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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에서 인도주의 위기, 난민, 아편의 지옥문 열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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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아프가니스탄 이슬람주의 무장세력인 탈레반이 지난 5월부터 지방 도시들이 차례로 점령하더니 급기야 8월 15일 수도 카불에 입성했다. 미군이 지난 4월 철군을 발표한 지 넉 달 만이다. 아프간의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은 항공편으로 국외 도피했다. 미군은 떠나고 다시 오지 않는다.

지난 3월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에서 히잡을 쓰고 태권도 대련을 하는 현지 여성들. 여성의 활동을 제한했던 이슬람주의 무장단체인 탈레반이 아프간 전역을 장악하면서 앞으로 이런 모습을 보기 어렵게 됐다. 이 사진이 당분간 아프가니스탄의 마지막 여성 스포츠 기록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3월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에서 히잡을 쓰고 태권도 대련을 하는 현지 여성들. 여성의 활동을 제한했던 이슬람주의 무장단체인 탈레반이 아프간 전역을 장악하면서 앞으로 이런 모습을 보기 어렵게 됐다. 이 사진이 당분간 아프가니스탄의 마지막 여성 스포츠 기록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슬람법(샤리아)에 의한 지배와 중세 이슬람 사회의 규범과 관습을 추구하는 탈레반이 아프간의 사실상 새로운 지배 권력이 됐다. 이런 탈레반이 아프간 전역을 장악하자 서구 세계는 이들이 여성 인권을 제약할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 하지만 탈레반의 등장으로 사회 분위기가 '세속적'에서 '교조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지만, 아프간은 그 전에도 이슬람법에 의한 통치를 추구하는 '이슬람 공화국'이었다. 가니가 대통령으로 있다가 무너진 나라의 이름은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공화국'이었다. 탈레반은 과거 통치 시절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에미리트'라는 이름을 사용했다. 에리미트는 이슬람 군주인 에미르가 다스리는 나라다.

아프가니스탄의 이슬람주의 무장세력인 탈레반 대원들이 15일 아프가니스탄 카불 대통령궁의 집무실을 접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의 이슬람주의 무장세력인 탈레반 대원들이 15일 아프가니스탄 카불 대통령궁의 집무실을 접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아프간의 진짜 위기는 지배층의 종교적 경향을 넘어 당장 먹고 사는 문제에 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이미 인도주의 위기와 난민 문제, 그리고 마약 확산의 지옥문이 열릴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미국과 서방 입장에선 철군과 카불 함락은 아무런 가망 없이 20년을 끌어온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끝을 의미한다. 더는 미국의 자원과 인력이 이 나라를 지탱할 일이 없어졌다. 철군을 결정한 미국과 나토 국가들이 아프간의 여성 인권이나 남은 사람들의 운명을 걱정하는 목소리를 내는 것은 위선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물론 떠나는 과정에 세련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이슬람주의 무장단체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정권을 재장악하면서 수도 카불의 일부 주민이 탈출하기 위해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 몰려 탑숭교에 올라타고 있다. [트위터 캡처]

이슬람주의 무장단체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정권을 재장악하면서 수도 카불의 일부 주민이 탈출하기 위해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 몰려 탑숭교에 올라타고 있다. [트위터 캡처]

 아프간 국민 입장에선 1973년 친소쿠데타로 시작된 내분∙내전과 외세의 침략∙간섭의 어느 정도 마무리되는 순간이다. 아프간의 역사는 79~89년 소련 침공, 89~96년 내전, 96~2001년 탈레반 1차 통치, 2001~2021년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겪으며 피로 얼룩졌다. 그런 과정을 거쳐 아프간 국민은 싫든 좋든 탈레반의 통치 아래 놓였다. 스스로 미래를 개척할 의지도, 의욕도 없이 부정부패와 무능 속에서 정쟁을 일삼았던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공화국의 운명이다.

이슬람주의 무장세력인 텔레반이 15일 수도 카불을 사방에서 포위하자 미국 대사관 직원을 피신시키기 위해 출동한 미군 치누크 헬기가 카불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이 헬기는 미 대사관에 착륙해 직원들을 싣고 다시 이륙한 것으로 보도됐다. 왼쪽 아래의 작은사진은 1975년 4월 북베트남의 진격으로 남베트남 수도 사이공이 함락되자 미국 대사관에서 헬기로 탈출하는 미국인들의 모습. AP=연합뉴스

이슬람주의 무장세력인 텔레반이 15일 수도 카불을 사방에서 포위하자 미국 대사관 직원을 피신시키기 위해 출동한 미군 치누크 헬기가 카불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이 헬기는 미 대사관에 착륙해 직원들을 싣고 다시 이륙한 것으로 보도됐다. 왼쪽 아래의 작은사진은 1975년 4월 북베트남의 진격으로 남베트남 수도 사이공이 함락되자 미국 대사관에서 헬기로 탈출하는 미국인들의 모습. AP=연합뉴스

