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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혈관·관절·장기도 칼슘 쌓여 ‘녹슨다’...만성 염증·암 시그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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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석회화 바로 알기

칼슘은 우리 몸의 건축가다. 뼈·치아를 단단히 만드는 한편 전기신호를 조절해 신경·근육의 기능을 유지하는 만능 일꾼이다. 때로는 칼슘이 숨은 건강 문제를 알려주는 단서가 되기도 한다. 과도한 염증 반응과 외상, 암과 같은 질환은 칼슘 축적을 부추겨 석회화(石灰化) 현상을 유발한다. 철골의 녹슨 정도를 보며 건물 상태를 짐작하듯, 석회화된 조직과 형태·양을 파악하면 다가올 건강 위협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신체 부위별 석회화의 원인과 대처 방법을 알아봤다.

"심장 혈관 쪽 관상동맥 석회화 #심근경색·뇌졸중 위험성 커져 #유방·갑상샘도 진행 경우 많아"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X선·초음파 검사 후 ‘석회화’ 진단을 받는 사람이 적지 않다. 칼슘은 한데 뭉쳐 딱딱하게 굳는 성질이 있는데 혈액 속 칼슘이 특정 조직에 쌓여 굳는 현상을 석회화라고 한다. 고려대안암병원 가정의학과 김양현 교수는 “석회화는 혈관을 비롯해 유방·전립샘·관절·힘줄 등 혈액이 닿는 어디에나 나타날 수 있다”며 “칼슘 불균형과 만성 염증, 암을 포함한 질환 등 원인이 다양해 ‘맞춤 관리’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유방 미세석회 보이면 정밀검사해야

인체에 나타나는 석회화 가운데 가장 흔하면서도 위협적인 건 심장 혈관에 발생하는 관상동맥 석회화다. 관상동맥은 심장 근육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혈관으로 원활한 혈액 공급을 위해 탄력이 좋고 내면이 미끈하다. 하지만 나이가 들거나 고혈압·당뇨병·이상지질혈증이 조절되지 않으면 혈관이 좁아지고 굳는 동맥경화가 발생하고 여기에 칼슘이 쌓이면서 관상동맥 석회화로 악화한다. 강동성심병원 심장혈관내과 이준희 교수는 “관상동맥 석회화가 진행할수록 심장 근육이 괴사하는 심근경색과 혈전으로 인한 뇌졸중의 위험이 커진다”며 “현재로써는 석회화된 혈관을 직접 치료할 방법이 없어 예방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관상동맥 석회화는 CT 촬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관상동맥은 직경이 3㎜ 안팎으로 얇아 단순 영상촬영만으로는 상태를 알기 어려운데, CT를 찍어 칼슘의 부피·양을 측정한 뒤 이를 수치화하면 석회화는 물론 동맥경화도 파악할 수 있다. 이를 관상동맥 석회화 지수(칼슘 스코어)라고 한다. 이 교수는 “점수가 높을수록 혈관이 녹슬었다는 의미”라며 “일단 점수가 0점 이상이면 동맥경화가 진행됐다는 의미로 약물·운동을 토대로 한 만성질환 관리를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방 석회화는 성인 여성 10명 중 8명에게서 발견될 정도로 흔하다. 특별한 증상이 없고 만져지지도 않아 건강 검진에서 우연히 발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강동경희대병원 유방갑상선외과 송정윤 교수는 “외상이나 수술로 인한 염증, 모유에 포함된 칼슘 침착물이 유선에 쌓여 석회화가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다만 흔하다고 쉽게 봐서는 안 된다. X선상 하얗게 나타나는 반점이 석회화된 조직일 수도 있지만 암일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전자를 양성 석회화, 후자를 악성 석회화라고 한다. 송 교수는 “암세포가 빠르게 성장하는 과정에 주변 조직이 괴사하면 노폐물이 쌓여 석회화가 진행할 수 있다”며 “특히 X선 검사에서 1㎜ 내외의 작은 하얀 점이 뭉친 듯 보이는 ‘군집성 미세 석회화’가 확인되면 정밀 검사를 받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갑상샘에 나타나는 석회화도 유방처럼 암의 ‘신호’가 될 수 있다. 특히 갑상샘의 혹(결절)에 미세 석회화가 나타나면서 ▶좌우보다 위아래가 길고 ▶각진 모양이라면 암일 가능성이 크다. 송 교수는 “크기가 1㎝ 미만인 결절도 미세 석회화 여부와 크기·모양·위치를 고려해 조직(세침) 검사를 시행한다”며 “갑상샘 석회화는 초음파검사로 쉽게 진단할 수 있는 만큼 가족력이 있거나 쉰 목소리 등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병원을 찾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나이든 여성은 무릎 등 가성통풍 주의

