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익은 왜 그 맛없다던 떡볶이를 이재명에 먹였을까?[뉴스원샷]

중앙일보

입력 2021.08.16 12:30

업데이트 2021.08.16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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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호 레저팀장의 픽 - 경기관광공사 사장 내정자는 누구  

경기관광공사 신임 사장 내정자 황교익씨의 개인 페이스북. 황교익씨 페이스북 캡쳐.

경기관광공사 신임 사장 내정자 황교익씨의 개인 페이스북. 황교익씨 페이스북 캡쳐.

관광 분야는 속보가 드뭅니다. 꽃 피는 데서 꽃 피고, 단풍 지는 자리에 다시 단풍이 지니까요. 하나 지난주엔 달랐습니다. 연일 토픽에 오른 관광 분야 뉴스가 있었습니다.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 경기관광공사 사장 내정. 한국관광공사 사장도 아니고 자치단체 관광공사 사장에, 임명도 아니고 내정됐다는 뉴스로 온 나라가 시끄러웠습니다. 황교익씨가 누구길래 이런 소란이 벌어졌을까요? 원래 준비했던 둘레길 아이템을 미루고 [뉴스원샷]에서 신임 경기관광공사 내정자에 관하여 알아봤습니다.

국내 최초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가 2012년 펴낸 『황교익의 맛있는 여행』의 저자 소개글. '국내 최초의 맛 칼럼니스트'라고 본인을 소개하고 있다. 손민호 기자

황교익씨가 2012년 펴낸 『황교익의 맛있는 여행』의 저자 소개글. '국내 최초의 맛 칼럼니스트'라고 본인을 소개하고 있다. 손민호 기자

황교익씨는 1962년 경남 마산(지금의 창원) 출신으로, 중앙대 신문방송학과를 나왔습니다(공교롭게도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동문입니다. 황씨가 81학번, 이 지사가 82학번. 황씨가 유튜브 채널에서 굳이 밝혀서 알았습니다). 농민신문 기자로 10여년간 일했는데, 그때부터 농산물과 향토 음식에 관한 글을 썼습니다.

2010년쯤부터 활동이 두드러졌는데요. 인상 비평이 주를 이뤘던 당시 음식 비평계에서 식재료에 관한 이해를 토대로 음식을 다뤄 주목을 받았습니다. 『황교익의 맛있는 여행』(2012)은 저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이 책에서 그는 ‘국내 최초의 맛 칼럼니스트’라고 소개했습니다. 그의 말을 그대로 믿고 숱한 방송 프로그램이 그를 ‘국내 최초 맛 칼럼니스트’라고 홍보했었지요.

그러나 음식 비평계에서 황씨는 ‘최초’가 아닙니다. 황씨보다 선배들이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고(故) 홍성유 선생과 김순경(81) 선생이 있습니다. 두 분 모두 황씨처럼 언론인 출신으로 1970년대부터 음식 비평을 했지요. 2014년 김순경 선생이 “황교익이 누군데, 지가 원조라고 떠들고 다니냐?”며 애먼 저에게 화를 내신 적도 있습니다. 황씨가 ‘맛 칼럼니스트’와 ‘음식 평론가’는 다르다고 주장한다면 어쩔 수 없습니다만, 적어도 제 눈에는 다른 점이 안 보입니다. 최근 네이버 프로필에선 ‘국내 최초 맛 칼럼니스트’ 대신에 ‘(첫 저서가) 한국 최초의 인문학적 향토음식 보고서로 인정받고 있다’는 구절이 들어가 있습니다.

안티조선?

황교익씨가 TV조선에서 진행했던 프로그램 '황교익의 죽기 전에 꼭 먹어야 할 음식' 홍보 이미지. TV조선 홈페이지 캡쳐.

황교익씨가 TV조선에서 진행했던 프로그램 '황교익의 죽기 전에 꼭 먹어야 할 음식' 홍보 이미지. TV조선 홈페이지 캡쳐.

가장 널리 알려진 황씨의 경력이 TV 프로그램 ‘수요미식회’입니다. 많은 사람이 황씨가 ‘수요미식회’로 유명해졌다고 알고 있는데, 음식 비평계에서 황씨가 소위 ‘브랜드’를 얻게 된 건 사실 신문에서 기명 칼럼을 연재한 덕이 컸습니다. 최근 황씨가 쉬지 않고 비난하는 ‘조선일보’입니다.

