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달리는 전기차, 수소가 움직이는 세상”…켄텍, 9월 첫 신입생 뽑는다

중앙일보

입력 2021.08.17 05:00

업데이트 2021.08.17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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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세계 유일 ‘에너지 특화대학’…내년 3월 문 연다”

“한 번 충전하면 한 달씩 가는 전기차 배터리, 꿈의 에너지라는 인공태양, 수소 에너지를 주된 에너지로 만드는 미래형 인재가 한국에너지공과대학(KENTECH·켄텍)에서 나올 겁니다.”

윤의준 한국에너지공과대학 총장 “에너지 인재가 국가경쟁력 척도”

윤의준 한국에너지공과대학 총장이 지난 12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미래 에너지 분야 인재 양성 방향이다. 그는 “화석연료를 캐서 태우기만 하면 되던 편한 세상은 끝났다”며 “20년 뒤에는 미래 에너지 분야에 고급·핵심 인재가 얼마나 있는지가 국가 경쟁력의 척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켄텍은 세계 유일의 에너지 분야 특화대학을 표방하고 있다. 내년 3월 전남 나주시 빛가람동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에서 문을 여는 대학의 교육·연구 목표는 ‘미래 에너지 개발과 인재 육성’이다.

윤 총장은 “켄텍은 미래 에너지 분야에 특화된 교육과 연구에만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학 설립·운영에 투입되는 예산이 국가적인 미래 에너지 인재를 키우고 세계와 경쟁하는 대학을 양성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취지다. 켄텍은 2025년까지 대학 설립 및 운영에 8289억원이 투입된다.

윤의준 한국에너지공과대학(KENTECH) 총장이 16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대학에서 길러낼 미래 에너지 인재상을 밝히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윤의준 한국에너지공과대학(KENTECH) 총장이 16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대학에서 길러낼 미래 에너지 인재상을 밝히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에너지 대전환의 시대…특화대학, 선택 아닌 생존”

윤 총장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미국, 유럽, 일본 등은 2050년을 목표로 ‘탄소 중립’을 선언했지만, 우리나라는 지금대로라면 탄소 중립을 달성 못 한다”고 말했다. “에너지 대전환의 시대를 맞아 에너지 특화대학은 선택이 아닌 미래 먹거리 등 생존의 문제”라는 점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그는 “온실가스 배출을 제로(ZERO)화하는 탄소 중립은 지구온난화 등 문제 때문에 인류가 꼭 풀어야 할 문제가 됐다”면서도 “그러나 현재 탄소 중립 기술 수준은 경제성이 떨어지고 우리나라 기존 연구·교육 체제에서는 에너지 신기술 개발이나 인재 양성도 현실성이 낮다”고 했다.

켄텍은 올해 첫 신입생 선발을 시작으로 오는 2025년까지 1학년~4학년의 학부 편제가 완성된다. 그때까지 학생 수 1000명, 교수진 100명의 연구개발 및 창업중심 강소형 대학이라는 외형을 갖추는 게 윤 총장의 목표다.

향후 교수진과 학생이 중점적으로 교육·연구할 분야는 크게 5가지다. ▶에너지 AI ▶에너지 신소재 ▶차세대 그리드 ▶수소 에너지 ▶환경 기후 기술 분야로 나뉜다. 에너지 생산·수송·소비로 이어지는 주기에 맞춰 산업 파급력이 높은 5가지 핵심 분야를 선정했다.

윤의준 한국에너지공과대학(KENTECH) 총장이 16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향후 대학 운영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윤의준 한국에너지공과대학(KENTECH) 총장이 16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향후 대학 운영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9월 첫 신입생 모집…독특한 선발 방식은?

윤 총장은 “핵심 분야별로 특화된 5개 연구소가 구축될 예정”이라며 “교수 100명 중 20명은 교육에 특화하고, 80명은 연구에 특화하는데 에너지 분야에 석학들이 투입되는 것은 전 세계 어느 대학을 봐도 쉽지 않은 일”이라고 했다.

