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시론

허위 보도에 대처하는 ‘현명한 방법’은 따로 있다

중앙일보

입력 2021.08.17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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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문재완 전 한국헌법학회장·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문재완 전 한국헌법학회장·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나에 대한 허위보도가 있다고 가정하자. 내가 입는 피해는 무엇인가. 명예훼손이다. 나쁜 짓을 하지 않았는데, 사람들은 나를 나쁜 짓을 한 사람으로 평가한다. 내가 본 피해는 어떻게 치유될 수 있을까. 하나의 방법은 명예가 훼손된 만큼 돈으로 배상받는 것이다. 위자료를 받으면 내 명예가 온전히 회복될까. 소송을 해서 몇 년 뒤 배상금을 받는다고 이미 훼손된 명예가 회복될까. 아닐 것이다. 배상금을 대폭 늘리면 명예회복의 효과가 더 커질까. 역시 아닐 것이다.

언론중재법 개정안, 위헌 소지 커
배상보다 정정이 가장 빠른 해법

또 다른 방법은 잘못을 시정하는 것이다. 언론사가 허위보도를 시인하고, 잘못을 사과하고, 허위를 시정하는 정정 보도를 하는 것이다. 그러면 사람들은 나에 대해서 제대로 알게 된다. 정정이 빠르면 빠를수록 그렇다. 배상금이 없어도 명예는 회복된다.

앞의 방법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만들어 추진하는 방식이고, 뒤의 방법은 일부 국가에서 하는 방식이다. 여당은 허위·조작보도로 피해가 발생한 경우 손해액의 최대 5배를 배상하도록 법안을 만들었다. 그렇게 해서 가짜뉴스를 막고, 피해자의 인격권을 보호하겠다고 한다. 취지는 좋은 것 같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문제가 많다.

여당 개정안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인격권 보호의 효과도 없고, 언론의 자유를 침해해 헌법에도 위반된다. 첫째, 허위·조작보도는 징벌을 대신하는 손해배상이 아니라, 현행 형사법으로 징벌할 수 있다. 그러니 과잉입법이다.

둘째, 징벌적 손배를 언론에 적용하는 것은 신중히 해야 한다. 호주는 징벌적 손배제를 실시하지만, 언론사에는 적용하지 않는다. 미국은 언론보도에 적용하는 데 한계를 설정했다. 공인이 소송할 경우 언론사의 현실적 악의를 입증해야 징벌적 손배를 받을 수 있다. 민주당의 개정안은 미국과 반대다. 언론사의 고의·중과실을 추정하는 조항을 만들어 언론사에 일방적으로 불리하다.

셋째, 징벌적 손배액이 과도하다. 개정안은 손해액을 계산할 때 매출액을 고려하도록 한다. 매출액이 없으면 최대 1억 원까지 손해액을 추산하고, 거기에 5배를 배상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법원이 추산하는 손해액의 수 십배가 징벌적 손배액이 되는 것이다. 미국 대법원은 징벌적 손배액이 손해액의 10배 이상이면 위헌으로 본다.

정보화 시대에 진실한 정보는 소중하다. 허위보도는 조속히 시정하고, 진실한 정보가 유통되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허위보도에 대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정정보도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강제적 정정보도만 활용해왔다. 중재위원회의 조정이나 법원의 소송을 통해서 언론사에 정정을 요구하는 방식이다. 언론사는 쉽게 정정하지 않고 저항한다.

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강제적 정정보도를 더 강화하고 있다. 정정보도의 시간·분량 및 크기를 법으로 규제하고, 정정보도 청구가 있음을 알리는 표시를 했는지 모니터링하는 전담 인력을 중재위원회에 두겠다고 한다.

그동안 정정보도가 활성화되지 못한 원인이 무엇일까. 중재위원회를 40년간 운영했는데 언론사는 여전히 정정보도에 인색하다. 접근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 언론사가 자발적으로 잘못된 내용을 신속히 바로잡으면 손배액이나 형벌을 경감하는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언론사가 정정보도를 하면 징벌적 손배는 물론이고 일반적 손배도 인정하지 않는다. 중재위도 필요 없다.

언론사는 정정보도 신청이 들어오면 선택의 갈림길에 선다. 허위를 인정하고 정정할 것인가, 허위가 아니라고 주장해서 법정 다툼으로 갈 것인가. 후자를 선택하면 거액의 손해배상을 각오해야 한다. 대부분 전자를 선택한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여야가 머리를 맞대면 가짜뉴스에 대처하는 좋은 방안을 찾을 수 있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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