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안 쓰고 종이로" 기업 변화 뒤엔 눈 부릅뜬 英재단

"플라스틱 안 쓰고 종이로" 기업 변화 뒤엔 눈 부릅뜬 英재단

중앙일보

입력

#1. 코카콜라는 지난 2019년 글로벌 시장에서 298만 1421t의 플라스틱을 사용했다. 이 기업이 만든 플라스틱 포장재 중 재활용 원료로 만든 포장재는 9.7%다. 코카콜라는 "2025년까지 재활용 원료 소재 포장재 비율을 25%까지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2. 같은 해 네슬레의 플라스틱 사용량은 152만 4000t이었다. 이 기업의 플라스틱 포장재 중 34%는 재사용·재활용이 불가능하다. 재활용 원료로 만든 포장재는 전체의 2%에 불과했다. 네슬레는 2025년까지 포장재 100%를 재활용·재사용이 가능하도록 하고, 재활용 원료 포장재도 30%까지 늘리기로 했다.

엘런 맥아더 재단이 발표한 글로벌 공약 2020 보고서 중 일부. 각 기업들의 플라스틱 사용량과 감축 목표치가 적혀있다. 자료 엘런 맥아더 재단

엘런 맥아더 재단이 발표한 글로벌 공약 2020 보고서 중 일부. 각 기업들의 플라스틱 사용량과 감축 목표치가 적혀있다. 자료 엘런 맥아더 재단

지난해 영국의 엘런 맥아더 재단이 발표한 '글로벌 공약 2020 보고서'(The global commitment 2020 report)에 나오는 내용이다. 2010년 설립된 순환경제 전문 연구기관인 ‘엘런 맥아더 재단’은 2019년부터 글로벌 기업과 각국 정부에 플라스틱 감축 노력을 묻고 구체적인 수치로 답변을 받아 공개하고 있다. 이처럼 해외에선 기업들의 탈(脫) 플라스틱 노력을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하는 연간보고서를 작성하고, 그 대상을 점차 확대하는 추세다.

[플라스틱 어스 2부] 3회 #'플라스틱 기업' 공개에 적극적인 외국 #"코카콜라는 한해 플라스틱 298만t 사용" #다국적 기업 수치 공개하는 엘런 맥아더 재단

엘런 맥아더 재단에 '탈 플라스틱' 정보를 제공하는 기업은 500여 개다. 월마트, 로레알, 펩시콜라 등 유명 글로벌 기업이 포함됐다. 재단에 따르면, 참여 기업들은 전 세계 모든 플라스틱 포장재의 약 20%를 생산한다. 또한 영국, 프랑스 등 10개 정부의 탈 플라스틱 감축 공약과 시행 정보도 보고서에 담긴다.

플라스틱 사용량·감축 목표 공개

엘런 맥아더 재단의 연간 보고서는 각 기업의 플라스틱 사용량과 향후 감축 목표를 공개한다. 참여 기업을 산업별·수익 범위별로 분류한 뒤, 플라스틱 포장재 부피(t), 재사용 가능한 포장재 비율(%), 재활용품 함량(%) 등을 공통된 기준으로 산출하는 방식이다. 정보를 제공한 기업은 '서명인'(signatory)으로 불리며 '순환 경제 구축을 시작하기로 결정한 기업'이라고 소개된다.

엘런 맥아더 재단이 발표한 글로벌 공약 2020 보고서 중 일부. 각 기업들의 플라스틱 사용량과 감축 목표치가 적혀있다. 자료 엘런 맥아더 재단

엘런 맥아더 재단이 발표한 글로벌 공약 2020 보고서 중 일부. 각 기업들의 플라스틱 사용량과 감축 목표치가 적혀있다. 자료 엘런 맥아더 재단

보고서 작성 이후 기업의 플라스틱 관련 내용을 공개하는 기업이 늘어나는 추세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재단이 물었을 때 플라스틱 포장량을 공개한 기업은 47%로 전년 대비 24% 증가했다. 또한 포장 감소 목표를 내놓은 기업은 31%로 전년 대비 133% 증가했다. 다만 보고서에 서명한 기업의 전체 플라스틱 포장량은 2018년 대비 0.6%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화장품 스티커 떼고, 맥주 묶음은 종이로

보고서는 기업들의 탈 플라스틱 아이디어를 소개하기도 한다. 글로벌 공약 2020 보고서에 따르면 화장품 기업 록시땅은 여행용 키트에서 투명 플라스틱 창을 제거하고, 종이 포장재 위의 필름 스티커를 없앨 계획이다. 또한 영국 기업 '몰슨 쿠어스'는 맥주 6캔을 묶는 케이스를 종이로 제작해 연간 912t의 플라스틱을 줄이는 프로젝트를 보고했다.

