정한 게 아니라면 설명하기 곤란한 측면이 있다”며 “이런 사정을 종합하면 김씨 딸과 숨진 여아가 바꿔치기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범행동기에 대해서는 “자신이 출산한 아이를 더 가까이에 두고 지켜보고 싶다는 마음에서 자기 딸로 하여금 양육하게 하려고 바꿔치기했다고 볼 수 있다”고 추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더 큰 처벌이 두려워 범행 일체를 극구 부인하고 있는데 이런 무책임한 태도로 인해 사라진 여아의 행방을 찾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자기 친딸과 딸의 친딸을 바꿔치기한 것도 모자라 외할머니 행세를 하는 전대미문의 비상식적 행각을 벌인 만큼 준엄한 법의 심판이 내려져야 한다”고 질타했다.

A씨는 재판부가 선고 결과를 읽어나가자 잠시 실신했다가 피고인석에 엎드려 오열했다. A씨 남편은 “사람 잡겠다. 이게 대한민국 판결이냐”며 항의하다 퇴정 조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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