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서 태어난 이유로…천천히 죽겠죠" 10대 소녀의 눈물[영상]

중앙일보

입력 2021.08.17 05:00

업데이트 2021.08.21 09:27

신원을 알 수 없는 아프간 소녀가 ″우리는 역사 속에 천천히 죽어갈 것″이라며 눈물을 흘리는 영상이 이란 언론인의 트위터에 게재됐다. [트위터 캡처]

신원을 알 수 없는 아프간 소녀가 ″우리는 역사 속에 천천히 죽어갈 것″이라며 눈물을 흘리는 영상이 이란 언론인의 트위터에 게재됐다. [트위터 캡처]

"아프간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아무도 우리한테 신경쓰지 않아요…. 눈물을 참을 수가 없어요."

갈래머리를 한 앳된 얼굴의 아프가니스탄 소녀가 눈물을 뚝뚝 떨구며 "우리는 이제 역사 속에 천천히 죽어가겠죠" 라고 호소한다. 이란의 언론인이자 인권운동가로 활동하는 마시 알리네자드가 13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소개한 영상이다.

소설 '연을 쫓는 아이' 작가도 영상 공유

알리네자드는 신원이 공개되지 않은 이 10대 소녀의 영상을 게재하며 "탈레반이 진격해 오면서 미래가 산산조각나자 절망에 빠진 아프간 소녀의 눈물. 역사는 이것을 기록할 것이다"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이 영상은 16일까지 173만명이 조회하고 2만명이 공유했다.

소녀의 영상은 아프간 출신 미국 작가 할레드 호세이니도 퍼갔다. 호세이니는 『연을 쫓는 아이』 『천개의 찬란한 태양』 『그리고 산이 울렸다』 등 아프간을 배경으로 한 소설을 써왔다. 그는 해당 영상을 공유하며 "가슴이 찢어진다. 아프간 여성과 소녀는 버려졌다. 그들의 꿈과 희망은? 지난 20년동안 이들이 추구했던 권리는?"이라고 썼다.

신원을 알 수 없는 아프간 소녀가 ″우리는 역사 속에 천천히 죽어갈 것″이라며 눈물을 흘리는 영상이 이란 언론인의 트위터에 게재됐다. [트위터 캡처]

신원을 알 수 없는 아프간 소녀가 ″우리는 역사 속에 천천히 죽어갈 것″이라며 눈물을 흘리는 영상이 이란 언론인의 트위터에 게재됐다. [트위터 캡처]

탈레반, 여성에게 가혹하고 과도한 희생 요구 

지난 15일 아프간 정부와의 내전에서 승리한 탈레반은 특히 아프간 여성들에게 공포의 대상이다. 과거 집권기에 샤리아(이슬람 율법)를 앞세워 여성 인권을 탄압했다. 도둑의 팔을 자르고, 불륜을 저지르면 돌팔매로 처형하는 중세식 처벌을 서슴지 않았다. 여성에게는 온몸과 얼굴을 가리는 부르카를 착용하게 하고, 교육과 취업 기회도 박탈한 채 집 안에 가뒀다.

탈레반이 떠나간 지난 20년 아프간의 여성 인권은 크게 개선된 상태다. BBC 방송에 따르면 2017년 아프간 여자 중학생 수는 350명으로 전체의 39%를 차지한다. 탈레반 치하의 1999년에는 아프간 전체에 여중생이 단 한 명도 없었다. 또 현재 아프간 대학생 중 3분의 1이 여성이다. 성인 여성 중 5분의 1은 직장을 갖고 있다. 경제력을 갖추면서 여성의 가정 내 지위도 높아졌다.

소설 '연을 쫓는 아이'의 작가 트위터 [트위터 캡처]

소설 '연을 쫓는 아이'의 작가 트위터 [트위터 캡처]

하지만 탈레반이 재집권하게 되면 여성 인권이 20년 전으로 돌아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지난 4월 아프간의 한 시골마을에서 한 여성이 젊은 남성과 전화 통화를 했다는 이유로 탈레반 재판에 넘겨져 40대의 공개 채찍형을 받았다. 2명의 탈레반 남성은 무릎을 꿇고 있는 여성에게 무자비하게 채찍을 휘둘렀다. 해당 여성과 통화한 남성은 탈레반 교도소에 수감됐다. 탈레반 재판은 여성에게 가혹한 희생을 치르게 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구테헤스·말랄라도 "아프간 여성 안위 우려된다" 

알리네자드가 소녀의 영상을 게재한 날, 안토니오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은 "탈레반이 아프간에서 여성과 소녀의 권리를 제한한다는 것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어 "소녀와 여성들이 힘들게 얻은 인권이 박탈당한다는 보도를 접하는 건 너무 끔찍하고 가슴아픈 일"이라고 말했다.

차도르(左)와 부르카를 착용한 여자들. [중앙포토]

차도르(左)와 부르카를 착용한 여자들. [중앙포토]

최연소 노벨상 수상자이자 인권운동가인 말랄라 유사프자이도 최근 상황에 대해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하는 것을 극한 충격 속에 지켜보고 있다. 아프간의 여성·소수자·인권 옹호자들의 안위가 심히 걱정된다"고 트위터에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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