식음료 기업 몰슨 쿠어스가 만든 골판지 맥주 케이스. 자료 엘런 맥아더 재단

식음료 기업 몰슨 쿠어스가 만든 골판지 맥주 케이스. 자료 엘런 맥아더 재단

각 기업의 플라스틱 재사용 노력도 세부적으로 공개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스타벅스는 2019년 기준 미국에서 2.8%의 재사용 컵 사용 비율을 기록했다. 영국에서는 프로모션을 통해 뜨거운 음료 구매 고객의 재사용 컵 사용률이 2.2%에서 5.8%로 증가했다. 까르푸는 온라인 고객들을 상대로 재사용 가능한 포장재를 선택할 수 있게 한 뒤, 12만 5000명의 고객이 이 서비스를 이 선택했다고 보고했다.

각국 시민은 '쓰레기 브랜드 조사’

한편 세계 각국 시민들과 환경단체는 '전 세계 쓰레기 브랜드조사’에 나서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시민들이 각자 쓰레기를 주운 뒤, 해당 제품을 만든 기업을 기록하는 프로젝트다. 1986년 유엔환경계획(UNEP)의 후원 아래 미국의 텍사스주에서 처음 시작됐다. 지난해엔 55개국 1만 4734명이 참여해 34만 6494개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수거했다.

전세계 쓰레기 브랜드 조사

전세계 쓰레기 브랜드 조사

지난해 '쓰레기 브랜드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플라스틱 쓰레기가 가장 많이 수집된 기업은 '코카콜라'(51개국, 1만 3834개)로 나타났다. 이어 '펩시코'(43개국, 5155개), '네슬레'(37개국, 8633개), '유니레버'(37개국, 5558개), '몬덜리즈'(34개국, 1171개)가 순위에 올랐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발견된 쓰레기 품목은 ‘일회용 음식 포장재'(20만 3427개)였고, 그 뒤를 ‘담배 관련 용품(9만 2342개), '가정용 제품'(2만 1030개)이 이었다.

지난해 쓰레기 브랜드조사엔 한국도 참여했다. 서울, 대구, 세종, 수원, 안산, 원주, 전주 등 13개 지역에서 시민단체 환경운동연합 회원 353명이 그 주인공이다. 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국내에서 발견된 쓰레기 중 가장 많았던 브랜드는 '롯데'(298개)다. 그 뒤는 코카콜라, 해태가 이었다. 국내에서 가장 많았던 쓰레기 품목은 담배꽁초(7256개)였다.

백나윤 환경운동연합 생활환경국 활동가는 “꾸준한 통계 공개와 개선 노력은 공익 재단과 기업의 협력 없이는 불가능하다. 국내에서도 기업의 환경 개선을 모니터링하는 움직임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케냐 와타무의 지역 주민들이 지역 해양 보존과 협력하여 해변에서 플라스틱을 줍고 있다. 자료 UNEP

케냐 와타무의 지역 주민들이 지역 해양 보존과 협력하여 해변에서 플라스틱을 줍고 있다. 자료 UNEP

70년. 플라스틱이 지구를 점령하기까지 걸린 시간입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플라스틱 사용이 급증하면서 플라스틱 쓰레기는 지구의 문제를 넘어 인류의 건강까지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에 중앙일보는 탄생-사용-투기-재활용 등 플라스틱의 일생을 추적하고, 탈(脫)플라스틱 사회를 위한 대안을 모색하는 '플라스틱 어스(PLASTIC EARTH=US)' 캠페인 2부를 시작합니다.

특별취재팀=강찬수 환경전문기자, 정종훈·편광현·백희연 기자, 곽민재 인턴기자, 장민순 리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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