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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동물성’ 밥상, 북한은 ‘식물성’ 밥상?

중앙일보

입력

한국인의 밥상이 확 바뀌었다. 식단의 서구화에 따라 지난 40년간 육류ㆍ우유류ㆍ설탕ㆍ지방의 섭취는 늘고, 양곡 섭취는 크게 줄었다. 반면 북한의 전반적인 영양 공급은 먹거리가 부족하던 한국의 70년대 말과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최근 공개한 ‘2019 식품수급표’에 따르면 국민 1인당 연간 쌀 공급량은 1980년 132.9㎏에서 2019년 70㎏으로 절반 가까이(47.3%) 줄었다. 쌀을 포함한 전체 곡류는 같은 기간 185㎏에서 133.2㎏으로 28% 감소했다. 반면 쇠고기ㆍ돼지고기ㆍ닭고기 등 육류(13.9㎏→68.1㎏), 계란(5.9㎏→10.8㎏), 우유류(10.8㎏→ 71㎏), 어패류(22.5㎏→42.3㎏) 등 축수산물의 1인당 공급량이 모두 늘었다. 설탕류도 1980년 10.3㎏에서 2019년 24.4㎏으로, 유지(油脂)류는 5㎏에서 27.5㎏으로 크게 증가했다.

주요 식품 1인당 연평균 공급량.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주요 식품 1인당 연평균 공급량.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는  경제 성장으로 소득 수준이 높아졌고 식습관이 서구화하면서 식단에서 육류가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외식산업이 발전해 육류를 파는 음식점이 늘어난 점도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이에 따라 연도별 공급에너지의 영양소별 구성비도 달려졌다. 국민 1인당 하루 전체 에너지 공급량은 1980년 2485㎉에서 2019년 3098㎉로 24.7% 증가했는데, 이 기간 탄수화물의 에너지 공급 비중(75% → 50.7%)은 줄어든 반면 단백질(11.8% → 14.7%)ㆍ지방질(13.1% → 34.6%)은 늘었다. 구체적으로 한국의 주식인 쌀의 에너지 공급 비중은 1980년 49.7%, 1992년 39.7%, 2019년에는 21.4%로 계속 감소했다. 육류는 같은 기간 3.7%에서 9.9%로, 유지류는 11.6%에서 22.4%로 각각 증가한 것과 대비된다.

1인 기준 일평균 에너지 공급량.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1인 기준 일평균 에너지 공급량.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농경연은 “한국인 1인당 연평균 육류 공급량(68.1㎏)은 유럽국가보다는 상대적으로 적지만, 일본(50.1㎏)ㆍ중국(62.4㎏)에 비해서는 많은 수준”이라며 “곡류는 쌀을 주식으로 하는 중국(193.6㎏)ㆍ일본(139.7㎏) 등 동아시아 국가와 비교해서는 공급량이 적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에너지 공급량은 1인당 하루 1959㎉(이하 2018년 기준)로 한국의 63.2%에 불과했다. 1인당 연간 주요 식품 공급량을 보면 곡류가 178.9㎏, 고구마ㆍ감자 등 ‘서류’가 61.3㎏으로 한국보다 각각 1.3배ㆍ5.3배 많았다. 그러나 육류 공급량은 13.4㎏으로 한국의 5분의 1이 안됐고(19.7%), 우유는 2.9㎏으로 한국의 4%에 불과했다. 계란ㆍ어패류ㆍ유지류 공급도 한국에 크게 못 미쳤다. 전반적인 영양 공급이 곡류 의존도가 높고, 육류 소비가 적었던 한국의 70년대 후반 수준이다.

북한의 주요 식품 1인당 연평균 공급량.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북한의 주요 식품 1인당 연평균 공급량.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곡류를 많이 먹고, 육류가 귀하다 보니 북한 사람들은 에너지의 75.7%를 녹말이 많이 든 ‘전분질’(Starchy)에서 얻었다. 농경연이 비교한 15개국 가운데 압도적으로 비율이 높다. 두 번째로 높은 중국(52.2%)보다 23.5%포인트나 높다. 한국은 이 비율이 43.2%였고, 일본은 44.5%, 프랑스는 34.6%, 미국이 가장 낮은 26.5%였다.

육류를 많이 먹는 한국의 식생활 변화는 한국인의 체격이 전반적으로 향상되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식품의 해외 의존도를 높이는 부정적인 측면도 함께 나타났다. 국민이 국산 농축수산물을 얼마나 먹는지는 ‘칼로리 자급률’을 통해 추산할 수 있다. 곡물ㆍ육류ㆍ채소ㆍ과일 등 한국인의 음식물 섭취량을 칼로리로 환산했을 때 국산 농산물이 차지하는 비중을 말한다.

한국의 연도별 칼로리 자급률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한국의 연도별 칼로리 자급률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1970년 79.5%였던 자급률은 2001년 49.2%로 50% 아래로 떨어지다니, 2019년에는 34.6%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농축수산물 수입이 일반화하면서 이젠 에너지ㆍ영양소 공급의 3분의 2가량을 외국산 먹거리에 의존하고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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