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오병상의 코멘터리

미군 아프칸철수..대만은? 한국은?

중앙일보

입력

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16일(현지시간) 미국 군사전문매체 디펜스원은 전날 카불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서 아프간인들을 태우고 카타르 알우데이드 공군기지까지 운항한 미공군 C-17 글로브마스터 수송기 내부를 촬영한 사진을 공개했다. (트위터 캡처)2021.8.17/뉴스1

16일(현지시간) 미국 군사전문매체 디펜스원은 전날 카불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서 아프간인들을 태우고 카타르 알우데이드 공군기지까지 운항한 미공군 C-17 글로브마스터 수송기 내부를 촬영한 사진을 공개했다. (트위터 캡처)2021.8.17/뉴스1

카불 공항 이륙한 비행기에 매달렸다 추락하는 영상 충격적 #미군철수와 혼란..미국헤게모니에 대한 동맹국의 불신 확산

1. 충격적인 영상이었습니다.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을 이륙한 미군용기에서 검은 두 개의 점이 떨어졌습니다. 비행기가 활주로를 달리기 시작한 순간까지 뒷바퀴쪽엔 사람들이 새까맣게 매달려 있었습니다. 그 중 두명이 이륙후까지 매달려 있었습니다. 134명 정원인데 640명이 탄 수송기 내부사진도 공개됐습니다. 마치 한국전쟁 당시 흥남에서 철수하는 미군 LST함선에 정원 10배가 넘는 5천여 피난민이 빼곡히 앉아 있던 모습처럼..

2. 이런 ‘필사의 탈출’은 미군의 갑작스런 철수에 따른 비극입니다. 미국은 질서 있는 출구전략을 마련하지 못했습니다. 베트남전 당시 사이공 탈출이란 치욕적 장면을 46년만에 되풀이한 셈입니다.
미국의 이런 아픈 대목을 찌르고 쑤시는 나라가 중국입니다. 중국관영 글로벌타임즈의 17일 홈페이지 톱기사는 ‘인민해방군, 대만 인근에서 실사격 훈련 실시’입니다. 톱사설은 ‘미군이 대만에 나타난다면 박살난다’입니다.

3. 중국언론의 해석도 주목할만 합니다.
-아프가니스탄은 미국의 3대 경계대상(중국 러시아 이란)을 동시에 견제할 수 있는 요충지다. 그럼에도 철군하는 것은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자유 민주 인권 등은 구호에 불과하며, 미국은 자신의 이익에 따라 동맹을 버린다.
-미국은 국제무대에서 팽창(무력개입)과 수축(철군)을 반복해왔다. 베트남전 철군 이후 수축됐던 미군은 2001년 아프가니스탄 전쟁으로 팽창했고, 이번 철군으로 다시 수축될 것이다.
-이번 철수과정을 보면..(사이공 철수와 마찬가지로) 미국은 체계적인 출구전략을 세울 능력이 없다.
-철수 병력을 중국 포위에 재배치한다는 전략도 쉽지 않을 것이다. 작은 나라도 이기지 못한 미국은 중국같은 강대국과 직접대결을 피할 것이다. 대만해협에서 전쟁이 일어날 경우 미국은 참전하지 않고 대만을 버릴 것이다.

4. 아프가니스탄 사태는 분명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에 의문을 품게 만듭니다.
NYT 17일 칼럼은..동맹회복을 강조한‘바이든 독트린’이 2차대전 이후 자유민주주의 지원을 강조해온 ‘트루먼 독트린’의 포기라고 비판했습니다. 미국은 2차 대전 이후 세계질서인 ‘팍스 아메리카나’를 지켜나갈 의지가 없다..는 인식이 동맹국들에 확산될 것이란 지적입니다.

5. 때맞춰 미국 보수논객 마크 티센(Marc Thiessen)이 16일 밤 트윗을 날렸습니다.
‘남한에서 미군이 없다면..아프가니스탄처럼 지속적인 공격을 받으면 순식간에 무너질 것이다. ’
‘북한군은 탈레반보다 우수하다. 미군이 없으면 남한은 스스로 방어할 수 없다..그렇지 않다면 미군은 철수하면 된다.’

6. 물론 티센의 트윗엔 비판ㆍ반박하는 댓글이 수백개 달렸습니다.
티센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직접 관련자입니다. 2001년 전쟁을 일으킨 네오콘 국방장관 도널드 럼즈펠드의 스피치라이터였습니다. 럼즈펠드는 ‘주한미군 재배치를 위한 감축론자’입니다. 티센은 이어 2004년부터 2009년까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스피치라이터로 일했습니다. 현재 워싱턴포스트(WP)칼럼니스트입니다. 국방문제에 문외한이 아닙니다.

7. 당연히 한국은 아프가니스탄이 아닙니다.
미군이 철수한다해도..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중국은 북한을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아프가니스탄보다 훨씬 복잡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티센의 트윗은..이 시점에서..주한미군 문제를 다시 생각하게 만듭니다.
〈칼럼니스트〉
2021.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