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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부 사진가'가 기록한 막장 인생, 전제훈 사진전 증산보국(增産報國)

중앙일보

입력

‘광부 사진가’로 알려진 전제훈 작가가 우리나라 ‘무연탄 4대 메카’ 였던 경북 문경, 충남 보령, 전남 화순, 강원 태백에서 〈증산보국(增産報國)〉순회 전시를 한다.

전제훈은 강원도 도계에 있는 경동탄광에서 30년 넘게 갱내 화약 관리기사로 일하고 있는 현직 광부다. 석탄산업은 사양산업이 돼 점점 사라지고 있지만 전제훈은 지난 10여년간 석탄산업 기록에 대한 소명의식을 갖고 광부들의 삶과 애환을 카메라에 담아왔다.

'광부 사진가' 전제훈이 기록한 광부들의 모습. [사진 전제훈]

'광부 사진가' 전제훈이 기록한 광부들의 모습. [사진 전제훈]

 순회 전시의 시작은 경북 문경의 갤러리카페 피코에서 다음 달 4일부터 26일까지 열린다. 경북 문경은 1926년 남한 최초로 광업권이 설정돼 탄광이 개발됐다. 1980년대는 60여 개소의 국영 및 민영 탄광이 우리나라 무연탄의 30%를 생산했지만 1993년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으로 폐광이 된 곳이다. 지금은 석탄박물관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갱도 속 광부들의 모습. [사진 전제훈]

갱도 속 광부들의 모습. [사진 전제훈]

 전제훈은 캄캄한 막장에서 빛을 캐는 사진가다. 직접 석탄을 캐지는 않지만, 막장 광부들과 같은 위험에 노출돼 있다. 지열과 습기로 가만히 있어도 등줄기에 땀이 줄줄 흘러내리는 막장이다. 작가는 탄가루가 휘날리는 깜깜한 갱도에서 헤드 랜턴의 한 줄기 빛에 의지한 채 위험을 무릅쓰고 탄을 캐는 광부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기록했다. 그의 사진 속 땀과 탄가루가 뒤범벅된 시커먼 얼굴에는 치열하게 살아가는 광부들의 강인한 모습이 투영돼 있다.

막장에서 작업 중인 광부들. [사진 전제훈]

막장에서 작업 중인 광부들. [사진 전제훈]

 전제훈은 “산업화의 원동력이었던 석탄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기 전에 기록으로 남길 수 있는 역할을 하게 된 것은 나에게 운명이자 행운”이라고 말한다. 작가 노트를 통해 “탄광이 첫 직장인 사람들이 이제 정년이 얼마 남지 않았을 정도로 세월이 지나버렸다. 깊은 탄광 속에 묻혀 살던 사람들의 모습이 이제 세상 밖으로 드러나야 하고 우리의 삶은 충분히 기록돼야 할 만큼의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전제훈은 2016년 개인전 Starry Night & Milkky Way, 2017년 동강국제사진제 강원도작가선정 전시, 2017 개인전 Black Maskla, 2018 강원국제비엔날레, 2021년 금보성아트센터 초대전 등 다수의 개인전과 단체전에 참가했다.

전제훈 사진전 증산보국 전시 포스터. [사진 전제훈]

전제훈 사진전 증산보국 전시 포스터. [사진 전제훈]

 순회 전시 일정은 다음과 같다.
1차:경북 문경 갤러리카페 피코(9월 4일~26일), 2차: 충남 보령 갱스카페 갤러리(10월 4일~31일), 3차: 전남 화순 소아르미술관(11월 23일~12월 8일), 4차: 강원 태백 철암탄광역사촌(12월 12일~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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