전립샘 석회화는 전립샘 액이 제대로 배출되지 못하고 농축되거나 소변이 역류하는 경우, 세균 감염 등으로 발생·악화한다. 전립샘염과 전립샘비대증으로 인한 조직 손상·압박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이유 없이 아랫도리가 불편하고 아플 때, 빈뇨·잔뇨감이 심한 경우 전립샘 석회화를 의심해야 한다.

 다만 배뇨장애·통증·불편함은 원인 질환에 의한 증상으로 전립샘 내부에서 진행하는 석회화가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는 드물다. 암과도 큰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보고된다. 의정부을지병원 비뇨의학과 조정만 교수는 “석회화된 부위는 수술로 잘라내는데 환자에게 부담이 돼 이상 증상이 동반되지 않는 한 굳이 치료하지 않는다”며 “오래 자전거를 타는 등 전립샘을 자극하는 활동을 피하고 평소 온수 좌욕을 실천하면 혈액순환이 개선돼 비뇨기계 질환과 이로 인한 석회화를 동시에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퇴행성 변화가 시작하는 중년 이후로는 근골격계 석회화가 나타나기 쉽다. 석회성 건염은 어깨를 감싼 회전근개가 반복적인 손상·자극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칼슘 덩어리가 커지면 관절 내 압력이 높아지고 염증 반응이 심해져 가만히 있어도 극심한 어깨 통증을 느낀다. 가천대 길병원 정형외과 이병훈 교수는 “초기에는 진통제·스테로이드로 염증을 조절하고, 통증이 사라지지 않으면 내시경으로 근막·힘줄을 절개하거나 칼슘 덩어리를 빼내는 수술을 시행한다”고 말했다.

 가성통풍은 관절 주변이 붓고 열이 나는 등 일반 통풍과 증상은 비슷하지만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고령일수록 발병률이 높다는 차이점이 있다. 또 일반 통풍의 70%가 엄지발가락에 나타나는 것과 달리 가성통풍의 절반 이상은 무릎에서 시작한다. 이병훈 교수는 “가성통풍은 관절염에 석회화가 동반되는 병으로 통풍에 버금갈 만큼 갑작스럽고 심한 통증이 특징”이라며 “요산을 없애는 약물로는 해결할 수 없고 관절염 치료제나 관절경을 이용해 염증 물질을 씻어내는 세척술로 치료·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석회화 질환 예방하려면

석회화 질환 예방하려면

1 칼슘은 비타민D와 함께 섭취
혈중 칼슘 농도가 높다고 무조건 석회화가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 단, 칼슘 보충제를 단독 복용하거나, 고용량으로 섭취하면 혈액 내 칼슘이 급증해 관상동맥 석회화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칼슘은 가급적 우유·멸치 등 음식으로 채우고 보충제가 필요하면 비타민D를 함께 복용해 흡수율을 높이는 게 안전하다.

2 가공식품은 가급적 멀리
탄산음료·패스트푸드 등에 포함된 인산·인산나트륨은 혈중 칼슘 수치를 떨어뜨린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갑상샘 호르몬 분비량이 늘어나면서 뼈의 칼슘이 혈액으로 빠지는데, 혈중 칼슘 수치가 요동치는 과정에서 세포가 손상되고 석회화가 진행할 위험이 커진다. 특히 칼슘 조절 능력이 떨어지는 신부전 환자나 갑상샘 기능 이상 환자는 가공식품 섭취를 자제하는 게 바람직하다.

3 하루 30분 이상 꾸준히 운동
꾸준한 운동은 체내 염증 수치를 낮추고 비만·고혈압·암과 같은 석회화의 원인 질환을 예방하는 ‘보약’이다. 한번에 몰아서 운동하기보다 하루 30분~1시간, 일주일에 3번 이상 통증이 나타나지 않을 강도로 유산소·근력 운동을 병행하는 게 바람직하다.

도움말: 고려대안암병원 김양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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