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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교수들의 ‘슬기로운 유튜브 생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유튜브 영상을 촬영하는 서울의대 교수들. 사진은 임재준 교수. [사진 임재준]

유튜브 영상을 촬영하는 서울의대 교수들. 사진은 임재준 교수. [사진 임재준]

“드디어 때가 왔다!”

‘서울의대 열린 강의실’ 개설 8개월 #“사회 봉사위해 시작, 예능 안 원해” #20분 영상 위해 기본 1주일 투자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들이 유튜브 기획을 하면서 했던 말이라고 한다. 지난해 12월 서울대 의대 공식 유튜브 채널인 ‘SeoulNationalUniversity Medicine’에 ‘서울의대 열린 강의실’ 이란 코너가 만들어질 때였다. 이를 기획한 임재준 서울대 의대(내과학) 교수 겸 의학교육실장은 “한 분야에서 20~30년씩 연구하고 진료하고 강의하면서 쌓인 교수들의 통찰을 영상을 통해 사회와 나누고 싶었다”고 말했다.

유튜브 영상을 촬영하는 서울의대 교수들. 사진은 권준수(左), 전상훈(右) 교수. [사진 임재준]

유튜브 영상을 촬영하는 서울의대 교수들. 사진은 권준수(左), 전상훈(右) 교수. [사진 임재준]

임 교수를 시작으로 전주홍(생리학)·허대석(내과학·명예교수)·권준수(정신과학)·전상훈(흉부외과)·유성호(법의학)·조영민(내과학) 교수가 강의 주자로 나섰다. 김나영(내과학), 신좌섭(의학교육학) 교수의 영상은 차례로 올라올 예정이다. 그들이 귀한 시간을 쪼개 유튜브에 나선 이유는 “사회에 봉사하고 싶어서”라고 했다. 임 교수는 “의대 교수들이 무료 진료나 봉사 단체를 이끄는 것 외에 가진 지식을 사회에 전달하는 것도 봉사”라고 설명했다.

평균 20분짜리 영상을 위해 교수들은 일주일을 투자한다. 임 교수는 “원고를 작성하고, 연습하고, PD와 사전 미팅하면 일주일 정도 걸린다”고 말했다. 그의 첫 강의 영상인 ‘의학은 어떻게 검증되는가’의 원고는 총 7쪽이었다. 그는 “강의를 위해 쥐어짠 내용이 아니라 그동안 대중들에게 하고 싶었던 얘기가 이만큼 있던 거였다”고 했다.

교수들 대부분은 이미 책이나 방송 등을 통해 세상과 소통한 경험이 있었다. 그런데도 카메라 앞에 서기는 쉽지 않았다. 임 교수는 “영상이 나오면 사실 모든 사람이 볼 수 있고 영원히 남는다는 걱정도 있었다”며 “그래서 내가 먼저 총대를 멘 것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학교 인근 스튜디오를 빌려 첫 촬영을 했다. 담당 PD는 교육방송 출신으로 섭외했다. 임 교수는 “친근하고 이해하기 쉽게 만들더라도 예능이 되는 걸 원치 않아서 일부러 교육방송 출신 PD를 찾았다”고 말했다. 젊은 층은 지루함을 느끼지 않겠냐는 질문에는 “재밌게 하려다 보면 사실을 각색하거나 일부만 발췌한다든가 하는 유혹에 빠질 수 있다”며 “보는 사람이 줄어드는 한이 있더라도 정확함과 품격은 지키자는 마음”이라고 답했다.

16일 현재 이 채널에는 7개의 영상이 업로드됐다. 평균 조회 수는 3000회를 웃돈다. “잔잔하면서 깊이 있는 강의 감사하다” “이렇게 중요한 내용을 이렇게 쉽게 설명할 수 있다니 멋지다” 등 반응도 긍정적이다. 임 교수는 “시즌 2부터는 영어 자막을 넣어 전 세계인이 볼 수 있는 영상으로 만들고 싶다”며 “교수들끼리 대담이나 토론을 하는 등 형식도 바꿔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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