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동안 잊혀졌던 '이것' 양산 소식에…"일단 계약부터 하자"

중앙일보

입력 2021.08.17 07:00

업데이트 2021.08.17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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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PHA로 만든 CJ제일제당 친환경플라스틱 시제품. 자료=CJ제일제당

PHA로 만든 CJ제일제당 친환경플라스틱 시제품. 자료=CJ제일제당

석유에서 뽑아내는 플라스틱을 사용하느라 100여 년간 잊혀졌던 '썩는 플라스틱' 기술이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우리가 흔히 쓰는 썩지 않는 플라스틱은 토양이나 해양을 영원히 오염시키는 문제를 안고 있다. 이에 따라 땅이나 바다에서 자연 분해되는 소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특히 썩는 플라스틱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CJ제일제당 'PHA' 양산 기술 개발
바닷속·땅속서 4년 안에 완전 분해
유럽 공인기구 친환경 인증도 얻어

"일단 계약부터 하자" 

썩는 플라스틱 기술을 갖고 있는 CJ제일제당은 15일 "썩는 플라스틱을 시험생산 중인데 벌써 '일단 계약부터 하자'는 선주문이 밀려들고 있다"고 밝혔다. CJ제일제당은 ‘PHA’라는 친환경 소재로 플라스틱을 만든다. 썩지 않는 여느 플라스틱과는 달리, PHA로 만든 플라스틱은 바닷물이나 땅 속에서 6개월 ~ 4년이면 분해돼 없어진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PHA 기술을 개발하게 된 건 플라스틱 포장 용기를 대체할 친환경제품을 만들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은 현재 경기 안산에서 PHA를 시험 생산 중이며, 지금까지 국ㆍ내외 기업에서 받은 PHA 구매 요청만 모두 5000t에 이른다. 올해 안에 인도네시아 전용 생산 라인을 갖추고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미국의 ‘대니머 사이언티픽’, 일본의 ‘카네카’ 등과 경쟁하고 있다.

주요 친환경 플라스틱 분해 정도별 분류. 자료=CJ제일제당

주요 친환경 플라스틱 분해 정도별 분류. 자료=CJ제일제당

佛 파스퇴르 연구소가 첫 발견 

PHA는 미생물이 만들어내는 소재다. 특정 미생물이 식물 유래 성분을 먹고 세포 안에 쌓는 고분자 물질이다. 약 100년 전인 1920년 프랑스 파스퇴르연구소에서 일하던 미생물학자 르모네가 처음 발견했다. 1930년대 들어 널리 쓰이기 시작한 석유에서 뽑아내는 플라스틱보다 오히려 앞섰다. 그러나 기술과 비용 문제 등으로 잊혔다가 최근 환경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썩지 않는 석유 유래 플라스틱의 대체 물질로 떠올랐다.

PHA 생산에서 가장 중요한 건 해당 미생물을 대량 확보하는 것이다. 또 미생물의 먹이를 옥수수나 전분당 등에서 뽑아내는 기술도 중요하다. 발효 기술을 바탕으로 사료용 아미노산, 식품 조미 소재 등을 만들던 CJ제일제당은 이미 관련 기술을 갖고 있었다. 친환경 플라스틱 소재 시장이 열리고, 기업 스스로도 환경을 지켜야 하는 것과 더불어 CJ제일제당이 PHA 생산에 뛰어들게 된 또 다른 요소다. CJ제일제당의 PHA는 유럽 친환경 인증 기관인 ‘튀프 오스트리아’로부터 국내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해양 생분해 인증’을 받았다.

친환경 포장재·車내장재 등에 활용 

CJ제일제당은 PHA 함량을 조절해 친환경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딱딱하게도, 고무처럼 휘어지게도 만들 수 있는 기술 역시 보유하고 있다. 이를 발판으로 HDC현대산업개발 계열의 소재 회사 HDC현대EP와 손잡고 친환경 식품 포장재, 자동차 내장재 등을 생산하기로 했다. 앞으로는 3D 프린팅에도 CJ제일제당이 생산하는 PHA가 쓰일 전망이다. 네덜란드의 3D 프린팅 소재 기업 ‘헬리안폴리머스’에 PHA를 공급하기로 계약했다. 3D 프린터에서 뽑혀 나오는 구조물 자체를 친환경적으로 바꾸겠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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