2013∼2014년 그는 조선일보에 ‘황교익의 먹거리 Why? 파일’이란 칼럼을 연재했습니다. 황씨의 취재 경험이 조선일보의 영향력과 어울려 음식 업계에 강력한 힘을 발휘했었지요. 황씨는 2015년부터 ‘TV조선’에서 제 이름을 내건 프로그램도 진행했습니다. ‘황교익의 죽기 전에 꼭 먹어야 할 음식 101’. 전형적인 맛 기행 프로그램이었는데, 20회 만에 종영됐습니다.

황교익씨가 2월 15일 개인 페이스북에 올린 포스팅. TV조선 프로그램에 출연한 진중권씨를 조롱하고 있다. 황교익씨 페이스북 캡쳐.

황교익씨가 2월 15일 개인 페이스북에 올린 포스팅. TV조선 프로그램에 출연한 진중권씨를 조롱하고 있다. 황교익씨 페이스북 캡쳐.

요즘 황씨 페이스북을 조금만 넘겨보면, 세상에 이런 ‘안티조선’이 없습니다. 2월 15일 포스팅은 진중권씨가 TV조선 시사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하자 다음과 같이 조롱했습니다. ‘자신에게 맞는 자리를 찾으셨네요. 축하합니다.’ 황씨가 조선일보에 기명 칼럼을 연재했던 건 오래전 일이 아닙니다. 이명박 정부 시절입니다. 황씨는 현재 조선일보와 TV조선 이력을 일절 언급하지 않습니다.

'미디어오늘'이 2014년 4월 25일자 기사에서 황교익씨 연재 칼럼이 빠진 소식을 전하고 있다. 2014년 4월 12일자 '김치 없이 못산다면서... 왜 김치맛은 와인처럼 공부 안 하나' 칼럼 이후 황교익씨 연재 칼럼은 조선일보 홈페이지에서 검색되지 않는다. 미디어오늘 홈페이지 캡쳐.

'미디어오늘'이 2014년 4월 25일자 기사에서 황교익씨 연재 칼럼이 빠진 소식을 전하고 있다. 2014년 4월 12일자 '김치 없이 못산다면서... 왜 김치맛은 와인처럼 공부 안 하나' 칼럼 이후 황교익씨 연재 칼럼은 조선일보 홈페이지에서 검색되지 않는다. 미디어오늘 홈페이지 캡쳐.

떡볶이는 맛없다?  

황씨는 여러 번 구설에 올랐습니다. 천일염을 문제 삼았을 때도, 백종원씨를 공격했을 때도 여론이 시끄러웠지요. 그래도 떡볶이만큼 시끄럽지는 않았습니다. “떡볶이는 맛없다”고 연일 목소리를 높였던 황씨가 떡볶이 광고에 출연했던 사실이 알려지자 비난 여론이 들끓었지요. 그래도 끄떡없었습니다. “광고는 광고고 떡볶이는 맛없다”고 하도 단호하게 말하는 바람에 황씨가 정말 떡볶이를 싫어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렇지도 않더군요.

황교익씨 유튜브 채널에 출연한 이재명 경기도지사. 황교익씨 페이스북 캡쳐.

황교익씨 유튜브 채널에 출연한 이재명 경기도지사. 황교익씨 페이스북 캡쳐.

한 달쯤 전 황씨 유튜브 채널에 이재명 지사가 출연했습니다. 그 유튜브에서 황씨가 안내한 마산 맛집이 떡볶이집이었습니다. 마산 부림시장의 ‘6·25 떡볶이’라고 전국구 떡볶이집이지요(저도 좋아하는 집입니다). 그토록 싫어하는 떡볶이를 황씨는 왜 먹으러 갔을까요. 유튜브를 찾아보니 바로 자막이 나오더군요. ‘청소년기에 먹었던 맛있는 음식들 지사님께 소개해드리고 싶어요.’ 이건 또 무슨 뜻일까요. 청소년기에 먹은 떡볶이는 맛있었는데, 지금은 맛이 없다는 얘기일까요? 황씨는 이 집과 인연도 없습니다. 스스로 고백했습니다. 황씨가 마산에서 학교 다닐 땐 이 집이 없었다고요.