그는 “5개 에너지 분야 연구에 80여 명의 교수가 투입되는데 다양한 학문을 가르치는 종합대학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라며 에너지 특화대학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우리나라 에너지 분야 기술 수준은 선진국보다 2~4년 정도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재도 부족하다. 윤 총장은 “켄텍이 2050년까지 에너지 분야 세계 상위(Top) 10위 대학을 목표로 하는 첫걸음이기 때문에 이번 첫 신입생 모집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켄텍은 오는 9월 10일부터 첫 신입생 수시 모집을 시작한다. 내년 개강 전까지 이들을 가르칠 교수진 50명의 채용도 완료된다. 5가지 핵심 교육·연구 분야 연구소장은 이미 선발이 마무리된 상태다.

윤 총장은 “기존 대학에서는 시도할 수 없는 혁신적인 커리큘럼으로 켄텍에 특화된 국가적 에너지 인재를 키울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 3월 개교를 앞둔 한국에너지공과대학(KENTECH) 조감도. 사진 KENTECH

내년 3월 개교를 앞둔 한국에너지공과대학(KENTECH) 조감도. 사진 KENTECH

“글로벌 에너지대…마지막 퍼즐은 창의적 인재”

신입생 선발 과정도 기존 대학에서는 찾아볼 수 없던 방식으로 진행된다. 윤 총장은 “세계적인 에너지 특화대학의 마지막 퍼즐 조각이 인재인데 그동안 볼 수 없던 방식으로 창의적 인재를 선발한다”며 “짧은 시간 내에 주어진 문제를 실수 없이 풀어야 하는 것이 기존 대학들의 방식이었다면 우린 굉장히 오랜 시간을 갖고 인재를 찾는 것”이라고 했다.

켄텍은 이번 신입생 수시모집에서 한 학생당 70분의 면접 과정을 거친다. 학교생활기록부와 자기소개서, 수학·과학에 대한 관심, 왜 켄텍에 지원했는지를 묻는 면접이 1단계로 약 15분간 진행된다.

이후 ‘미션 켄텍 팩키지(Mission KENTECH Package)’라는 독특한 창의성 면접이 55분간 진행된다. 협곡·심해·열대 습지·사막·초원 등 지역의 기후 등 입지조건을 기록한 카드와 수차·드론·액화 수송선·초전도 전선 등 각종 장비의 기능을 설명한 카드를 이용한 창의성 면접이다.

켄텍이 지난 6월 공개한 모의면접 문제는 각각 카드에 기록된 입지조건과 장비를 활용해서 어떤 지역에 ‘AI 데이터 센터’를 짓고 저렴한 비용으로 전기를 공급하고 장치를 냉각할지 방안을 찾는 것이었다.

카드를 이용한 창의성 면접을 개발한 김희태 켄텍 교수는 “지식보다는 상상력과 창의성이 중요한 면접”이라며 “획일화된 면접을 만들지 않기 위해 그동안 입시면접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켄텍 만의 독특한 인재 선발 방식을 도입한 것”이라고 했다.

16일 김희태 한국에너지공과대학(KENTECH) 교수가 오는 9월 수시면접부터 활용될 창의성 면접 ‘Mission KENTECH Package’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16일 김희태 한국에너지공과대학(KENTECH) 교수가 오는 9월 수시면접부터 활용될 창의성 면접 ‘Mission KENTECH Package’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정답은 없다. 창의성만 있다”

윤 총장은 “우리가 학생 선발에 제시한 문제는 정답이 없다”며 “학생들 스스로 창의적인 스토리텔링형 답을 찾는 방식인데 단순한 암기 위주 공부에 힘을 쏟은 학생이라면 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학생이 알고 있는 지식에 상상력을 동원해 답을 만드는 과정을 보는 것이다. 30분 동안 문제를 풀어가는 시간을 주고 25분 동안 왜 그런 답을 냈는지 면접관과 학생이 이야기하는 시간이 진행되는 방식이다.

윤 총장은 “얼마나 많이 암기했는 지보다 가진 지식을 어떻게 쓸 것이냐가 학생 선발의 핵심이다”며 “교수 100명, 학생 1000명의 강소형 대학인 만큼 학생과 교수와 접촉도가 높고 자유롭게 창의성을 시험하는 공간으로 대학 공간을 구성할 계획”이라고 했다.

한국에너지공과대학(KENTECH)이 오는 9월 첫 신입생 선발부터 사용할 창의성 면접 카드. 프리랜서 장정필

한국에너지공과대학(KENTECH)이 오는 9월 첫 신입생 선발부터 사용할 창의성 면접 카드. 프리랜서 장정필

칠판이 없는 강의실…건물 곳곳이 실험실

윤 총장은 “강의실도 우리가 알던 대학과 다를 것”이라고 했다. 칠판이 맨 앞에 있고 그 앞으로 학생들의 책상이 나열된 모습을 없애기 위해 칠판 없는 강의실을 만들겠다고 한다.