 아프간은 오랫동안 너무도 많은 피가 흐른 안타까운 나라다. 미국 브라운대 웟슨연구소에 따르면 2011년 시작된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바이든 대통령이 철군을 발표한 지난 4월까지 4만7245명의 민간인, 6만6000~6만9000명의 아프간 군경, 5만1000명 이상의 탈레반 무장대원 사망자를 냈다. 합쳐서 17만1000~17만4000명에 이른다. 질병, 굶주림, 식수문제, 인프라 부족 등으로 숨진 간접 사망자를 포함하면 피해자는 최대 36만 명이 추가될 것으로 왓슨 연구소는 추정했다. 2420명의 희생자를 낸 미국이나 456명의 사망자를 낸 영국과 비교도 되지 않는다. 전쟁의 가장 큰 희생자는 아프간인이었다.
 79~89년 소련의 아프간 침공 때는 소련군 1만4453명과 아프간군 1만8000명이 숨졌다는 것이 미국 측 연구 결과다. 소련군에 맞서 무자헤딘(이슬람 전사) 5만6000명 이상이 숨졌다는 것이 파키스탄 정보당국의 추산이다. 일부 연구에선 15만~18만 명의 무자헤딘이 숨진 것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민간인 피해는 더욱 크다. 연구자에 따라 56만2000명에서 200만까지 숨진 것으로 추정한다. 500만 명의 난민과 200만 명의 국내 이주자들이 발생했다. 분쟁은 언제나 민간인에게 가혹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처럼 아프가니스탄은 지난 반세기 가까이 끊임없는 정쟁과 내전, 외세의 침략과 간섭에 시달렸다. 그 피해는 아프간인이 고스란히 짊어졌다.

아프가니스탄의 눈덮힌 힌두쿠시산맥 앞에 방치된 옛 소련제 전차. AP=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의 눈덮힌 힌두쿠시산맥 앞에 방치된 옛 소련제 전차. AP=연합뉴스

 중국과 러시아의 입장에선 이번 사건은 경쟁자이자 글로벌 패권 국가인 미국이 20년간 볼모로 잡혀있던 아프간이라는 덫에서 탈출한다는 의미가 있다. ’남의 불행을 보며 기뻐한다‘는 의미의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가 끝난 셈이다. 족쇄에서 풀린 미국은 전 세계에 걸친 군사력을 새롭게 재배치하고, 자국 이익 추구에 국력을 쏟을 수 있게 됐다. 그 대상은 도전자 격인 중국과 러시아가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국제정치적인 계산이나 전망과는 별개로 정작 아프간 국민이 가장 직접적으로 맞닥뜨린 상황은 새로운 인도주의 위기다. 이미 아프간은 난민과 국내 이주민 문제에서 오랫동안 세계의 문제였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해외를 떠도는 아프간 난민은 260만 명(전 세계 11%)에 이른다. 10년 내전을 겪고 있는 시리아(670만)와 국가붕괴 위기에 몰린 베네수엘라(400만)의 다음이다.

전투를 피해 아프가니스탄 칸다하르에서 탈출하는 주민들. EPA=연합뉴스

전투를 피해 아프가니스탄 칸다하르에서 탈출하는 주민들. EPA=연합뉴스

 아프간의 동쪽 국경 너머에 있는 이웃 파키스탄이 아프간 난민 140만 명을 수용하고 있다. 사실상 포화상태다. 시리아 난민이 몰려있는 터키(370만)와 베네수엘라 난민 등이 넘치는 콜롬비아(170만) 다음으로 많다. 인구 2억2500만 명의 파키스탄은 1인당 국내총생산이 2021년 국제통화기구(IMF) 추산으로 1260달러로 사정이 넉넉하지 않다. 오랜 내전과 외세 침탈로 인한 피해가 아프간뿐 아니라 이웃의 핵보유국인 파키스탄까지 미치고 있다.

탈레반을 피해 피난온 아프간 여성과 자녀들. 국내 피란민인 이들은 텐트에서 생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탈레반을 피해 피난온 아프간 여성과 자녀들. 국내 피란민인 이들은 텐트에서 생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주목할 문제는 다량의 국내 피란민(또는 실향민)이다. 아프간에선 내부 불안과 갈등, 탈레반과 정부군의 분쟁 등으로 다량의 국내 피란민이 발생해왔다. UNHCR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까지 290만 명이 살던 곳을 떠나 정부군이 장악한 대도시로 피란했다. 최근 지방 도시들이 탈레반에 넘어가면서 수도 카불에 피란민이 몰렸다. 4월의 미군 철수 발표와 5월의 탈레반 공세 강화 이후 40만 명의 국내 피란민이 추가로 발생했다. 카불은 거리에 피란민 텐트가 들어서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다.

