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인사이드]북한의 공짜 점심 기대로 남북대화 재개 헛물 켠 정부

중앙일보

입력 2021.08.16 05:00

북한이 2017년 11월 29일 발사한 ICBM급 화성-15 미사일.[연합뉴스]

북한이 2017년 11월 29일 발사한 ICBM급 화성-15 미사일.[연합뉴스]

북한이 복원한 지 2주일 만에 다시 폐쇄한 남북통신연락선은 미끼였나. 북한이 지난달 27일 남북통신연락선 복원으로 남북대화 재개의 희망을 잠시 부풀려 놨었다. 남북정상회담 재개 가능성을 비롯하여 이제까지 막혔던 각종 남북교류 협력 사업이 다시 활성화 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이 고조되기도 했다.

북, 남북통신선 복원을 미끼로 연합훈련 중단 노려
연합훈련 중단과 주한미군 철수는 북한 오랜 목표
통신선 복원, 더 큰 의도는 ICBM 시험발사 정당화
북, ICBM급 화성-15 발사 5년째인 11월 도발 우려

청와대가 “통신연락선 복원은 앞으로 남북관계 개선과 발전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는 의지를 밝히게 하기도 했다. 평양 당국 역시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단절된 북남 통신연락통로들을 복원함으로써 호상신뢰를 회복하고 화해를 도모하는 큰 걸음을 내 짚을 데 대해 합의”했다고 맞장구쳐줬다.

북한이 갑자기 이런 변화를 보였던 이유는 무엇일까? 백신 지원? 아니면 여타 대북 인도적 지원? 남북정상회담을 비롯한 남북대화 재개? 아니다. 1년 이상 단절됐던 남북통신연락선 복원 이후 1주일도 채 못 되어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부부장은 담화를 통해 “(남한이)나름대로 그 의미를 확대해석했고 한국 내의 남북정상회담문제 여론화도 “때 이른 경솔한 판단”이라고 우리를 조롱하듯 선을 그었다.

대신 그는 8월로 예정됐던 한·미 연합훈련 실시 문제를 걸고넘어졌다. 북한은 남북통신연락선 복원을 한·미 연합훈련 폐기를 유도하기 위한 ‘미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북한이 통신연락선 복원 대가로 한·미 연합훈련 포기를 요구하는 영수증을 제시한 것이다. 담화에서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우리는 합동(연합)군사연습 규모나 형식에 대해 논한 적이 없다”면서 “지금과 같은 반전의 시기에 진행되는 군사연습은 북남관계의 앞길을 흐리게 하는 재미없는 전주곡”이 될 것이라 위협했다.

한·미 연합훈련의 규모나 형식 조정의 요구가 아니라 훈련 자체를 포기하도록 압박한 것이다. 그런데도 한·미가 축소된 형태로 연합훈련이 개시하자 김 부부장은 또 다른 담화를 통해 “미국과 남조선군은 끝끝내 정세 불안정을 더욱 촉진시키는 합동군사연습을 시작했다”고 비난하면서 주한미군 철수를 의미하는 요구를 쏟아냈다.

한·미 연합훈련 폐기와 주한미군 철수는 북한의 당장 또는 궁극적인 목표로서 그동안 기회가 있을 때마다 되풀이해 요구하고 압박해왔다. 이번에도 남북통신연락선 복원으로 새로운 기대를 불러일으키게 해 우리 정부가 앞장서서 연합훈련을 포기하도록 도모한 측면을 간과할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형식일 뿐 그들의 본심은 딴 데 있었던 것이 아닐까. 1년도 채 남지 않은 문재인 정부가 한·미 연합훈련 포기 문제를 북한이 원하는 대로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믿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그것은 미국의 동의 없이 한국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단지 북한은 남북통신연락선 복원과 연합훈련 문제의 충돌로 인한 한반도의 정세 악화 책임을 남한과 미국에 전가하기 위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초점을 둔 게 아닐까.

북한이 남북통신연락선 복원으로 평화적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조치를 앞장서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한·미가 연합훈련 실시해 북한을 자극하고 한반도 군사적 긴장이 야기했다는 여론을 조성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분위기를 통해 앞으로 북한이 미사일 개발 과정에서 필수적인 시험발사를 등 각종 군사적 도발을 정당화하고, 그런 도발에 대한 한·미의 반발을 희석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실제로 김여정 부부장은 연합훈련을 빌미로 “강대강, 선대선의 원칙에서 미국을 상대할 것”이라면서 “그 어떤 군사적 행동에도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국가 방위력과 강력한 선제 타격력을 보다 강화해나가는 데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했다.

장거리 미사일 개발 지속과 같은 군사력 강화를 암시하는 위협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어 김영철 북한 통전부장도 연합훈련을 결정한 한·미에 대해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스스로 얼마나 엄청난 안보위기에 다가가고 있는지를 시시각각 느끼게 해 줄 것”이라며 협박하고 나섰다.

이같이 북한은 그들의 예정된 군사적 도발을 정당화하는 상황을 인위적으로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이는 북한의 계획된 도발이 임박했다는 점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오는 11월 29일이 되면 북한이 정부 성명으로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지 5년째로 접어든다.

2017년 11월 29일 북한은 평남 평성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수준인 화성-15형 1발을 시험 발사한 뒤 “100% 우리의 힘과 기술로 우리 실정에 맞게 개발한 명실공히 조선로동당 식 무기체계이며 이로써 우리 국가는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초대형 중량급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또 하나의 신형 대륙간 탄도 로케트 무기체계를 보유하게 되었다”고 자평했다. 북한은 정부 성명으로 ‘국가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한 바 있다.

따라서 5년 계획 단위로 장거리 미사일 개발 사업을 추진해 온 점을 고려할 때, 화성-15형 시험 발사 이후 5년째 접어든 지금 북한은 새로운 미사일 개발을 과시하기 위한 시험 발사를 준비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평양 당국은 남북통신연락선 복원 시점을 한·미 연합훈련 개시 직전으로 잡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절묘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차제에 갑작스러운 남북통신연락선 복원 선물을 받고 잠시나마 남북대화 재개 희망을 가졌던 우리에게 ‘북한에 공짜점심 기대는 금물’이라는 사실을 곱씹어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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