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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불신 큰데 칼가는 후보 많다…尹, 토론회가 마뜩잖은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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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책 토론회든 비전 발표회든 선거 규정과 원칙에 따른 결정이면 당연히 따라야 한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5일 한 말이다. '국민의힘이 18일로 예정된 정책토론회를 비전발표회로 바꾸는 것을 검토 중인데 참여하겠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앞서 윤 전 총장은 당 경선준비위원회(이하 경준위)가 주관하는 토론회 참석 문제로 당이 시끄러워지기 시작할 무렵인 11일에도 “어떤 방식의 검증 내지는 면접 토론에 대해서도 당당하게 응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윤 전 총장 캠프 측은 참석하겠다는 의사를 아직 밝히지 않고 있다. 외려 “본 경선이 1일 시작되면 9월 10일에는 토론회를 시작할 텐데, 경준위가 무리해서 하는지 모르겠다”(김경진 캠프 대외협력특보)는 말에서 보듯 내부적으로는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다. 캠프는 경준위가 주관하는 토론 설명회에도 불참했다.

공식적인 입장은 “당 내부 논의가 종결되길 기다린다”는 것이다. 캠프의 김병민 대변인은 토론 설명회 불참 사실을 알리며 “지도부와 경준위 사이에 이견이 있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 측 기류를 종합하면 우선 토론회의 실효성 자체에 의문이 있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는 13명이나 된다. 당 지도부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을 제외한 12명의 주자가 참석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경준위는 ‘10분간 전문가가 강의한 뒤 후보당 7분씩 관련 정책을 발표하고, 이어 1분간 자유발언을 한다’는 토론회 진행안을 마련했다. 13명의 후보가 모두 참석할 경우 114분간의 토론회 시간 중 후보별로 할당된 8분을 제외한 100여분가량은 주로 듣는 것 외엔 역할이 없다는 의미다. "윤석열ㆍ최재형 후보를 토론회에 던져 놓고 구경하려는 것"(김재원 최고위원)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물리적 배경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5일 제76주년 광복절을 맞아 서울 효창공원 내 의열사 참배에 나서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5일 제76주년 광복절을 맞아 서울 효창공원 내 의열사 참배에 나서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여기에 당 내부 경쟁의 특성상 지지율 1위 주자인 윤 전 총장을 향한 공세가 집중될 것이라고 보는 이가 많다. 이미 일부 경쟁자는 벌써 "토론회 때 보자"며 칼을 갈고 있다. 캠프 측은 다수가 참석하는 토론회의 특성상 충분한 방어권이 보장되지 않을 가능성을 특히 우려한다. 윤 전 총장 캠프 관계자는 “토론회가 불리하게 진행되더라도 결과적으로는 우리가 감내할 부분이다. 하지만 당 내부에서 왜 반발이 터져 나오는지를 충분히 따져 정리된 입장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기술적인 부분 외에 이준석 대표와의 갈등 상황으로 서로 불신이 깊어진 것도 윤 전 총장측의 토론회 참석 의욕을 떨어뜨리고 있다. 윤 전 총장 측의 한 현역 의원은 “당헌ㆍ당규에 따르면 경준위는 룰 세팅 등과 관련해 입안할 수는 있되, ‘하라 마라’ 결정할 권한이 없다”며 “경준위가 전면에 나서는 상황을 놓고 이 대표의 의중이 과하게 실린 게 아니냐는 식의 말들이 많다”고 전했다.

최근 정치권에선 “유승민 전 의원을 대통령으로 만들겠다”던 이 대표의 과거 발언이 담긴 유튜브 영상이 돌았고, 지난 4ㆍ7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밀착됐던 오세훈 시장과의 관계에 기반을 둔 ‘오세훈 등판론’도 회자한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원한 한 캠프 관계자는 “특정 후보를 직ㆍ간접적으로 미는 건 오히려 누구한테도 도움이 안 될 것이란 정도는 이 대표 본인도 잘 알 것”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지금 국면을 한 판의 게임으로 보고, 거기서 조연으로 내려오는 걸 거부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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