13일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의 거리에 들어선 국내 피란민의 텐트. AP=연합뉴스

13일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의 거리에 들어선 국내 피란민의 텐트. AP=연합뉴스

 국내 피란민은 국경을 맞댄 파키스탄∙이란∙타지키스탄∙우즈베키스탄∙투르크메니스탄으로 흘러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미 의회 조사국의 90년 조사에 따르면 아프간은 파슈툰(42%)∙타지크(27%)∙하자라(9%)∙우즈베크(9%)∙아이막(4%)∙투르크멘(3%) 등으로 이뤄진 다민족 사회다. 이들은 대부분 주변 국가와 민족∙언어∙문화로 연결된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팩트북에 따르면 탈레반의 주축인 파슈툰족은 아프가니스탄(1500만 명)보다 파키스탄(4300만 명)에 더 많이 거주한다. 국적과 관계없이 파슈툰족은 로야 지르가라는 종족 모임을 열고 주요 내부 문제를 논의한다.
 타지크어와 아이막어는 이란어(파르시로 부른다)와 상호 이해가 가능하다. 이를 넘어 아프간인의 78%는 종족과 무관하게 다리어로 불리는 아프간 이란어로 서로 다른 종족끼리 소통한다. 아프간에선 인구가 최대인 파슈툰족이 쓰는 파슈툰어가 아니라 거대한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오래전부터 ’링구아 프랑카(공용어)‘로 사용돼온 다리어를 소통언어로 사용하는 셈이다. 파슈툰어도 이란계 언어지만 이란어와 상호 이해되지 않는다. 아프가니스탄은 파슈툰어와 다리어의 두 가지를 공식 언어로 삼고 있다.

탈레반 무장대원들이 15일 동부 도시 잘랄라바드에 들어서고 있다. 이 도시는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중간에 위치한다. 탈레반은 이 도시를 점령하면서 카불 포위를 완료했다. 카불의 주민과 외국인은 항공로 외에 탈출로가 모두 막혔다. AFP=연합뉴스

탈레반 무장대원들이 15일 동부 도시 잘랄라바드에 들어서고 있다. 이 도시는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중간에 위치한다. 탈레반은 이 도시를 점령하면서 카불 포위를 완료했다. 카불의 주민과 외국인은 항공로 외에 탈출로가 모두 막혔다. AFP=연합뉴스

 상황이 이러니만큼 아프간 국민이 거대한 파슈툰 공동체가 있는 파키스탄이나 이란어를 쓰는 이란∙타지키스탄으로 흘러가기가 어렵지 않다. 다만 이슬람 종파가 문제가 될 수 있다. 퓨리서치 연구에 따르면 아프간은 인구의 90%가 이슬람 수니파이고 9.7%가 시아파다. 시아파 국가인 이란으로 피란하거나 이주할 가능성이 그만큼 제한된다. 다만 타지키스탄은 이슬람 인구의 95%가 수니파라 사정이 다르다.

탈레반의 수하일 샤힌 대변인. AP=연합뉴스

탈레반의 수하일 샤힌 대변인. AP=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 게릴라 투쟁으로 20년 만에 정권을 되찾은 탈레반 세력은 아무래도 종교∙군사가 중심이다. 인도주의 문제와 국내 피란민의 재정착, 해외 난민의 귀환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있을지 의문이다.
 최대 도전 과제는 경제다. 아프간은 국제통화기금(IMF) 명목 금액 기준 2021년 전망치로 일인당 국내총생산(GDP)이 592달러 수준이다. 세계 204위로 최빈국으로 분류된다. 인구 3289만 명에 GDP가 199억 달러로 119위다. 하루 1.9달러 이하로 생활하는 빈곤층이 인구의 54.5%에 이른다. 아프간은 경제적 자립 능력이 낮다. 과일과 말린 과일, 보석이 주요 수출품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프가니스탄의 국내 피란민이 기댈 곳이라곤 국제인도주의 기구뿐이다. 이들은 어려움 속에서도 계속 활동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국제적십자사(ICRC) 로고. [사진 ICRC 홈페이지]

국제적십자사(ICRC) 로고. [사진 ICRC 홈페이지]

