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 논쟁에, 美의회·애플까지 가세…혼돈의 인앱결제방지법

중앙일보

입력 2021.08.16 09:00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논의를 앞둔 이른바 ‘인앱결제방지법’을 둘러싼 논란이 격화될 조짐이다.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구글·애플 등 앱마켓 사업자가 내부 결제를 강제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이다. 개정안 세부내용을 놓고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는 상황에서 애플까지 적극적으로 반대 의견을 개진하면서 논의가 복잡해지고 있다.

지난달 20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원욱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날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열린 전체회의에서 '인앱 결제' 강제 도입을 막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뉴스1

지난달 20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원욱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날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열린 전체회의에서 '인앱 결제' 강제 도입을 막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뉴스1

국회 찾은 애플…"개정안 위헌"

13일 국회와 업계 등에 따르면 미국 정보기술산업협회(ITI)의 한국지부인 ‘ITI 코리아’는 최근 국회 법사위에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 의견을 제출했다. ITI는 글로벌 IT·반도체 기업이 모인 전문단체다. 의견서에는 “인앱결제는 11번가와 같은 오픈마켓 등 모든 플랫폼이 사용하는 방식”이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인앱결제는 결제 수단은 다양하게 하되 앱을 거쳐 결제하도록 해 앱마켓 사업자가 수수료를 가져가도록 하는 방식이다.

오후 서울 도심의 한 애플 판매점. 뉴스1

오후 서울 도심의 한 애플 판매점. 뉴스1

의견서는 개정안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앱마켓 사업의 핵심 사업모델인 인앱결제를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게 헌법상 기본권인 ‘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다. ITI코리아는 애플과 함께 국회를 찾아 “개정안이 규제의 정당성과 적정성과 같은 과잉금지의 원칙을 충족하지 못 하고, 영업 자유의 본질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에서도 유사 법 발의

국내 상황이 이런 가운데 11일(현지시각) 미국 상원의원은 ‘열린 앱마켓 법’을 발의했다. 법안은 앱마켓 사업자가 인앱결제 사용을 강요해선 안 된다고 명시했다. 또 앱을 판매하기 위해 플랫폼에 올린 사업자가 더 저렴한 결제 수단을 안내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경쟁당국인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제재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여당을 중심으로 개정안 통과를 밀어붙이는 목소리가 힘을 받을 전망이다.

구글 인앱결제 방지법 관련 주요 일지.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구글 인앱결제 방지법 관련 주요 일지.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앞서 플랫폼 사업자의 독점을 막기 위한 법안이 하원에서 몇 차례 발의됐지만, 인앱결제를 겨냥한 법안이 미국에서 발의된 건 처음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12일 ‘미국의 플랫폼 반독점법안 도입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6월 미 하원은 FTC가 플랫폼의 자사 서비스 우대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규제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 등을 발의했다.

美 움직임에 공정위-방통위도 격론

미국이 상원에서 발의한 앱마켓 법과 하원 발의 법안에서 규제 당국을 모두 FTC로 지정하면서 국내에서 벌어지는 공정위와 방통위 간 신경전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여당 주도로 상임위를 통과해 법사위에서 논의 중인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방통위가 앱마켓의 불공정행위 등에 대해 조사·처분 권한을 갖도록 했다.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실. 연합뉴스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실. 연합뉴스

공정위는 ‘다른 앱마켓 등록 제한’과 ‘그 밖의 부당한 차별 행위’를 방통위가 규제하는 건 중복 규제라는 입장이다. 공정위는 “이 부분은 이미 공정거래법을 적용해 공정위가 조사하던 부분이다. 제재 기관이 복수가 되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방통위도 “정보통신분야의 전문성이 있는 방통위가 하는 게 맞다”고 반박하면서 양측이 물러서지 않고 있어 향후 국회 법사위 논의 과정에서 개정안이 ‘뜨거운 감자’가 될 조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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