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불청객이 사라졌다? "가을·겨울에 모기 잡아야 할 수도"

중앙일보

입력 2021.08.16 09:00

한강에서 취미로 조깅하는 직장인 윤주영(29)씨는 최근 달리기가 한결 수월해졌다고 한다. 여름철이면 시도 때도 없이 달려들던 모기떼가 확연히 줄어서다. 윤씨는 “작년에는 토시까지 뚫고 피를 빨던 모기들 때문에 운동에 집중하기 힘들었다”며 “올해는 예년보다 모기가 덜 보여서 쾌적하다”고 말했다.

여름 나들이객을 성가시게 하던 불청객 모기가 올해는 자취를 감췄다. 연일 불볕더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모기도 피서를 갔다’는 우스개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그런데 자료와 전문가 설명을 종합했을 때 이는 단순 농담이 아닌 사실로 드러났다.

우리나라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작은빨간집모기. 질병관리청

우리나라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작은빨간집모기. 질병관리청

폭염에 모기 수 급감…산란장소까지 증발

윤씨처럼 모기가 줄었다고 느끼는 시민이 많아진 건 실제로 모기 개체 수가 감소한 것과 관련이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전국 16개 감시센터 조사 결과 올해 모기는 평년(2017~2020년) 대비 74% 감소했다. 지난해와 올해를 비교하면 44%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모기 개체 수 급감의 원인은 올 7월 우리나라를 덮친 ‘찜통더위’였다. 전문가에 따르면 모기는 기온 25~27℃에 가장 왕성하게 움직인다. 기온이 30℃ 이상으로 올라가면 대사 활동이 과도하게 빨라져 수명이 줄어든다고 한다. 그런데 올 7월 폭염일수(낮 최고 기온 33℃ 이상)는 8.1일로 평년의 1.3배였다. 모기들이 활동하기에도 너무 더운 날씨였던 것이다. 여기에 짧은 장마까지 겹치면서 모기가 알을 낳기 좋은 논과 물웅덩이 등이 말라버렸다.

이동규 고신대 보건환경학부 석좌교수는 “올해는 열대야를 비롯한 폭염이 작년보다 심해 모기가 발생하는 장소 자체가 줄어들었다”며 “모기는 스스로 체온 조절을 하는 능력이 없어서 대사 활동이 외부 환경에 큰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불볕더위가 이어진 지난달 14일 오후 대구 수성구 달구벌대로 횡단보도 앞에서 한 어린이가 손에 쥔 온도계가 45도를 넘어서고 있다. 뉴스1

불볕더위가 이어진 지난달 14일 오후 대구 수성구 달구벌대로 횡단보도 앞에서 한 어린이가 손에 쥔 온도계가 45도를 넘어서고 있다. 뉴스1

실내 찾는 모기들…“정화조 새까맣게 뒤덮어”

더운 날씨로 야외 활동이 불가능해진 모기는 사람처럼 ‘집콕’을 택했다. 실내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식당·카페 등 상가와 공동주택이 그 대상지다. 특히 아파트 지하주차장이나 정화조 등 어둡고 습한 곳에 모기들이 몰려든다고 한다. 이후 화장실 환풍구나 수도 배관을 통해 가정에 침투하는 식이다.

서울의 한 방역업체 관계자는 “개인 카페나 식당에서 모기 방제 작업을 의뢰하는 건수는 예년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늘었다”며 “정화조 뚜껑을 열었을 때 벽에 모기가 새까맣게 달라붙어 있는 모습을 보고 놀라는 의뢰인이 많다”고 전했다. 수도권의 또 다른 방역업체 대표는 “예전에는 여름에 방제 작업이 몰렸다면 최근엔 실내 작업이 많아 계절을 가리지 않는다”고 했다.

지난 2019년 3월 해빙기를 맞아 대전 서구보건소 직원들이 유등천 하수구에서 모기와 파리 등 유충을 퇴치하기위해 연막소독기를 이용, 소독을 실시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난 2019년 3월 해빙기를 맞아 대전 서구보건소 직원들이 유등천 하수구에서 모기와 파리 등 유충을 퇴치하기위해 연막소독기를 이용, 소독을 실시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기후변화로 활동기 변해…“1월 모기 볼 수도”

전문가들은 여름 모기가 사라졌다고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경고한다.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 등으로 여름에 활동이 뜸했던 모기들이 도리어 가을에 기승을 부릴 수 있어서다.

실제로 가을철에 활개 치는 모기 탓에 관련 용품 판매량이 급증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쇼핑몰 G마켓에 따르면 지난해 9월 1~22일 해충 퇴치기기 용품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387%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동규 교수는 “더위가 가신 8월 이후에 모기가 다시 활발하게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며 “만약 우리나라가 아열대성 기후로 바뀐다면 한겨울인 1월에도 모기가 밖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교수는 “각종 질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를 옮기는 모기들이 토착화할 가능성이 있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