 국제인도주의 기구인 국제적십자위원회(ICRC)의 엘루아 피용 아프가니스탄 사무소장은 17일 이런 트윗에서 이렇게 의지를 다졌다. “현재 카불에는 전투가 없다. 하지만 칸다하르∙헤라트∙라슈카르가흐 등 여러 도시에서 몇 주에 걸쳐 전투가 벌어진 결과 인도주의적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수천 명이 부상했으며, 주택과 병원, 인프라가 파괴되거나 손상을 입었다. ICRC는 현재 이런 수요에 부응하는 게 임무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인력과 활동을 줄이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이 나라에서 30년간 활동해왔으며 지금 멈추지 않을 것이다.”
 앞서 16일 ICRC는 16일 보도자료를 내고 “지난 30년간 아프가니스탄에서 활동하면서 그랬던 것처럼 지금과 같은 특별한 시기에도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을 위해 (탈레반이 점령한) 헤라트에서 계속 활동 중”이라고 밝혔다. ICRC는 헤라트와 마자르이샤리프, 파이자바드의 정형외과 센터도 계속 정상 가동 중“이라고 소개했다. 상황이 아무리 어렵고 급박해도 구호와 의료 등 지원은 멈출 수 없다는 의지를 밝힌 세이다.
 피용 소장은 앞서 15일에는 트윗에 현지 인도주의 위기 상황을 자세히 전했다.
 "현재 집들이 파괴되고 의료 스태프들과 환자들이 엄청난 위험에 처해있으며, 병원과 전기, 수도 인프라는 손상됐다. 도시에서 폭발성 무기를 사용하면서 목표물의 뒤에 있는 민간인 인구에 대한 극심하고 무차별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많은 가족이 떠나는 것 외에 아무런 대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남부 칸다하르의 ICRC 지역사무소장인 이냐시오 카자레스도 트윗을 올렸다.
 “지난 주말 칸다하르에서 벌어진 사건(탈레반의 점령)에도 우리 팀은 미르와이스 지역병원에 대한 지원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분쟁에 휘말린 사람들을 돕는 일은 우리의 최우선 업무다.”
 굳은 의지에도 이들은 감정적으론 어려운 상황을 겪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현지의 국제인도주의 기관 요원은 '(탈레반이 공세를 시작한) 지난 5월 이후 최소 39만명의 국내 피란민이 발생했다'는 유엔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의 트윗을 리트윗하며 “어떤 말로도 이 나라의 상황과 분쟁이 사람들에게 안긴 상처에 대한 제 느낌을 표현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불안 속에서도 용기를 내고 있다. 국제인도주의 기관 요원의 모습이다.

15일 아프가니스탄 동부도시 잘랄라바드를 점령한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공화국의 국기를 끌어내리고 있다. 탈레반은 과거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에미리트'라는 국호를 사용했다. EPA=연합뉴스

15일 아프가니스탄 동부도시 잘랄라바드를 점령한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공화국의 국기를 끌어내리고 있다. 탈레반은 과거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에미리트'라는 국호를 사용했다. EPA=연합뉴스

 더욱 큰 문제는 마약이다. 유엔마약범죄국(UNODC)과 미국 마약단속국(DEA)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은 양귀비에서 추출한 불법 마약인 헤로인의 최대 90%를 전 세계에 공급해왔다. 국경을 맞댄 파키스탄이나 이란을 통해 유럽 등 전 세계로 헤로인을 공급하는 ‘황금 초승달 지대’를 형성하고 있다. 태국∙미얀마 등 동남아의 ‘황금 삼각지대’와 더불어 전 세계 헤로인 공급의 엔진이다.
 탈레반 1차 통치 시절인 2000년 이를 금지하면서 양귀비 재배 면적이 일시 축소됐지만, 2001년 탈레반이 사라진 뒤 가난한 농민들이 다시 재배를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과 나토의 국제안보지원군(ISAF)이 이를 단속했으나 큰 효과를 보지는 못했다.

양귀비 줄기에 물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 [프리랜서 김성태]

양귀비 줄기에 물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 [프리랜서 김성태]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간이 인도주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가난한 농민들이 양귀비 재배에 매달릴 가능성이 크다. 탈레반은 부패하고 무능했던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의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공화국과 차별화를 시도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아프간의 인도주의 문제 해결이 주요 과제로 떠오를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국내 피란민이 국경 너머 난민으로 유출될 수밖에 없다. 가난한 농민들이 양귀비 재배를 늘리고 이를 원료로 만든 헤로인 등 마약을 해외에 밀수출하게 되면 탈레반의 아프간은 전 세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탈레반도 전투적 이슬람주의의 대외 수출보다 국내 이슬람화와 권력 안정화에 주력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난민과 아편, 두 문제에서 국제사회는 탈레반과 대화하고 협력할 수밖에 없다. 이제는 미래를 만들 때다.

탈레반이 정권 재장악했지만 난제 산적 #세계 최빈국의 가난 속 문제 해결 어려워 #해외로 나간 난민, 국내 피란민 해결해야 #양귀비 재배와 아편 수출에 눈돌릴 우려 #국제인도주의기관 등과 협력해 안정시켜야 #50년 내분, 내전, 전쟁 피폐한 나라 살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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