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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부모상담소]담임샘 이름을 모른다는 아이 어떻게 할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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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가 ‘괜찮아, 부모상담소’를 엽니다. 밥 안 먹는 아이, 밤에 잠 안 자는 아이, 학교 가기 싫다고 떼쓰는 아이…. 수많은 고민을 안고 사는 대한민국 부모들을 위해 ‘육아의 신’ 신의진 연세대 소아정신과 교수가 유쾌, 상쾌, 통쾌한 부모 상담을 해드립니다.

담임 선생님 성함, 모르겠는데?

초등학교 고학년 여자아이를 둔 엄마입니다. 초등 3학년 때였어요. 1학기가 다 지나갈 때쯤, 학교 일을 이야기하다가 “담임 선생님 성함이 뭐더라?” 하며 물었더니 아이 눈이 멍해지는 겁니다. “모른다”는 거에요. 어떻게 담임샘 이름을 모를 수도 있지? 싫어하는 건가? 생각하다 “학교 가면 담임 선생님 이름을 알아오라”고 했지요. 일주일, 이주일이 지나도 아이는 선생님 이름을 모른다는 겁니다. 평소에 수업 시간에 집중하지 않고, 준비물을 늘 빠뜨리던 게 생각나 고민 끝에 검사를 받았고, ‘조용한 ADHD’ 진단을 받았습니다.

병원에선 약으로 치료할 문제는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체육대회를 했는데, 전교생이 나와서 음악에 맞춰 체조를 했어요. 근데 그 많은 학생 중에 오로지 단 한 명. 저희 아이만 땅바닥에 주저앉아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겁니다. 담임샘이 답답하셨던지, 곁으로 다가와 체조를 하라고 했지만 아이는 못들은 건지 바닥에 주저앉아 그림을 그렸어요. 아이가 다른 아이와 다르다는 것을 사춘기를 맞은 아이에게 어떻게 설명해주면 좋을지 고민이 됩니다.

아이를 야단치지 마세요

어머님께서 아주 속상하셨겠네요. ADHD(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는 크게 세 가지 특징을 보여요. 하나는 뭔가 잘 잃어버리고, 오랫동안 집중을 못 하기 때문에 공부를 못 하고, 행동이 부산해요. 남자아이들 경우에는 활동이 크고요. ‘발을 떼자마자 다리에 바퀴가 달린 것 같았다’고 말씀하시는 어머님도 계시거든요. 잘 참지를 못해서 또래와 싸우는 경우가 많아요. 예를 들어 줄을 길게 서 있는데 못 참아서 소리를 친다거나, 새치기하는데 그러면 친구와 사이가 나빠져요. 이 세 가지가 있으면 진단이 되는데, 충동성이나 산만함 없이 집중력만 나쁜 아이들도 진단하기도 해요.

여자아이들 같은 경우는 산만함과 충동성이 있어도 강하게 안 나타나서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모를 수가 있거든요. 대부분 어머님이 많이 알게 되는 경우가 초등학교 1학년 때에요. 수업시간에 돌아다니니까요. 많은 부모님은 ‘아이가 정신을 똑바로 안 차려서 그렇다’고 의지 문제로 보시는데 그게 아니에요. 뇌 앞부분, 전두엽 억제 능력이 약한 아이들인 거거든요. 이게 ‘의지’의 문제라고 보시면 안되는 거에요.

혹시 아이의 사회성은 괜찮나요

이 친구의 경우엔 사회성 문제를 고민해봐야 할 것도 같아요. 사회성은 주변 상황에 대한 파악 능력이에요. 3학년 때 담임 선생님 이름을 모른다는 건 집중력의 문제라기보다, 주변 상황의 맥락, 타인에 대한 이해, 이런 것들의 문제 같아요. 이 친구는 선생님이 누구인지 별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주변 상황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거나 관심이 없는 문제까지 같이 있을 수도 있어요.

주의력 결핍 장애라는 말씀을 들으셨으니 어머님께서는 ‘장애’라는 단어에 속상하실 텐데요. ADHD를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로 해석하는 게 부적절한 것 같아요. 장애(disorder)라고 해석하니까 그런 거거든요. 정신과에서는 이걸 ‘행동의 왜곡된 패턴이 있는데, 일상생활에 지장을 끼칠 정도로 심할 때’ 붙여요. 치료하면 호전되거나 완화된다, 심지어 완쾌된다는 의미에요. 그래서 어머님들이 혼동하시지 않았으면 해요.

엄마가 긍정적이어야 아이도 걱정 없어요

어머님들이 좀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 좋겠어요. 엄마가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아이들도 걱정할 게 없거든요. 아이들은 부모님이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느냐를 그대로 배워서 병원에 와요. 부모님이 ‘장애다!’라면서 불안해서 오면 아이도 ‘아, 내가 크게 잘못됐나 보다’ 이러거든요. 엄마가 ‘집중력이 좀 없는 건데, 그런 애들이 많대, 한번 검사해보자’ 이렇게 오는 아이들이 더 치료가 쉬워요. 아이들이 검사 결과를 궁금해하거든요. 엄마가 장애로 생각해서 무겁게 데리고 오는 아이들은 검사 결과를 안 들으려고도 해요.

손잡고 대화해보세요

주의력이 부족한 아이와 집에서 해볼 수 있는 방법을 하나 알려드릴게요. 저학년이나 마취학 어린아이들에게 좋은 방법인데, 뭔가 심부름을 시킬 때는 한 번에 단 하나만, 대화할 때는 손을 잡고 눈을 쳐다보고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엄마가 할 이야기 중에 중요하다 싶은 것은 손을 잡고 마주 바라보면서 눈을 마주치고 하는 거죠. 밥을 먹으며 TV 보는 건 좋지 않아요. 집중력 훈련에 좋은 건, 한 번에 하나의 행동을 하도록 도와주는 거예요. 정서적인 문제로 집중력이 떨어질 수도 있거든요.

스마트폰 문제로 고민 중인 부모님들도 많으신데요, 주의력이 부족할수록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 빠지는 경향이 있기도 해요. 이런 때는 정해진 시간이 되면, 식탁 위 같은 장소에 가져다 두도록 하는 약속을 해보세요. 가족회의를 통해 집의 규칙을 이야기해보세요. 집의 규칙에 대해서는 단호한 모습을 보이시면 아이들 설득에도 도움이 됩니다.

또 사춘기 아이들과의 대화에선 아이가 왜 그런지 확실히 알기 전까지는 ‘훈수’를 안 두는 게 좋아요. 이해형 대화인데, ‘아, 그렇구나’ 해주시는 게 좋아요. 추임새만요. 아이가 ‘아! 짜증 나!’라고 하면 ‘왜 짜증을 자꾸 내니!’가 아니라 ‘아, 짜증 났어?’라고 해주시는 거예요. 사춘기 아이들도 외롭거든요. 자기 기분 조절이 안 되는데, 또 외로워요. 부모님에게 이야기하면 좋겠는데, 부모는 잔소리하니까 대화가 안 되잖아요. 상담 치료가 사실 이렇게 진행되거든요. 추임새를 자꾸 하면서 듣다 보면 아이들이 스스로 깨닫기도 해요. 대한민국 부모님들께 딱 한 달만 해보시라고 꼭 권해드려요.

괜찮아,부모상담소를 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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