한 달쯤 전 황교익씨는 창원에 내려온 이재명 지사와 떡볶이 먹방을 진행했다. 평소 '떡볶이는 맛없다'고 말하던 황씨는 '청소년기에 먹었던 맛있는 음식들을 소개하고 싶다'며 이 지사를 마산 부림시장 떡볶이집으로 데리고 갔다. 황교익씨 유튜브 채널 캡쳐.

한 달쯤 전 황교익씨는 창원에 내려온 이재명 지사와 떡볶이 먹방을 진행했다. 평소 '떡볶이는 맛없다'고 말하던 황씨는 '청소년기에 먹었던 맛있는 음식들을 소개하고 싶다'며 이 지사를 마산 부림시장 떡볶이집으로 데리고 갔다. 황교익씨 유튜브 채널 캡쳐.

황씨는 떡볶이를 매개로 추억을 불러내고 싶었을 겁니다. 때 묻은 동전 내밀고 아껴가며 먹었던, 가난했지만 행복했던 추억 말입니다. 하나 떡볶이는 별 감흥을 못 일으킵니다. 유튜브에 나오더군요. 이 지사는 어릴 적 떡볶이를 안 먹었답니다.

이재명 지지자?

'이재명 지지자'가 아니라고 밝히는 황교익씨의 페이스북 포스팅. 황교익씨 페이스북 캡쳐.

'이재명 지지자'가 아니라고 밝히는 황교익씨의 페이스북 포스팅. 황교익씨 페이스북 캡쳐.

황씨는 ‘이재명 지지자’가 아닙니다. 현재까지 그렇습니다. 페이스북에서 여러 차례 밝혔습니다. 대신 그는 ‘문재인 지지자’라고 당당히 말합니다. 사실입니다. 황씨는 2017년 대선을 앞두고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는 ‘더불어포럼’이란 단체에 공동대표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주로 모인 단체였는데, 23명 모두 공동대표였지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자 더불어포럼 출신 인사들이 속속 공직에 진출했습니다. 청와대 비서실장(노영민), 문체부 장관(박양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박종관),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권기홍), 국립중앙의료원장(정기현),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조현재),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위원회 위원장(정동채), EBS 이사장(유시춘) 등 여러 고위직을 더불어포럼 출신이 차지했지요.

문재인 정부가 4년이 지난 지금, 황씨는 어떤 공직도 오르지 못했습니다. 그의 이름이 하마평에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아예 소문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 문재인 정부 초반 한식재단(현 한식진흥원) 이사장으로 황씨가 유력하다는 소문이 파다했었습니다. 한식진흥원은 농축산식품부 산하기관으로 한식 세계화 사업을 담당합니다.

황교익씨가 조선일보에 연재했던 기명 칼럼 첫 화면. 조선일보 홈페이지 캡쳐.

황교익씨가 조선일보에 연재했던 기명 칼럼 첫 화면. 조선일보 홈페이지 캡쳐.

공공 영역에 민간 전문가가 진출하는 건 환영할 만한 일입니다. 경기관광공사의 해명처럼 황씨를 임명하기 위해 갑자기 응모자격을 바꾼 게 아니라면, 황씨가 경기관광공사 사장으로 임명되는 건 절차상 문제도 없습니다. 핵심은 전문성입니다. 황씨가 경기도의 관광산업을 책임질 역량이 있는 전문가인가. 저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2002년부터 문화·관광 분야를 취재해왔는데, 음식 쪽이 아닌 문화·관광 분야에서 그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황씨에게도 억울한 부분이 있을 겁니다. 역대 관광 당국의 수장 상당수가 관광과 별 관계 없는 인물들이어서입니다. 현 한국관광공사 사장도 관광 전문가 출신은 아니지요. 30일로 예정된 경기도의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면 황씨는 내달 초 경기관광공사 사장에 임명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때는 ‘관광 부문에 투하됐던 역대 낙하산 계보’를 그려볼까 합니다. 물론 계보 끝자리에는 자칭 ‘국내 최초 맛 칼럼니스트’가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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