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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의 시계가 급해졌다…지배구조 정리, 수소·우주 집중 투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 중구 한화빌딩 모습. [뉴스1]

서울 중구 한화빌딩 모습. [뉴스1]

창립 69주년을 맞은 한화그룹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3세가 보유한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정리하고 신사업 위주로 사업구조를 전면 재편하고 있다. 김승연 회장 취임 40주년을 맞아 승계 작업을 본격화했다는 분석이다.

한화에너지, 에이치솔루션 흡수합병 

17일 한화그룹에 따르면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50%),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25%),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상무(25%)가 지분 100%를 보유한 에이치솔루션을 자회사 한화에너지에 흡수합병시키기로 했다. 합병 기일은 10월 1일까지다. 한화에너지는 “중복된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의사결정구조를 단순화함으로써 관리 중복에 따른 비용 절감 등 경영 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이고자 합병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2017년 한화S&C를 물적 분할해 만든 에이치솔루션은 한화에너지의 주식 100%를 보유한 모회사다. 김 회장(22.65%)에 이어 지주사인 ㈜한화의 2대 주주(5.19%)이기도 하다. 김 회장의 세 아들은 에이치솔루션을 거쳐 한화에너지를 지배하고 이를 통해 주요 계열사와 그룹을 간접 지배해왔다. 하지만 직원이 10명도 채 되지 않는 작은 조직이 중간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그룹 내부에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배구조 단순화, 경영권 승계 속도  

한화그룹 지배구조.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한화그룹 지배구조.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이번 합병은 그룹의 3세 승계 작업에 장기적인 발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배구조가 ‘김동관 사장 등 3형제→한화에너지→한화종합화학→한화토탈’로 간소해졌기 때문이다.

그룹의 태양광·수소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한화에너지는 한화종합화학(51.70%)의 최대주주다. 향후 한화에너지와 한화종합화학이 상장할 경우 3형제의 지분 가치는 더욱 커진다. 한화종합화학이 대주주인 한화에너지에 배당을 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확보해 ㈜한화의 보유 지분을 확대하는 것도 가능하다.

재계 관계자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강조되며 대기업의 지배구조에 대한 관심이 커진 상황에서 합병을 통해 그룹을 간접 지배하는 이중 구조를 해소하는 등 경영권 승계에 유리한 환경을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소·우주사업에도 속도

그룹 체질 개선을 위한 미래 먹거리 사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수소, 신재생에너지, 우주 사업 등에 대규모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지난 12일 한화시스템은 영국의 우주인터넷 기업 원웹에 3억달러(약 345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상반기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투입한 첫 대규모 해외 투자다. 우주 인터넷 서비스는 인공위성을 띄워 지구 전역에 초고속 인터넷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모건스탠리는 우주인터넷 시장이 20년 내 최대 5820억달러(약 67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화종합화학은 지난달 미국 PSM과 네덜란드 토마슨에너지를 인수하며 탄소 배출을 감축할 수 있는 수소 혼소 발전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앞서 미국 수소탱크 제작업체 시마론과 태광후지킨의 고압탱크 사업 부문을 인수한 한화솔루션은 최근 수소탱크 용기 내벽의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한 개발 작업에 들어갔다.

또한 한화솔루션은 지난 9일 프랑스 재생에너지 개발업체인 RES프랑스 지분 100%를 7억2700만유로(약 9843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RES프랑스는 풍력과 태양광 사업에 주력하고 있어 향후 한화솔루션의 재생에너지 신사업 진출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양일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한화그룹의 주력 사업이 수소, 우주 등 미래 사업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체질 개선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우주 사업은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사장이 주력하고 있는 분야기도 하다”며 “경영권 승계를 위해 3세가 주력하는 신사업에 자연스레 무게를 실어주고 있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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