칠판을 앞에 둔 전통적인 강의실 형태처럼 지식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교육은 없을 것이란 뜻이다. 윤 총장은 “교육을 받는 사람의 학습 위주로 대학 공간이 구성돼야 한다”며 “이론을 받아적고 시험 보는 교육은 금세 까먹는데 체험하며 얻은 정보는 다르다”고 했다.

배운 이론을 현실에 적용하는 형태의 과제를 한 학기 동안 해결하는 방식으로 교육이 진행된다. 윤 총장은 “해외에서도 효과적인 교육방식으로 평가받은 방법인데 온실가스 측정 이론을 배웠다면 온실가스 발생을 줄이고 싶은 공장을 찾아가 직접 측정하고 저감방안을 찾는 형태”라고 했다.

대학 공간은 전부 실험실처럼 활용된다. 학생과 교수들이 태양전지를 만들었다면 학교 가로등에라도 직접 적용하면서 자신들의 능력을 실증할 기회를 준다.

내년 3월 개교 예정인 한국에너지공과대학(KENTECH) 행정강의동 조감도. 사진 KENTECH

내년 3월 개교 예정인 한국에너지공과대학(KENTECH) 행정강의동 조감도. 사진 KENTECH

한 수업에 교수 2명이 들어가는 이유?

켄텍의 수업에는 2명의 교수가 동시에 학생을 가르치는 교육과정도 포함된다. 윤 총장은 “온실가스 측정 수업을 예로 들 수 있겠다”며 “온실가스 측정은 보통 환경공학 분야인데 이론을 적용할 공장이 반도체 공장이라면 해당 전문 분야 교수가 함께 실험하는 것”이라고 했다.

2명 이상의 교수가 학생들과 교육·연구에 매진할 수 있는 수업 방식도 켄텍에서만 시도할 수 있다고 한다. 기존 대학에서는 한 수업에 2명의 교수가 배치되면 수업일수에 대한 교수 평가를 절반만 인정하지만, 켄텍은 모두 반영하기 때문이다.

윤 총장은 “승진 심사 등에 필요한 교수 업적 평가를 할 때도 기존 대학은 논문 숫자로 결정하는 경우가 많은 데 우리는 그렇지 않다”며 “질 좋은 논문이나 연구, 특허 출원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핵심 기술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식”이라고 했다.

16일 윤의준 한국에너지공과대학(KENTECH) 총장이 내년 3월 개교를 앞둔 대학 캠퍼스 조감도를 설명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16일 윤의준 한국에너지공과대학(KENTECH) 총장이 내년 3월 개교를 앞둔 대학 캠퍼스 조감도를 설명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카이스트가 대전 대학? 아니다”

끝으로 윤 총장은 “올해 개교 50주년을 맞은 카이스트(KAIST)가 대전에 있다고 해서 충남 등 그쪽 지역만을 위한 대학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현 정부의 대통령 공약이란 정치적 이유로 설립된 대학”이란 부정적인 시선을 겨냥한 말이다.

그는 “설립 당시만 해도 카이스트에 투입될 예산과 자원을 기존 대학에 주면 더 잘할 것이란 부정적 시선이 컸다”며 “하지만 설립 50년이 지난 지금 카이스트가 연구중심 이공계 특수대학으로 대한민국의 산업화와 경제발전에 기여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켄텍도 국가적 미래 에너지 기술과 인재를 육성한다는 점에서 카이스트와 다를 바 없다”며 “학생들이 20년 뒤 사회에 주축이 될 때는 에너지 전문가냐 비전문가냐를 놓고 인재를 따지는 시대가 될 것인 만큼 전국의 많은 학생들이 켄텍을 선택했으면 하는 바램”이라고 말했다

〈윤의준 총장은〉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MIT에서 전자재료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0년부터 1992년까지 미국 AT&T 벨연구소 연구원 생활을 거친 뒤 귀국해 1992년부터 2020년까지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로 재직했다. 서울대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원장, 서울대 연구처장 겸 산학협력단장과 대한금속재료학회 사업부회장, 한국LED 광전자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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