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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때가 왔다”…서울대 의대 교수들,유튜브서 ‘찐’ 교양강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해 11월 임재준 교수가 '서울의대 열린강의실' 유튜브 첫 촬영에 임하고 있다. 임 교수 제공

지난해 11월 임재준 교수가 '서울의대 열린강의실' 유튜브 첫 촬영에 임하고 있다. 임 교수 제공

“드디어 때가 왔다!”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들이 유튜브 기획을 하면서 했던 말이라고 한다. 지난해 12월 서울대 의대 공식 유튜브 채널인 ‘SeoulNationalUniversity Medicine’에 ‘서울의대 열린 강의실’ 이란 코너가 만들어질 때였다. 이를 기획한 임재준 서울대 의대(내과학) 교수 겸 의학교육실장은 “모든 교수님이 이제 대중과의 소통은 영상 매체로 하는 시대가 됐다는 걸 잘 알고 계셨다”고 했다. 임 교수는 “영상을 통해 한 분야에서 20~30년씩 연구하고 진료하고 강의하면서 쌓인 그들의 통찰을 사회와 나누고 싶었다”고 유튜버가 된 이유를 설명했다.

임 교수는 유튜브를 기획하며 미국 예일대의 ‘맥 밀란 리포트(Macmillan Report)’라는 유튜브 채널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그는 “이는 예일대의 수많은 교수가 자신의 전공 분야에 대해서 쉽게 대담하는 채널”이라며 “전공자로 보면 쉽게 하는 강의, 대중 입장에서는 수준 높은 교양 강의”라고 설명했다.

“의대 교수들의 사회 기여이자 봉사”

임 교수를 시작으로 전주홍(생리학)ㆍ허대석(내과학ㆍ명예교수)ㆍ권준수(정신과학)ㆍ전상훈(흉부외과)ㆍ유성호(법의학)ㆍ조영민(내과학) 교수가 강의 주자로 나섰다. 김나영 (내과학), 신좌섭 (의학교육학) 교수의 영상은 차례로 올라올 예정이다.

교수로 의사로 바쁜 그들이 귀한 시간을 쪼개 유튜브에 나선 이유는 “사회에 봉사하고 싶어서”라고 했다. 임 교수는 “대학교수들이 연구하고 논문을 써서 학자들끼리 소통하고 학문을 발전시키는 역할도 하지만, 사회에도 적극적으로 기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의대 교수들이 무료 진료나 봉사 단체를 이끄는 것 외에도 가진 지식을 사회에 전달하는 것도 우리의 봉사”라고 설명했다.

임재준 서울대 의대(내과학) 교수 겸 의학교육실장이 '서울의대 열린강의실' 유튜브의 첫 주자로 나섰다. 사진은 당시 임 교수가 준비한 강의 자료. 23분짜리 영상을 준비하기까지 일주일 정도 소요됐다고 한다. 정희윤 기자

임재준 서울대 의대(내과학) 교수 겸 의학교육실장이 '서울의대 열린강의실' 유튜브의 첫 주자로 나섰다. 사진은 당시 임 교수가 준비한 강의 자료. 23분짜리 영상을 준비하기까지 일주일 정도 소요됐다고 한다. 정희윤 기자

평균 20분짜리 영상을 위해 교수들은 일주일을 투자한다. 임 교수는 “원고를 작성하고, 연습하고, PD님과 사전 미팅하면 일주일 정도 걸린다”고 말했다. 그의 첫 강의 영상인 ‘의학은 어떻게 검증되는가’의 원고는 총 7쪽이었다. 그는 “강의를 위해 쥐어짠 내용이 아니라 그동안 대중들에게 하고 싶었던 얘기가 이만큼 있던 거였다”고 했다.

“보는 분 줄더라도 정확함과 품격 지키고파”

권준수 정신과 교수(왼쪽)와 전상훈 흉부외과 교수(오른쪽)가 지난 1월 유튜브 '서울의대 열린강의실' 촬영을 하고 있다. 이 외에도 전주홍(생리학)ㆍ허대석(내과학ㆍ명예교수)ㆍ유성호(법의학)ㆍ조영민(내과학)ㆍ김나영 (내과학)ㆍ신좌섭 (의학교육학) 교수가 강의 주자로 나섰다. 임 교수 제공

권준수 정신과 교수(왼쪽)와 전상훈 흉부외과 교수(오른쪽)가 지난 1월 유튜브 '서울의대 열린강의실' 촬영을 하고 있다. 이 외에도 전주홍(생리학)ㆍ허대석(내과학ㆍ명예교수)ㆍ유성호(법의학)ㆍ조영민(내과학)ㆍ김나영 (내과학)ㆍ신좌섭 (의학교육학) 교수가 강의 주자로 나섰다. 임 교수 제공

교수들 대부분은 이미 책이나 방송 등을 통해 세상과 소통한 경험이 있었다. 그런데도 카메라 앞에 서기는 쉽지 않았다. 임 교수는 “영상이 나오면 사실 모든 사람이 볼 수 있고 영원히 남는다는 걱정도 있었다”며 “그래서 제가 제일 처음으로 총대를 멘 것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혜화역 근처 스튜디오를 빌려 첫 촬영에 임했다. 담당 PD는 교육 방송 출신으로 섭외했다. 임 교수는 “친근하고 이해하기 쉽게 만들더라도 예능이 되는 걸 원치 않아서 일부러 교육 방송 출신 PD님을 찾았다”고 말했다. 젊은 층은 지루함을 느끼지 않겠냐는 질문에는 “재밌게 하려다 보면 사실을 각색하거나 일부만 발췌한다든가 하는 유혹에 빠질 수 있다”며 “보는 분이 줄어드는 한이 있더라도 정확함과 품격은 지키자는 마음”이라고 답했다.

촬영 현장에는 PD를 포함해 10명이 넘는 스태프가 함께한다고 한다. 예산이 많이 투자된 기획이었다. 임 교수는 “의과대학 예산을 많이 투자했다”면서도 수익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전혀 기대도 하지 않고 예상한 적도 없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교수들의 재능 기부이자 ‘찐(진짜)’ 교양강좌인 셈이다.

“영어 자막 넣어 전 세계인 대상으로”

16일 기준으로 이 채널에는 7개의 영상이 업로드됐다. 평균 조회 수는 3000회를 웃돈다. “잔잔하면서 깊이 있는 강의 감사하다”, “이렇게 중요한 내용을 이렇게 쉽게 설명할 수 있다니 멋지다”, “이런 자료가 많이 만들어지면 좋겠다” 등 댓글 반응도 긍정적이다. 의과대학을 지망하는 학생들부터 의학 지식에 관심 있는 중장년층까지 시청 연령대가 넓다고 한다.

임 교수는 “처음에는 1000명만 봐도 감사하다 생각했는데 기대 이상의 반응에 앞으로도 꾸준히 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올해는 총 9개의 영상으로 ‘시즌 1’을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는 “예산을 좀 더 받으면 시즌 2부터는 영어 자막을 넣어 전 세계인이 볼 수 있는 영상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시즌 2에서는 교수님들끼리 대담이나 토론을 하는 등 형식을 바꿔볼 계획”이라며 “앞으로도 효과적으로 많은 사람에게 정확한 의학 지식과 의학을 통해 바라본 세상을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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