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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의 “어떤 분이든”은 김동연? 제3지대 몸집 불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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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결국 국민의힘과의 합당 결렬을 선언하며 '마이 웨이'를 천명했다. "주어진 시대적 소명을 다 하겠다"는 말로 대선 독자 출마 가능성도 열어뒀다. 국민의힘 중심으로 짜인 야권 구도에 균열이 생긴 것으로, 안 대표가 향후 어떤 행보를 걷고 그에 따라 정치권은 어떻게 반응할지 다양한 말들이 나온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안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민의힘과의 합당 결렬을 최종 선언했다. 뉴스1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안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민의힘과의 합당 결렬을 최종 선언했다. 뉴스1

안 대표는 16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당과 국민의힘, 두 정당의 통합을 위한 노력이 여기에서 멈추게 됐음을 매우 안타까운 마음으로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저의 부족함으로 (합당이란) 결과에 이르지 못했다. 국민께 죄송하다"고 했지만, 협상 결렬의 책임은 국민의힘 탓으로 돌렸다. 그는 “(국민의힘은) 통합 논의 과정에서 지지자들의 마음에 오히려 상처를 입혔다. 단지 합당을 위한 합당, 작은 정당 하나 없애는 식의 통합은 정권교체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대선 독자 출마 여부에 대해 확답을 피하며 “제1야당만으로는 정권 교체가 힘들어졌다. 정권 교체를 바라고 더 좋은 대한민국을 원하는 합리적 중도층을 대변하고, 주어진 시대적 소명을 다 하겠다”는 말로 대신했다.

이로써 양당 간 합당은 3월 16일 추진 선언 5개월 만에 무산됐다. 당시 안 대표는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 후보 단일화에 난항을 겪자 “서울시장이 되거나, 제가 후보가 안 되더라도 정권교체를 위해 모든 역할을 다하겠다”며 합당을 선언했다. 이후 6월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당선된 후 본격적인 실무협상에 돌입했지만, 당명과 정강정책, 지분 문제 등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이 대표가 안 대표에게 “직접 만나자”고 요청했지만, 자신의 ‘휴가 전’으로 시한을 못 박은 이 대표와 국민의당 간 설전이 감정싸움으로 번지기도 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오른쪽)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국민의당대표 회의실에서에서 안철수 대표를 예방 후 기념촬영을 갖고 있다. 2021.6.16 오종택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오른쪽)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국민의당대표 회의실에서에서 안철수 대표를 예방 후 기념촬영을 갖고 있다. 2021.6.16 오종택 기자

안 대표가 당장 대선 출마를 선언하기 보다는 제3지대 확장에 주력할 것이란 전망이 정치권엔 많다. 이와 관련해 주목되는 인물이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다. 안 대표는 김 전 부총리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 “어떤 분이든 만나서 의논할 자세가 돼있다”고 말했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중앙일보에 “김 전 부총리와 메시지가 유사하다. 향후 소통해가며 연대하는 상황을 만들 것"이라고 부연했다.

경제 분야의 전문성이 있는 김 전 부총리와 인지도가 높은 안 대표가 함께할 경우, 중도층 일부가 호응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철학과 교수는 “윤석열ㆍ최재형 등 국민의힘 후보들이 보수 성향을 강하게 드러내며 집토끼를 잡는 중인데, 이 과정에서 이탈한 중도층을 잡기 위해선 안 대표가 매우 중요한 인물”이라고 말했다.

제3지대 몸집 불리기의 성공 여부와는 별개로 안 대표가 대선 행보를 공식화한 뒤 막판까지 레이스를 펼칠 것이라고 보는 이가 많다. 더 이상의 '철수'는 안 대표 개인은 물론, 국민의당 정치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연말 연초 야권 전체의 후보 단일화 논의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권영세 국민의힘 대외협력위원장은 이날 통화에서 “단일화를 해도 승리 가능성이 작았던 2017년 대선과 달리, 이번엔 후보 단일화가 정권 교체의 필수 조건”이라며 “후보 선출 전까지 호의적인 관계를 유지하되, 결국엔 후보가 결단해야 할 문제로 대선 후보의 역량이 중요해졌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3선 의원도 “어차피 대선 후보가 선출되면 당 대표는 뒤로 빠지고, 후보가 당무 우선권을 가진다. 그때부터 후보를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단일화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12년 11월 7일 대선 후보 단일화 논의를 위해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가 백범기념관에서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2012년 11월 7일 대선 후보 단일화 논의를 위해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가 백범기념관에서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국민의힘 대선주자들은 이날 일제히 “정권교체를 위해 통합을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유승민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통합 논의가 조속히 재개되길 기대한다”고 썼고, 다른 주자들도 "우리가 같이 힘을 모을 수 있는 관계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최재형 전 감사원장), "분열은 공멸"(원희룡 전 제주지사) 같은 입장을 밝혔다.

반면 대선 판도에 미치는 안 대표의 영향력이 미풍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국민의힘의 한 재선의원은 “본인이 약속했던 합당을 뒤집으면서 상처를 입었다. 대선에서 파급력이 별로 크지 않을 거로 본다”고 말했다. 지지율 정체 상태가 오래 이어지는 정치 현실, 또 천문학적 액수의 ‘쩐의 전쟁’이 펼쳐지는 대선의 특성 등을 언급하며 '킹 메이커'로 선회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장성호 건국대 미래지식교육원장은 “역대 선거를 보면 안 대표의 지지율이 어느 정도 오르더라도 막판에는 떨어졌다. 이번에도 이런 패턴이 반복될 경우 야권 분열의 책임을 면하기 위해 후보를 사퇴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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