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고 있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리더십이 17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날 선 시험대에 오른다. 이 대표는 지난주 여름휴가기간 동안 경선준비위 월권 논란 및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의 통화 내용 유출 의혹 등에 휩싸이며 당내 갈등의 한복판에 섰다. 아군들과 곳곳에서 대치 전선을 형성한 이 대표가 다중분열 상황인 당내 갈등을 효과적으로 수습해낼 수 있을지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6일 국민의힘 관계자에 따르면 17일 예정된 당 최고위에선 경선준비위의 활동 종료 보고 및 추후 구성될 선거관리위원회 출범 문제, 그리고 선관위를 이끌 위원장 임명 문제가 주요하게 논의될 예정이다. 가장 쟁점이 되는 사안은 경선준비위의 월권 여부다. 특히 경선준비위가 추진 중인 18일 대선주자 토론회의 시행 여부를 놓고 당 지도부 간 의견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앞서 경선준비위는 오는 18일과 25일, 두 차례에 걸쳐 대선주자 토론회를 계획했다. 하지만 대선주자인 윤 전 총장, 원희룡 전 제주지사 등이 임시기구인 경선준비위의 권한을 넘어선 행위라며 반발했다. 특히 윤 전 총장 측은 경선준비위의 토론회 개최가 이 대표의 연이은 ‘윤석열 흔들기’ 작업의 일환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토론회가 예정대로 성사되면 12명의 대선주자가 야권 지지율 1위인 윤 전 총장에게 일방적 공세를 퍼부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에 김기현 원내대표가 ‘토론회’의 명칭 및 방식을 ‘정견 발표회’로 변경하는 중재안을 냈지만 서병수 경선준비위원장이 “18일 토론회를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며 일단 거부했고, 이 대표는 “중재안이 합리적"이라고 다른 의견을 내는 등 혼란은 이어졌다.
국민의힘 관계자에 따르면 이 대표는 17일 최고위에서 18일 예정된 토론회 일정을 취소하고 선관위를 조속히 구성하자는 절충안을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이 대표는 연휴 동안 일부 최고위원에게 연락해 선관위 주관하에 25일 일정 하나만 진행할 수도 있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대신 이 대표의 제안엔 “서 위원장을 추후 구성될 선관위원장으로 임명하는 데 동의해 달라”는 단서가 달렸다고 한다. 당내에선 이 단서가 오히려 뇌관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토론회 추진 과정에서 서 위원장이 이미 공정성 논란에 휘말렸다며 조수진 최고위원을 비롯한 복수의 최고위원이 반대 의사를 밝혔다. 또 그가 이 대표의 비서실장인 서범수 의원의 친형이란 점에서 "이 대표의 입김이 우려된다"는 이유를 거론하는 이들도 있다.
일각에선 의견 조율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서 위원장의 선관위원장 임명 문제를 이 대표가 최고위 표결에 부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 경우 당 지도부 구성상 이 대표 측의 의견이 관철될 가능성이 크다. 의결권을 가진 사람은 이 대표와 김 원내대표, 김도읍 정책위의장, 5명의 최고위원 등 모두 8명이다. 국민의힘에 따르면 4대4 동수가 나올 경우 최종 결정권은 이 대표가 갖는다고 한다.
한편 18일 예고된 토론회가 취소될 경우 이미 참석 의사를 밝힌 11명의 대선주자의 반발이 예상돼 또 다른 당내 갈등의 불씨가 될 가능성이 있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17일 최고위에서 머리를 맞대 최고위원 간 이견을 최대한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尹, 민주당 대변인 출신 유종필 영입=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16일 과거 민주당 대변인을 지낸 호남 출신의 유종필 전 관악구청장을 상임고문으로 영입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점심을 함께한 유 전 구청장에게 캠프 합류를 제안했고, 유 전 구청장이 수락했다고 한다. 유 전 구청장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윤 전 총장이 ‘국민 통합을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 내게 중도적인 시각을 많이 전해달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기자 출신인 유 전 구청장은 청와대 정무비서관과 민주당 대변인, 국회도서관장 등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