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의 시대, 케인 없어도 돼

중앙일보

입력 2021.08.17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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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맨시티전 승리를 이끈 토트넘 손흥민. [로이터=연합뉴스]

맨시티전 승리를 이끈 토트넘 손흥민. [로이터=연합뉴스]

“케인 없이도, 문제 없었다(No Kane, no problem).”

맨시티와 개막전서 결승골
케인 이적하면 비중 더 커질 듯
원톱으로 최다골 경신 가능성
미러 “손흥민이 팀 아이콘 될 것”

영국 BBC는 16일 이런 기사 제목을 뽑았다. 토트넘에서 해리 케인(28·잉글랜드)이 빠졌지만, 손흥민(29)이 ‘디펜딩 챔피언’ 맨체스터 시티(맨시티)를 상대로 개막전 승리를 안겼다고 평가했다.

손흥민은 이날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1~22시즌 프리미어리그(EPL) 1라운드 맨시티전에서 시즌 첫 골을 터트리며 1-0 승리를 이끌었다. 후반 10분 역습 상황에서 루카스 모우라~스티븐 베르바인으로 이어진 패스를 받은 손흥민이 스텝 오버(헛다리 짚기)로 맨시티 수비수 나단 아케를 속였다. 양발잡이 손흥민은 아크 오른쪽 부근에서 낮고 빠른 왼발 감아차기슛으로 골망 왼쪽 구석을 흔들었다.

이 경기를 본 국내 축구팬들은 ‘케없손왕’이라고 표현했다. ‘케인이 없으면 손흥민이 왕’이라는 의미다.

손흥민(오른쪽)이 맨체스터 시티전에서 왼발 감아 차기 슛으로 시즌 첫 골을 넣고 있다. 해리 케인을 뺀 토트넘은 손흥민을 원톱으로 내세워 1-0으로 이겼다. [로이터=연합뉴스]

손흥민(오른쪽)이 맨체스터 시티전에서 왼발 감아 차기 슛으로 시즌 첫 골을 넣고 있다. 해리 케인을 뺀 토트넘은 손흥민을 원톱으로 내세워 1-0으로 이겼다. [로이터=연합뉴스]

케인은 이날 출전 명단에서 아예 제외됐다. 그는 우승할 수 있는 팀으로 이적하길 원하고 있다. 케인은 EPL 개막 이틀 전(13일)에 토트넘에 합류해 컨디션이 썩 좋지 않다. 게다가 맨시티는 케인을 영입할 가능성이 있는 팀이었다.

그러자 누누 이스피리투 산투 토트넘 감독은 손흥민을 최전방 원톱에 세우는 ‘손 톱(Son top)’을 꺼내 들었다. 지난 시즌 손흥민은 왼쪽 공격수로 출전, 최전방 공격수 케인을 지원하는 역할을 주로 맡았다. 새 시즌 첫 경기에서 손흥민은 손톱처럼 날카로웠다. 수비 부담이 줄어든 덕에 슈팅을 5개나 때렸다. 조세 모리뉴 전 토트넘 감독 시절과 비교하면, 손흥민의 히트맵(지역별 활동량을 온도로 표시한 지도)은 공격 쪽, 특히 중앙에서 더 뜨거웠다.

이날을 포함해 손흥민은 케인 없이 뛴 경기에서 평균 0.57골(54경기에서 31골)을 터뜨렸다. 케인과 함께 뛸 때는 경기당 0.34골(227경기 77골)을 기록했다. 이브닝스탠다드는 “케인이 있든 없든 토트넘에는 여전히 월드클래스 공격수가 한 명 있다는 걸 알렸다”고 평가했다. BBC에는 “케인이 1억 5000만 파운드의 가치라면, 손날두(손흥민+호날두)의 가치는 1억 6000만 파운드(2580억원)일 것”이란 댓글이 달렸다.

토트넘 팬들은 경기 막판 “Are you watching Harry Kane(보고 있나, 해리 케인)”이라고 떼창을 불렀다. ‘케인이 없어도 손흥민이 있다’는 의미였다. 이날 토트넘 홈구장에는 5만8262명이 입장했다.

‘손 톱’ 손흥민은 펩 과르디올라 맨시티 감독을 또 찔렀다. 손흥민은 과르디올라가 지휘하는 팀을 상대로 7번째 골(12경기)을 터트렸다. 수비 라인을 끌어올리는 맨시티를 만나면 손흥민이 뒷공간을 공략하기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토트넘은 경기 볼 점유율(35%-65%)에서 밀렸지만, 베르바인-손흥민-모우라 스피드를 앞세워 효율적인 역습을 펼쳤다. 손흥민이 득점하자 어퍼컷 세리머니를 펼친 산투 감독은 “손흥민은 킬러”라고 칭찬했다. 박문성 해설위원은 “산투 감독의 스타일은 수비를 갖춘 뒤 공을 ‘빵’ 때려 역습을 펼친다. 손흥민 원톱은 프리 시즌부터 준비한 전술이다. 케인이 남든 떠나든 손흥민은 비슷한 역할로 중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맨시티 이적설에 휩싸인 해리 케인. [AP=연합뉴스]

맨시티 이적설에 휩싸인 해리 케인. [AP=연합뉴스]

반대로 맨시티에는 케인이 꼭 필요하다는 걸 보여준 경기였다. 슈팅 18개를 때리고도 무득점에 그쳤다. 최전방 공격수 세르히오 아게로가 바르셀로나로 떠난 자리에 페란 토레스가 대신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이 경기로 인해 케인의 이적료가 1억 파운드에서 2000만~3000만 파운드 이상 인상될 거란 예상도 나온다. 이런 흐름에서 경기 중 중계 카메라가 다니엘 레비 토트넘 회장을 잡았다. 케인은 여전히 이적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PL의 여름 이적시장은 31일(현지시각) 마감된다.

손흥민은 경기 후 케인 관련 질문에 “우리는 프로다. 누가 있고 없고는 중요하지 않았다. 분명히 케인은 우리에게 중요한 선수”라고 말을 아꼈다. 지난 시즌 22골을 몰아친 손흥민은 최다 골 경신에 대해 “매 경기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하다 보면 개인 성적은 따라올 것”이라고 했다.

만약 케인이 떠난다면 ‘손 톱’ 시대가 열릴 것이다. 손흥민은 ‘2인자’가 아닌 ‘1인자’가 될 수 있다. 영국 미러는 “손흥민은 토트넘의 아이콘이 될 준비가 돼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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